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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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 안태희 기자
  • 승인 2008.07.01 1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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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갈등과 과격한 언행으로 점철

“특유의 직설화법으로 끊임없이 구설수에 오른 대통령 때문에 ‘개구즉화(開口卽禍)’라는 새 유행어가 생겼다. 한나라당 대변인실에서 ‘(대통령이)입만 열면 화가 닥친다’는 뜻으로 만든 말이다.(중략) 만약 우리 정우택 지사가 민 의원의 ‘양두구육’에 대해 “전 개고기를 못 먹습니다. 그런데 양두구육을 할 리가 있겠습니까? 사실은 구두양육(狗頭羊肉)을 한 것인데 민 의원이 오해하신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다면 과연 어떻게 됐을까.“(2007년 본지 1월2일자)

   
▲ 민선 4기 2년을 맞았으나 지방자치단체장들간의 갈등과 대립으로 지방자치제의 본질히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5일 열린 오송역 기공식에 참석한 김재욱 군수, 남상우 시장, 정우택 지사(왼쪽부터) /육성준 기자

고개 빳빳해진 자치단체장들

그리고 1년 반이 지났다. 정지사는 지난 6월에 남상우 청주시장을 지칭해 “언제부터 그렇게 건방져졌느냐”고 또 한마디를 날렸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광역자치단체장으로부터 나온 말씀치고는 그다지 매끄럽지 않다.

이처럼 40대 장관출신인 정지사의 엘리트 행보는 시-도 갈등 뿐만 아니라 사사건건 주변과 다툼을 일으키는 요인중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도청 간부진들이 지사에게 직언을 하지 못해 갈등이 발생할 경우 일이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따라 덩달아 정무부지사의 역할도 의문이 되고 있으며, 3명의 보좌관들도 역할이 축소되는게 아니냐는 지적을 사고 있다.

사소한 의전챙기기로 시와 갈등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남시장은 지난 5월에 열렸던 한국관광총회때 행사도중에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시장이 헤드테이블이 아닌 세 번째 테이블에 앉았기 때문이다. 충북도는 도가 주관하는 행사는 도단위기관장을 우선해 좌석을 배치한다. 그래서인지 청주시장은 농협도금고출장소장까지 앉는 헤드테이블에 앉지 못하는 일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또 충북도 직원들이 청주시에 의전 때문에 시측에 항의한 적도 있다. 시는 지난 17일 열린 투자협약식에서 도지사 대신 참석한 정정순 충북도 경제투자본부장을 시장, 업체대표, 시의장 다음에 소개했다. 이에 도청 직원들이 ‘도지사 대신 왔는데 이럴 수 있느냐’고 항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지사의 반응은 의외다. ‘직원들이 지사님을 어려워하는 것 같다’라는 말에 “직원들이 나를 업신여기는 것 같은데요”라고 말할 정도다.

노사단체교섭에 지각한 도지사

지난 달 27일 충북도청 개청 사상 처음으로 노사가 단체교섭을 하는 일이 있었다. 충청북도와 충청북도공무원노동조합가 도청 소회의실에서 ‘2008년도 단체교섭’을 위한 상견례를 가진 것.

   
▲ 정우택 지사가 지난달 27일 충북도청에서 열린 공무원 노.사 단체교섭 상견례에서 노조원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육성준 기자

그런데 사측대표인 정우택 지사는 사상처음으로 노사단체교섭에 지각하는 기록을 세웠다. 상견례는 이날 오전 10시에 열리기로 되어 있었지만 정지사는 3분이 늦은 10시3분에 회의장에 입장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는지, 노조측에서 사측의 행태에 대해 지적을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노조측은 회의시작 5분전에 모두 자리에 착석해 있었다.

 이같은 일은 정지사가 노조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잣대중 하나인데다 그의 캐릭터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김재욱 청원군수의 강성 ‘캐릭터’도 화제다. 김군수는 방문객 앞에서도 비서직원에게 “야, 담배좀 가져와”라고 말하는 것은 물론 민원인들과의 대화시간에도 양말신은 발가락을 드러내놓고 여러사람이 보는 앞에서 장시간 만지작거리는 등 기대이하의 태도를 보여 빈축을 산적이 있다.

‘전투 공무원’ 늘어나

여기에다 지방의회들의 자치단체 견제감시기능이 크게 약화돼 있는 상태여서 자치단체장의 행태를 제어할 방법이 현재로서는 마땅치 않다. 지역행사에서 자치단체장을 수행하는 듯한 언행이나 자치단체장 칭송에 앞장서는 지방의회의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이기동 충북도의회 의장은 “집행부를 감시견제하는게 의회의 기본기능이기는 하지만 생산적이지 않은 의회활동은 지양되어야 한다”면서 ‘도정방향이 도민들에게 원하는 방향으로 가도록 하는 것도 의회의 기능“이라고 말했다.

자치단체장을 제어하지 못하다 보니 일부 공무원들 또한 안하무인인 경우가 잦아 말썽이 일고 있다. 모 방송국 간부는 “군청 공무원들은 모두 군수”라면서 “너무 거만하고 예의가 없다”고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또한 자치단체장의 눈에 들면 승진하는 현상에서 일부 공무원들의 ‘전투력’이 강해지고 있으며, 앞장서서 싸우는 ‘전사’들도 늘고 있다. 이제는 ‘해바라기’ 수준을 벗어난 시대에 돌입해 있다.

이재충 행정부지사가 지난 해 1월 23일 “의원이면 다냐”고 여성도의원에게 폭언했던 일도 이런 연장선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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