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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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리그
  • 안태희 기자
  • 승인 2008.07.01 1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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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희 정치부장

그들만의 리그가 시작됐다. 투수 정우택, 타자 남상우가 회를 거듭할수록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는데 관중들은 식상하다. 

   
▲ 안태희 정치부장

청주시청팀은 남상우 4번 타자를 비롯해 김충제 지명타자, 정증구 1번 타자등 강타선을 내세워 연승을 다짐하고 있다. 도청팀은 정우택 투수와 김전호 포수, 연영석 유격수등이 나섰다. 새로 영입한 이승훈 투수, 이종배 유격수는 몸이 좋지 않은지 벤치를 지키고 있다. 

청주시팀은 도청팀을 ‘이빨빠진 호랑이’라고 보고 업신여기는 기세가 역력하다. ‘해볼테면 해봐라’라는 식으로 덤빈다. 팀웍은 대단하다. 도청팀은 수비에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경기력이 연패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이번 경기에서 그나마 영패를 모면한다면 다행일텐데.

 몇 명 안되는 관중들은 청주시팀과 도청팀으로 나뉘어 서로를 야유하고 있다. 시팀은 한때 노조나 일부 시민단체로부터도 힘찬 응원가를 들을 정도로 팬이 많은데, 도청팀의 응원단은 영 시원치 않다. 이기용 관중도 “왜 청주시랑 자꾸 싸워요”라고 정우택 투수를 압박할 정도다.

 그러나 재미가 없다. 비라도와서 경기가 중단되기를 바라고 있지만, 양팀은 연장선에서도 승부를 좀처럼 가리지 못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연장전 횟수제한이 없으니 다음날 아침까지 경기를 할지도 모른다.

 이 경기에 대해 연일 신문, 방송에서 중계방송을 하고 있으나 시청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대신 미국산 쇠고기 수입파문으로 생긴 촛불집회 보도에 관심이 쏠린다.

 관심을 못 받아서 그런가. 리그의 수준이 떨어지고 관중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일부 선수들 사이에서는 마지못해 경기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그래도 열심히 싸운 몇몇 선수들은 구단주인 도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두둑한 보너스를 챙겼다.

 관중들은 언제 경기장으로 돌아올까. 부산갈매기들은 ‘가을에도 경기하자’면서 적극적으로 나선다지만, 관중들에 대한 서비스는커녕 제식구 감싸기에만 열중하고 있는 지금 돌아올 가능성이 낮다.

 이제는 관중들이 ‘옐로카드’를 들어야 한다. ‘옐로카드’가 효과가 없다면 다음에는 ‘레드카드’를 내밀어야 한다.

 민선4기 2년이 지났다. 서로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하려고 노력해도 부족한 판에 광역이든, 기초든 자치단체장들이 갈등하고 대립하느라 많은 시간을 버리고 있다. 이래서는 지방자치의 열매를 언제 따먹을수 있을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자기들끼리 싸우고 사과하고, 다시 싸우고 하느라 지쳤을테지만, 도민들은 치솟는 유가와 자녀 학원비 대느라 허리가 휠 정도다. 도민들에 대해 따뜻한 위로 한마디 하지 않는 그들을 우리는 지금도 자치단체장이라고 예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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