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박한 자연미의 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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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박한 자연미의 운치
  • 충청리뷰
  • 승인 2003.05.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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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시대 고막대사가 도술로 설치 ‘전설’ 700여년 물살 견딘 견고함 간직, 가장 오래된 돌다리

전남 나주시와 함평군 학교면의 군계 사이를 흐르는 고막천에 위치한 고막천 석교는 마을에서 떡을 만들어 이 돌다리를 건너 나주와 영산포에 떡을 팔았다하여 일명 “떡다리” 혹은 “똑다리”라고 불리운다.
이다리의 돌쌓기 방식을 살펴보면 좀 투박해보이면서도 멋부리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운치가 있다. 다듬거나 모양을 내지 않은 화강암 석재 4~5개를 척척 포개어 교각을 만들고 네모난 돌을 한두 개 받쳐 굄돌로 삼았다. 그 위에 다시 시렁돌을 올렸는데 이 돌은 노면보다 양쪽으로 50cm 가량 튀어나와 있어서 멀리서 보면 마치 다리의 날개처럼 보인다.

교각위에는 넙적한 돌을 얹어 노면(路面)을 만들었다. 양쪽가에 난간돌을 6개씩 놓고 그 사이에 두 줄로 빈틈없이 판석을 깔았다.
다리의 길이는 25m, 폭 3m, 높이 2m가 넘으며 옛날에는 수수와 조를 말리기 위해 펼쳐 놓아도 한 톨도 빠지지 않을 정도로 상판에 틈이 없었다고 한다. 원래 다리의 길이는 현재(25m)의 배이상 이었던 것으로 추정되나, 동학난 때 관군이 쳐들이 오면서 다리를 뜯어 놓았다가 다시 복원시키면서 축소되었다는 설도 있다. 일제 시대에 2회 보수를 하면서 엉성하게 조립하여 본래의 품격을 잃었지만 원형이 많이 훼손된 오늘날에도 다리밑에 깔린 수만톤으로 헤아리는 돌과 자갈들은 그동안 무수히 거듭되는 조석 간만에도 홍수의 분류와 난무에서도 유실됨이 없이 원상을 유지하고 있다고 함은 석교의 구상.수법에 감탄을 아니할수 없다.

오랜 세월 풍화로 깍이고 패었지만 지금도 이 다리는 마을에서 들로 나가는 유일한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지역 사람들은, 이 다리가 도술에 의해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해마다 몇차례의 큰 홍수와 고막천의 범람에도 끄떡없이 견딜수 있다고 믿고 있다. 전설에 의하면 고려원종 14년(1273년)에 무안 승달산에 있는 법천사의 도승 고막대사가 제세의 사업으로 도술을 써서 이 다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마치 나무를 베어내듯 자유롭게 돌을 자르고 짜맞춘 솜씨가 돋보이며 물이 잘 넘치는 고막천의 물살을 700여년동안이나 버틸정도로 견고하게 만들어졌으며 2002년도 보수공사시 바닥 기초나무 말뚝 탄소연대 측정결과 최소한 고려말로 추정되어 축조연대가 밝혀지는 가장 오래된 돌다리임을 증명하였다.

다리의 언덕에는 고막대사비를 비롯하여 아직도 4개의 빗돌이 남아있어 그때의 영화를 짐작케 한다. 마을의 전설에 의하면 이 다리에선 떨어져도 다치지 않는다고도 하고 다리밑이나 다리의 돌을 훔치거나 옮기면 옮긴 사람이나 집에 큰 변고가 생긴다고 한다. 여름에 이 다리에 나가 앉아 있으면 흘러가는 물소리와 별빛이 고요하여 아름다움에 감탄하며 뱀이나 모기에 물리지 않는다고도 한다. 어린아이에게 “너 울면 고막다리에다 버린다”또는 “똑다리에서 주워왔다”하면 소리내어 울던 아이가 뚝 그쳤다고도 전한다.

함평군지에 의하면 고막원 돌다리는 옛날의 국도가 나주 함평의 군계를 흐르는 고막천을 통과하는데에 가설된것인데 철도와 신도로가 석교의 바로 전방에 개통되는 1910년대만 해도 곡식 100석을 실은 범선이 고막천을 출입했고 영산강을 오르내리는 선박들이 바로 교하에 정박되어 있었음을 미루어 그가 교통산업상 중요한 일익을 담당했음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고도화되는 문명으로 급속히 변모되는 세태는 석교로 하여금 그 무거움 짐을 후배 교량들에게 물려주게 하였으니 이제는 면전에서 들리는 갖가지 차량의 경적과 소음을 푸념삼아 귀에 익히며 조심스레 아끼면서 밟고 지나는 농부의 발자국에 긍지와 애착을 느끼고 또 그것으로 자위자족하는지 흐르는 물소리만 새롭다.

이 석교가 고려조이래 수 백년간에 쌓아올린 공적과 아울러 고막스님의 이름은 고막마을과 고막강으로 바뀌어 흐르는 강물의 영원함과 같이 언제까지나 이나라 이 고장을 지켜보지 않겠는가.

-송광섭 청주건설 박물관 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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