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노트북판매·카드회원 모집에 전직원 동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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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노트북판매·카드회원 모집에 전직원 동원 논란
  • 임철의 기자
  • 승인 2003.07.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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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과장급 이상엔 200매 평직원엔 100매씩 신청서 배정
카드금융위기 나 몰라라…가입회원에 현금까지 지급

KT(옛 한국통신)가 민영화 된 이후 경영의 일차적 목표를 수익의 극대화에 정조준한 채 전 직원들을 노트북 판매와 일명 스마트 카드로 불리는 ‘원츠(1’ts) 카드’의 고객확보전 등에 동원, 직원들의 불만이 팽배해지고 있다. 특히 기존 카드사들이 소위 길거리 카드발행에 나서며 지불능력이 없는 미성년자나 대학생들을 상대로 무분별하게 회원가입을 받았다가 카드금융 위기 사태를 불러온 작금의 상황에서 KT가 직원들에게 ‘원츠 카드’의 신규회원 모집 인원을 직급에 따라 100∼200명씩 일괄 배정, 대대적인 회원 모집 경쟁에 나선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원츠 카드는 KT가 새롭게 시작한 일종의 카드 금융업.

그러나 KT의 경영진을 중심으로 간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공기업체였다면 몰라도 사기업체로 신분이 변한 상태에서 기업의 수익창출 기반 마련을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는 반론도 만만찮게 나오고 있다.

공기업때가 그립다?
그러나 일반 직원들 사이에서는 “아무리 조직이 민영화됐다고 하더라도, 또 이윤추구가 기업의 본질적 존재 이유라고 해도 최소한 기업경영의 도덕성이라는 것은 지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

KT 충북본부와 직원들에 따르면 KT는 지난 6월 5일부터 원츠 카드를 발매하면서 직원 1인당 많게는 200매에서 100매씩 회원가입신청서를 무더기로 나눠준 뒤 지난 20일까지 목표치를 채우도록 채근한 것으로 밝혀졌다. 더구나 KT는 이 과정에서 신규가입 고객에게 5000원 상당의 현금 또는 문화상품권을 무차별적으로 지급한데다 원츠 카드를 이용해 인터넷 쇼핑을 할 때 필요한 ‘더미(Dummy) 단말기까지 배포하는 등 물량공세를 편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할당량을 배정받은 직원들은 가족 친지는 물론 거래관계에 있는 사업자 등에게 회원 가입을 ‘반읍소-반강제’로 권유하는 등 목표치 달성을 위해 안절부절해야 했다는 것이다. 또 친지나 친구 등으로부터 원츠 카드 회원 가입을 권유받은 KT 직원의 주변 사람들은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지갑에 대여섯 개가 넘는 각종 신용카드가 꽂혀 있는데도 새로이 카드를 신청해야 하는 등 곤혹스런 처지에 빠져야 했다.

가입자에 현금 5000원씩 지급
청주지역 모 KT지점 소속 직원은 “회사가 직원별 회원 가입 실적을 사내 게시판에 공고, 직원간 경쟁을 유발하기도 했다”며 “민영화 이후 갑자기 달라진 직장분위기가 너무 살벌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친구로부터 원츠 카드 가입을 권유받았다는 안 모씨(24)는 “얼마 전 친구의 부탁을 받고 나 자신은 물론 주변의 다른 친구까지 끌어들여 3매의 가입 신청서를 써 주었다”며 “그런데 문제는 직장 상사도 주변 친지로부터 같은 부탁을 받았는지 나에게 ‘신청서를 써 줬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해 와 카드신청서를 이중으로 써주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KT는 몇 년 전 무선통신 사업체간에 핸드폰 가입자 불리기 경쟁이 뜨거웠던 때에도 PCS 폰 판매와 가입 판촉전에 직원들을 동원해 큰 물의를 일으켰었다. 뿐만 아니라 올 들어서도 두 달 여전에 일본의 T사 제품 노트북의 판매에도 나서며 직원들에게 할당량을 배정, 원성을 자초하는 등 무리한 마케팅 활동을 펴 왔다는 게 직원들의 주장이다. KT는 당시 노트북 구매자에게 전화요금과 함께 20∼36개월까지 할부로 납부할 수 있게 하는 등 회사의 모든 유·무형 마케팅 자산을 동원했었다.

“새로운 카드체제에 발맞춘 사업”
KT가 이처럼 판매부서 직원을 제외한 모든 부서의 직원들을 총동원한 영업에 나서는 것은 전국 각 지역에 거미줄처럼 배치돼 있는 조직망과 방대한 숫자의 직원들을 마케팅 조직으로 쉽게 활용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에대해 KT 충북본부는 “원츠 카드는 기존의 마그네틱 테이프를 접착시킨 신용카드보다 1000배의 정보용량을 갖춘 IC 칩이 내장된 소위 ‘스마트 카드’로, 전자화폐로서는 물론 인터넷 쇼핑 때나 교통카드 등으로도 널리 쓸 수 있는 다목적 첨단 카드”라며 “이 카드는 BC와 LG카드 국민카드 등 3개 카드회사와 제휴해서 전개하는 새로운 사업으로 오는 7월부터 원츠 카드를 본격적으로 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KT 충북본부는 “원츠 카드는 위변조가 안돼 고객이 분실만 하지 않는다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2005년까지 스마트 카드로 완전 교체한다는 정부의 방침으로 조만간 범용화될 것”이라며 “카드사업은 초기에 얼마나 회원 가입자 수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리는 만큼 회사의 모든 마케팅 능력을 동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KT 충북본부는 또 “회사가 민영화된 상황에서, 더구나 기업이 살아남느냐 사라지느냐 하는 상황에서 무한경쟁을 벌여야 하는 마당에 (직원들로서)당연히 해야 할 일 아니냐”며 “이것이 자기가 하는 사업이라면 어땠을 것인지를 반문하면 대답은 저절로 나올 것”이라고 반응했다.

원츠(1’ts=One & Total System을 말한다고 한다) 카드 사업은 KT가 통신업체의 장점을 십분 살려 앞으로 두 영역간 상호 연계성이 더욱 공고해 질 통신과 카드금융업을 통합하려는 시도로 비쳐지고 있다. KT는 올 안으로 원츠 카드 가입자수를 600만 명까지 늘린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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