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절대 솔직하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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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절대 솔직하지 못하다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3.06.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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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에서도 정개추, 범개추 등 추진 세력 제 각각
일각에선 “개혁 위장 내년 총선이 목적”비판도

지난 5월 15일 충북의 각계 인사들이 기자회견을 갖고 충북정치개혁추진위원회를 공식 출범시켰다. 충북정치개혁추진위원회(이하 정개추)는 신당을 전제로 한 도내 개혁성향 인사들의 공식 모임이다. 한달 후 쯤인 지난 6월 12일엔 범개혁신당 추진운동본부 충북준비모임(이하 범개추)이 청주 리호관광호텔에서 첫 모임을 갖고 활동에 들어 갔다. 범개추 역시 정치개혁을 모토로 하는 신당을 만들기 위한 공식기구다. 지난 10일 서울에서 성황리에 출범한 범개혁신당 추진운동본부의 충북지방 조직인 셈이다. 중앙정치권이 신당의 블랙홀에 빠져 연일 헷갈리는 와중에 지방에서조차 목적이 같은 두 조직이 동시대(?)에 나타남으로써 유권자들을 극도로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그러나 정개추와 범개추는 출범과정에서 큰 차이가 있다. 정개추는 시도별로 지방에서 먼저 시작돼 현재 중앙조직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민주당이 신.구로 나눠 집안싸움을 벌이는 바람에 성사가 미뤄지고 있다. 반면 범개추는 6월 10일 중앙조직이 먼저 모습을 드러냈고, 현재 시도별 조직이 구축중이다. 충북의 정개추와 범개추는 각각 상대방에 대한 발언에 극히 조심스러워 한다.

자칫 개혁세력의 분열로 비쳐지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충북의 정개추와 범개추를 이해하기 위해선 우선 그 구성원들에 천착할 필요가 있다. 먼저 활동을 시작한 정개추엔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인물들이 주로 참여했다. 노영우 김정웅목사와 신성국 조성학신부, 노영민(민주당 흥덕지구당위원장) 유행렬(전 국민참여운동 충북본부 사무국장) 이장섭씨(민주당 충북도지부 대변인) 등이 주목된다. 당초 8인 집행위원에 참여한 인사들의 면면을 봐도 구성원들의 성격을 알 수 있다.

유행렬(간사) 최미애(전 충북여성민우회 대표) 남봉현(전 민주당도지부 사무처장) 이장섭 오원배(전 노무현특보단 충북담당) 김영주(충북개혁당 사무국장) 이용규(노사모 충북대표) 안완순씨(국민의힘 충북대표) 등이 이 역할을 맡았다.

겉으론 배려 속으론 의식
반면 범개추의 첫 모임엔 중앙무대에서 활동한 인사들이 많이 보였다. 김창규(목사) 박영호(민주당 중앙당 직능국 심의위원) 성수희(전 도의원출마, 노무현캠프 활동) 김관수(전 민주중앙당 개혁특위 국장) 김서용(전 대통령직인수위원) 고정태(전 민주당도지부 정책실장) 은경민(도서출판직지 대표) 정재현(민예총 충주지회장) 박재구씨(제천)등이 범개추 첫 모임의 면면들이다. 개중엔 정개추와 범개추 양쪽 모임에 모두 참석한 인사들도 있다. 김기영(전 민주당청원지구당위원장) 오원배 유행렬씨 등이 이에 해당된다. 그러나 이들은 분위기 파악이 주목적이었다는 후문이다.

정개추와 범개추가 서로 상대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지만 불편한 기운이 도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지역 정가에선 만약 정개추가 출범할 당시 범개추 인사들을 좀더 폭넓게 포용했더라면 굳이 두 조직으로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한다. 실제로 정개추측이 범개추를 바라 보는 시각은 그동안 개혁신당 추진 과정에서 다소 소외됐던 인사들의 모임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정개추로 곧바로 갈 수 없는 세력들이 범개추를 중간기착지로 활용해 신당에 합류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한다.

정개추의 한 인사는 “지금의 상황에서 둘간의 관계를 굳이 대립이나 갈등구조로 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개개인의 이해관계가 복잡한 것이지 양쪽이 추구하는 대중적 개념 즉 정치개혁은 똑같다. 그렇더라도 서로 말못할 속내는 솔직히 있다. 앞으로 상호 조율할 문제다. 가장 바람직한 모습은 조만간 두 조직이 통합하는 것이다. 결국 목표는 같다. 대립하면 둘다 죽는다. 지역에서 신당추진이 개인의 정치적 위상에 흔들리면 곤란하다. 더 솔직히 말해 어느날 갑자기 내려 와 목소리를 낸다면 과연 누가 호응하겠는가. 아마 본인들이 더 잘 알 것이다”라는 입장이다.

어차피 한목적, 단일 조직이 바람직
반면 범개추는 정개추의 정치적 한계를 지적한다. 범개추의 한 관계자는 “지난 12일 충북모임의 참석자들은 제안자 자격으로 보면 된다. 처음부터 큰 의미로 인식하면 오히려 우리가 부담스럽다. 정치개혁을 하는데 있어 지역에서도 한번 뜻을 모아 보자는 취지였다. 먼저 활동을 시작한 정개추에 대해선 추호도 이의를 걸 생각이 없다. 다만 입장이 다소 다르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신당의 궁극적 목표는 국민참여와 기득권 포기다. 하지만 정개추는 부산 등 일부 지역을 빼고는 기존 민주당의 그늘을 벗어날 수 없다. 충북도 마찬가지다. 지금 정개추를 움직이는 핵심인들은 민주당 공조직을 맡고 있다. 중앙에서 신당추진이 자꾸 암초에 걸리는 이유는 민주당 인사들이 기득권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결국 주도권 싸움으로 비쳐지지 않느냐. 범개추는 기존 정파와는 상관없이 앞으로 공조직의 개념으로 간다. 물론 향후 정개추와 범개추는 합쳐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분열이 아니라 정치적 진로의 결정과 관련된 문제다”고 밝혔다. 김관수씨는 지역의 인터넷신문 기별에 충북 범개추의 성격을 이렇게 설명하기도 했다. “정치개혁추진협의회(정개추)에 대한 비판과 오류에서 보았듯이 본질을 벗어 난 인물본위의 흐름은 옳지 않다.”

정개추와 범개추가 서로 예봉을 피하면서 밝히는 이런 곡예발언(?)에 대해 일부 비판 세력들의 잣대는 아주 냉혹하다. 제 아무리 수사(修辭)를 동원, 포장한다 하더라도 양쪽을 주도하는 인사들은 결국 내년 총선 출마가 목표라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단호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서로 솔직하지 못하다. 내년 총선에 뜻이 없다면 굳이 다른 조직을 만들어 주변에 불편을 끼칠 이유가 없다. 손바닥만한 지역에서 뭐가 그리 말이 많은가. 한쪽(정개추)은 지역에 확실한 연고권을 갖고 있어 목소리를 행사하고 싶고, 다른 한쪽(범개추)은 그동안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나름대로 현실의 벽을 절감한 후 자구책으로 모임을 만든게 아니냐. 그것도 중앙의 움직임에 힘입어서 말이다.

지금은 서로 상대에 대해 계산된 배려를 하지만 언제까지 갈지 의문이다. 중앙당이 저렇게 흔들리는데 자기중심을 잡을 수 있겠는가. 목적을 같이 하는 두 개의 조직이 나타남으로써 괜히 지지자들만 혼란스럽게 됐다. 지금의 과정을 보면 정치개혁을 한다는 이들조차 자기최면에 걸린 것같다. 서로 기득권을 포기한다고 하는데 그런 사람들이 내년 총선엔 왜 욕심을 부리나. 중앙당의 신.구갈등도 신물나는 판에 지방에서까지 이래야 하나. 한번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중앙의 범개추는 일면 개혁당의 핵심인물이 주도한 측면도 있으나 충북에서는 이미 김영주씨(충북개혁당 사무국장)가 정개추의 집행위원으로 참여함으로써 약간 다른 포메이션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네티즌의 참여로 상징되는 개혁당의 당내 문제가 향후 범개추의 진로에 큰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정개추와 범개추의 양립을 우려하는 여론이 적극 제기되면서 현재 부산 경남과 광주를 중심으로 양 기구의 통합이 조심스럽게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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