지역경제 활성화? “아직은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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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제 활성화? “아직은 요원하다”
  • 홍강희 기자
  • 승인 2003.05.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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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일부 티켓 현지판매 요구에 충북도 “안된다”
특산품코너 상품 ‘그게 그 것’, “소비촉진 상품 너무 없다” 여론

지난 10일 청원군 문의면 충북관광안내소 앞. 청남대 관광을 떠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 들었다. 삼삼오오 짝을 이뤄 이야기를 나누는 이들은 서울, 부산, 경기, 강원 등 전국에서 온 관광객들이다. 셔틀버스 한 대가 곧 지정된 자리에 서자 승객 40명이 올라탄다. 그러자 지체없이 버스는 청남대를 향해 떠났다.

하루 20회 셔틀버스가 사람들을 실어 나르고 철저히 인터넷 예약제로 하다보니 관광객들은 기다릴 필요가 없다. 관광객들은 혼잡하지 않고 기다리지 않아 좋지만 현지 문의면 주민들의 불만은 여기서 비롯된다. 청남대 개방으로 인해 지역경제에 엄청난 플러스 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손님들이 문의지역에 머무는 체류형 관광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체류형 관광 안돼” 주민 불만
관광안내소 앞의 농특산물판매장 책임자인 김세년 청남농협 과장은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고 오니까 미리 와서 돈을 쓰는 관광이 안된다. 문의에 머물며 식사도 하고 쇼핑도 해야 하는데 그게 안되고 있다. 그리고 외지인들은 관광버스로 오는 단체관광이 많은데, 이들은 대체로 음식을 싸가지고 온다”며 “하루에 최소 60만원의 매출은 올라야 하는데 현재는 평균 20만원 선이다. 이러다가는 인건비도 안 나올 판”이라고 걱정했다.

청남농협이 운영하는 농특산물판매장에서는 생명쌀을 비롯해 토종꿀·오가피즙·뽕잎수제비·감자국수·포도즙·허브현미녹차 등을 판매하고 있다. 김과장은 어느 정도 매출이 올라야 직원을 채용하는데 현재로서는 그런 기미가 안보여 자신이 판매까지 나서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판매장 바로 옆 코너에는 청남농협이 월 150만원 가량을 투자해 청원 생명쌀 시식코너를 가동하고 있다.

관광객들이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은 기껏해야 10∼20분 정도. 그래서 주민들은 휴게소처럼 잠깐 쉬며 먹고 갈 음식을 팔자는 의견을 내놓고 있으나 인근 식당에서 이를 반대한다는 후문이다. 문의특산품코너에서 과일을 팔고 있는 김정옥씨는 “청남대에 음식물을 가져가지 못한다고 하니까 아예 준비해 온다”고 말했다. 이 곳에서는 문의특산품인 딸기와 버섯·포도·배 등을 판매한다. 김씨는 문의가 청정지역이라서 과일이 맛있고, 농수산물시장과 비슷할 정도로 저렴한 가격에 팔고 있다며 문의면을 알리기 위해 나왔다고 덧붙였다.

청남대 개방 전후, 달라진 것 없어
실제 국민관광휴양지가 취소되고 청남대가 들어선 이후 20여년 동안 경기가 죽어 침체의 늪을 걷던 문의면은 청남대 개방으로 인해 크게 활성화되고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되지 않는다. 면 소재지에는 식당과 슈퍼, 세탁소, 여관 등이 줄지어 있지만 별로 달라진게 없다. 김성환 미천2구 이장은 “소재지 주변의 식당 5군데 정도가 확장하거나 내부 집기를 바꿨다. 청원군에서는 소득금고자금을 연리 3% 저리로 융자해 준다고 하지만 장사가 잘 될 것인지 확신이 안서 지켜보는 사람들이 많다”며 “청남대 개방으로 좋아진 게 있다면 청남대 경비·잔디관리·조경 등의 일을 할 수 있게 돼 고용창출 효과가 있다고 할까. 상가는 큰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주민들은 청남대 개방이 외지 관광회사만 살찌우는 격이 되고 있으니 1/3만이라도 인터넷 대신 현지판매를 허용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홍기 문의면 번영회장도 이같은 의견을 충북도에 전달했다고 말하고, 관광객들이 문의에 와서 기다려야 대청댐이나 문화재단지를 가보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충북도의 입장은 단호하다.
우건도 청남대관광사업소장의 말이다. “왔다 돌아가는 사람들 때문에 인터넷 예약을 중단할 수 없다. 주민들은 일부만이라도 해달라는 것인데 소수의 이익을 위해 전국민을 불편하게 할 수는 없다. 현재도 예약하고 오지 않는 사람이 10∼15% 정도는 되는데 이들을 현지에서 선착순으로 들여보낸다. 다만 20분전에 도착하도록 한 것을 30분으로 늘리고, 주변 식당들을 홍보하는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다.”
그리고 우소장은 “관광객들을 문의까지 오도록 하는 것은 충북도에서 하는 일이지만, 일단 문의에 오면 주민들이 소비를 유도해야 한다. 주차장-셔틀버스를 타는 곳까지가 500m 정도 되는데 이곳에 불법주차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문의를 알리며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색없는 식당 즐비
이외에도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대청호에 배를 띄우게 해달라는 것이다. 김홍기 번영회장은 청남대에 배를 타고 가는 코스가 있다면 괜찮은 관광상품이 될 것이라며 수질도 보호하고 배도 띄울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전에 충북도에서 상수원보호구역인 문의면을 환경정비구역으로 완화한다고 발표했는데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듣지 못했다. 일부 구역의 건축행위가 완화되는 정도로 알고 있다”며 모터보트나 유람선을 운행하게 해달라는 것이 전체 주민들의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이 부분 역시 청남대 개방전부터 논란거리가 돼왔던 것으로,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수질오염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분명한 반대 입장을 취해 요원한 실정이다.

하지만 주민들의 지역경제 활성화 염원에 비해 소비를 촉진하는 상품이 없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농특산물판매장과 문의특산품코너 판매장에 진열된 상품 역시 ‘어느 지역에나 있는’ 것이고 청남대와 연관된 것은 수건 밖에 없었다. 그러나 수건도 3000∼4000원 짜리로 질이 매우 낮아 보였다. 인근 식당 역시 손님을 끌 준비가 안돼 있는 곳이 많았다. 관광객들은 문의 특산품을 이용해 맛갈스럽게 준비한 음식을 원하지만 특색없는 식당만이 줄지어 서있는 형편이다. 관광객 이영숙(40)씨는 “돈을 쓸래야 쓸 것이 없다. 식당도 갈 만한 데가 없고 관광상품도 없어 더 개발하고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은 실정을 대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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