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원鐘을 두드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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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원鐘을 두드리나
  • 이재표 기자
  • 승인 2007.10.05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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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선대위원장 하마평-“구체적 얘기는 없었다”
   
 
   
 
충북도지사 3선 고지를 눈앞에 두고 정계에서 은퇴한 이원종 전 지사의 이름 석 자가 다시 지역신문 정치면에 오르내리고 있다. 대통령 선거를 두 달여 앞둔 상황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충북 선거대책위원장, 또는 선대위 상임고문 하마평에 시달리고(?) 있는 것.

이 전 지사가 이명박 후보를 음으로 양으로 지지하고 있다는 내용은 8월24일자 본보를 통해 처음 보도됐다. “이원종 전 지사와 자주 연락을 주고받는데, ‘어렵고 힘들때 더 도와주라’며 MB에 협조할 것을 수차례 당부했다. 이제 경선도 끝난 만큼 이 전 지사가 분명히 전면에 나설 것”이라는 권영관 전 충북도의회 의장의 발언을 통해 이 전 지사의 캠프 합류 가능성을 예측 보도했던 것.

권 전 의장은 당시 “전직 서울시장 가운데 상당수 인사가 이 전 시장을 지지하고 있으며 이를 조직화하려고 하는데 이원종 전 지사(27대 서울시장)도 그 중에 한사람”이라고 자신의 발언에 힘을 실었다.

이 전 지사의 자리를 선대위원장으로 못 박은 것은 9월28일자 모 일간지 보도. 이 신문은 ‘이명박 후보가 이 전 지사에게 직접 선대위원장을 맡도록 권유했으며, 현재는 고사하고 있으나 결국 수락할 것으로 안다’는 내용에 이어 ‘이 전 지사가 차기 총선에서 자신의 정치적 후계자인 한범덕 행자부 차관(전 정무부지사· 전 열린우리당 충북지사 후보)에 대한 정치적인 배려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는 주변의 관측도 함께 실었다.
이어 다른 일간지도 ‘이 전 지사가 정종택 충청대학장이 선대위원장이나 고문을 맡을 가능성이 있다’는 요지의 기사를 게재했다.

MB 측근 “책임과 권한 주기는 부담”
정작 당사자인 이원종 전 지사는 이에 대해 “그런 것은 상의한 적도 없다”며 선대위원장 수락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나 이어진 발언에서 “선대위원장 제안은 없었다”고 밝혀 ‘다른 제안은 있었을 수도 있다’는 묘한 여운을 남겼다.

이 전 지사는 “지금 이대로가 너무 편하다. 나는 정치하고는 거리를 두고 싶은 사람”이라며 대선 관련 보도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지사는 또 “정치문제는 쓰면 쓸수록 상상력이 나온다. 선거철이 되니 분위기도 만들고 싶지 않겠냐”면서도 “한범덕 차관과 관련한 언급은 상상력이 풍부해도 너무 풍부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이 전 지사에게 있었을지도 모르는 제안은 과연 무엇일까? MB 중앙캠프의 한 측근은 “아예 근거도 없이 떠들겠냐”며 “다만 이 전 지사 같은 원로에게 선대위원장을 부탁하기는 서로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특히 책임과 권한에 대한 부분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는 대선에서 기대 혹은 그 이상의 활약을 보일 경우 ‘일인지하 만인지상’ 즉 국무총리 자리를 놓고 벌여야할 선거 이후의 논공행상에 대한 우려로 볼 수 있다.

이 측근은 또 “말하기는 조심스럽지만 도당위원장을 주축으로 일선에서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을 공동위원장으로 임명하는 것이 가장 무난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종합해보면 실권을 갖지 않은 고문 정도를 바라는 것으로 관측할 수 있다.

대운하 김빠지면서 모든 게 시들해져
눈길을 끄는 것은 이원종 지사의 MB 캠프 합류 가능성을 처음 언급하며 자신감을 보였던 권영관 전 도의회 의장이 회의론자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권 전 의장은 지역언론이 연이어 이 전 지사의 선대위원장 수락 가능성을 점치는 상황에서 “솔직히 모르겠다. 잘 안되고 있다”며 회의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권 전 의장은 “당초 한반도 대운하가 핵심공약으로 제기되는 상황에서 제천 출신의 이 전 지사가 갖는 상징성을 고려해 그 쪽에다 안을 냈던 것인데, 이한구 정책위의장이 당의 공약으로 추진하지 않고 있다. 이제는 당이 주도권을 갖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한반도 대운하 공약은 현재 ‘수정이냐 강행이냐’를 놓고 당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이명박 후보 스스로도 9월28일 MBC를 통해 방송된 정강정책 연설을 통해 ‘환경전문가들을 통해 치밀하게 다듬겠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결국 한반도운하 범충북도민 추진운동본부의 주축인 권 전 의장이 이 전 지사의 상징성을 등에 업고 정치적 재기를 시도했으나 사실상 공약이 재검토 상태에 들어가면서 맥이 빠지고 말았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렇게 볼 경우 이 전 지사에게 예약됐던 자리는 대운하 관련 캠프 외곽조직의 전국 대표 또는 고문 등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 모습이 최선, 무리수 없을 것
그러나 직·간접적인 정치참여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부정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도지사 재임시절에도 총리 하마평이 나왔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마저도 풍문에 가까운 것이었는데, 도지사 출마를 마다하고 정계를 떠난 시점에서 이 전 지사가 되돌아올 리 만무하다는 주장이다.

현재 이 전 지사는 모교인 성균관대학교의 석좌교수로, 대학원 석·박사 과정에서 주 1회 행정학 특강을 하고 있다. 이 전 지사 스스로도 “(가르치는)대학원생 가운데 상당수는 현직 공무원들이다. 그들에게 행정의 경험을 들려주는 것이 즐겁다. 바이오엑스포, 전국체전, 호남고속철도 오송분기역 유치, 청남대 개방 등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사업들에 대한 구체적이 사례들이 강의의 주요 골자”라고 설명했다.

한나라당 충북도당 소속의 한 인사도 “이원종 전 지사가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자리는 명분상 총리 입각뿐인데, 인품과 능력을 논하기 전에 경선 과정 이전까지를 고려한 선거 기여도 등을 고려할 때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준다면 고마운 일이지만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답이 없는 어려운 얘기”라고 지적했다.

설마 골프장에서 정치할까…
전 지사 한달에 1~2번 필드 찾아 충북行

호사가들은 이원종 전 지사가 한달에 1~2차례 지역의 지인들과 골프를 치러 충북에 내려오는 것에 대해서도 ‘이러쿵저러쿵’ 뒷말이 많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은 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지사 재임시절부터 워낙 골프를 좋아했고 그때부터 친했던 멤버들과 그린에 서기 위해 충북을 찾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 전 지사가 종종 찾는 곳은 청원군의 한 골프장. 함께 필드에 오르는 사람들은 경제인 L씨, J씨, 언론 중역 L씨 등이다.

이 전 지사의 베스트 기록은 이븐파에 가까운 75타, 평소에도 80타 중반은 너끈한 편이다. 60대 중반인 연령을 고려할 때 수준급에 속하는 기록. 이 지사의 골프사랑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로, 재임 시절에도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필드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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