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쇄박물관 직지 국제학술회의 '펑크'로 국제적 망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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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쇄박물관 직지 국제학술회의 '펑크'로 국제적 망신
  • 홍강희 기자
  • 승인 2003.05.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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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회, 학술회의 예산 1억5000만원 전액 삭감

청주고인쇄박물관이 개최할 예정이었던 '제1회 직지의 날 기념 국제학술회의'가 열릴 수 없게 됐다. 청주시의회가 학술회의 예산 1억5000만원을 전액 삭감했기 때문이다.

고인쇄박물관 김종벽 관장은 "지난 17일 청주시의회 운영총무위에서 의원들이 계수조정하는 과정 중 박물관측에 설명 기회도 안주고 학술회의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이후 예결특위가 열렸으나 심의도 안하고 상임위 의견을 그대로 확정했다. 예산을 살려 보려고 무척 애를 썼으나 수포로 돌아갔다"고 분개했다.

이어 김관장은 "김 모 의원이 지금 학술회의를 준비할 시간이 없다며 예산을  깎았는데, 우리는 이미 이것을 지난해 10월부터 준비해왔고, 학술회의는 지난 96년부터 매년 개최해 왔다. 다만 올해는 직지의 날이 처음으로 열리는 해이고 직지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행사를 국제적으로 하기로 했을 뿐이다"고 말했다.

특히 박물관측은 이 행사를 연세대 미디어 아트센터와 함께 진행해 왔고, 7개국 24명의 학자들이 학술회의에 참석하기로 모든 업무를 끝내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김관장은 예결특위가 열리기 전 해당 의원들을 붙들고 학술회의의 중요성을 알렸으나, 이미 김 모 의원이 의원들에게 '지금은 이런 규모의 학술회의를 준비할 시간이 없다'며 개별적으로 접촉해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김 모 의원은 고인쇄박물관 운영위원으로, 지난해 열린 운영위원회에서 학술회의 예산 확보 책임을 맡았다는 것이 박물관측의 얘기다. 그 자리에 참석했던 다른 운영위원들이 시의원인 김 의원에게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해 줄 것을 부탁한 것으로 알려져 앞 뒤가 안맞는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뜻있는 시민들은 청주시가 가진 가장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 직지인데, 고인쇄박물관에서 직지 관련 학술회의를 1년에 한 번도 안하는 게 말이 되냐며 시의회의 무책임한 행동에 대해 나무랐다. 

이융조 충북대 교수(고인쇄박물관 운영위원장)는 "예산 삭감하기 전에 문제가 있다면 박물관장에게 물어봤어야 하는데 이런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준비 다 해놓고 못한다고 하면 외국 학자들에게 무슨 창피냐. 청주시의회는 국제적인 망신을 자초했다"며 "어떻게 해서라도 이 예산을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교수는 이 건에 대해 최병훈 시의장에게 강력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 모 의원은 "학술회의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고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하라는 것이다. 직지 국제학술회의를 한다고 기안한 것이 올 2월이다. 모든 것이 너무 급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문제"라며 지난해부터 준비해왔다는 고인쇄박물관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리고 예산을 삭감할 때 담당 부서에 설명 기회도 안줬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다른 부서에서는 모두 나와 설명했는데 왜 박물관장은 빠졌는지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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