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에 먹칠하지 마라
상태바
직지에 먹칠하지 마라
  • 홍강희 기자
  • 승인 2003.05.2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29일 ‘직지포럼’이 떴다. 직지세계화 전략 사업에 따른 학술관련 행사와 직지가꾸기 사업, 직지와 관련된 문화사업 발굴 및 계승발전, 직지 교육사업 등이 크게 봐서 여기서 하는 일이다. 한마디로 청주의 자랑 직지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직지를 아름답게 가꾸고 알리는 데 일조한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환영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것이 교육문제라고 하는 데 청주사람들은 ‘직지’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러나 직지는 많이 등장하는데, 이 지역사회에는 직지와 관련한 정통성있는 모임이나 단체가 없었다. 과거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산하 조직인 직지찾기운동본부가 해체되고, (사)직지와 문화가 출범도 하기 전에 깨진 이후로는 논의조차 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청주시에서 직지 관련 행사를 벌이고 ‘청주의 세계화·직지의 세계화’ 사업을 추진해도 이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자문하는 사람들이 없었다. 몇 사람의 지역인사가 직지와 관계있는 일에 나서고 있지만, 여기서는 단체 목소리가 없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하여 늘 몇 사람이 벌이는 탁상공론으로 그치고 말았다.

이에 반해 직지를 개인 소유화하고 직지에 관한 한 전문가인양 하면서 행세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컸다. 이번에 청주고인쇄박물관에서 직지의 날 기념 국제학술회의 예산을 한 푼도 남김없이 전액 삭감한 것이 단적인 예다. 직지를 세계에 알리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학술회의가 필요하다. 독일의 구텐베르크 금속활자보다 앞선 우리나라 금속활자 인쇄술을 자랑하기 위해서는 외국의 저명 학자들을 초빙하여 어깨를 나란히 하고 대화할 필요가 있다.

이런 중요한 학술회의가 주최측에게 설명 기회 한 번 주지 않고 일부 시의원들에 의해 백지화 됐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 일에 앞장섰던 모 의원은 과거 직지상표권 개인 등록으로 여러 차례 물의를 빚었던 사람이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다른 저의가 내포돼 있지 않은가 의심하고 있다. 일이 이 지경이 됐는데도 재빨리 성명서 한 장 내는 단체가 없다는 것은 비극이다.

직지에 대해 비뚤어진 애정을 가진 사람의 의견이 여전히 통하는 것은 이를 제지하고 견제할 세력들이 없기 때문 아니겠는가. 즉 물을 흐려놓는 미꾸라지 한 마리의 행동이 용납되는 것은 이 미꾸라지를 꾸짖고 지적하는 존재가 없어서 일 것이다.

직지는 개인 것이 아니고 직지와 관련된 사업은 청주 이미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일이다. 모씨는 “직지 정체성이 흔들리면 청주가 흔들린다”고 역설했다. 그런 의미에서 ‘직지포럼’의 출범이 기대를 갖게 한다. 이런 단체가 물을 흐려놓는 미꾸라지를 견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만큼 ‘직지포럼’은 사리사욕없이 오로지 직지를 발전시키기 위해 뛰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직지에 대해 ‘돈을 벌어주는 상품’이나 ‘자신의 명예를 높여주는 장식품’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설자리를 잃고, 대다수 직지를 사랑하는 이들의 의견이 정통성을 가지게 될 날이 올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