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에는 책을 읽자
상태바
휴가철에는 책을 읽자
  • 홍강희 기자
  • 승인 2003.07.2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휴가철에는 책에 파묻혀보자. 산과 바다가 부르지만 평소 못 읽은 책을 독파하는 것도 꽤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책속에 길이 있다’는 표현은 괜한 말이 아니다. 실제 책에는 이미 인생을 앞서 산 사람들의 지혜가 고스란히 담겨 있고, 동시대인들이 주는 말도 들어 있다. 굳이 통계수치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리나라 국민들은 책을 너무 읽지 않는다. 불경기 탓도 있겠지만 요즘 서점의 매출을 올려주는 책은 인터넷 소설과 학생들 참고서라고 청주시내 한 서점 관계자는 전했다. 소설이나 시집을 손에 들어본 적이 언제였던가. 이런 의미에서 ‘충청리뷰’는 몇 가지 책을 골라 소개한다.

'타고난 이야기꾼’ 황석영 표 삼국지
삼국지/ 나관중 지음·황석영 옮김/창작과 비평사

드디어 ‘황석영 표’ 삼국지가 나왔다. 총 10권으로 된 이 전집은 현재 입소문이 솔솔 나기 시작해 독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작가 황석영씨는 7년 동안 준비해서, 그것도 여러 사람이 함께 참여한 집단창작의 방식으로 이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다닐 때 삼국지를 처음 접했다는 그는 중학교, 고등학교, 군 제대 후에도 계속 읽었고 한국전쟁 후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는 으레 앞에 나가서 삼국지를 그럴 듯하게 이야기하곤 했다고 회상한다. ‘타고난 이야기꾼’으로 불리는 황씨는 이 때가 이야기꾼으로서의 전성기였다며 아이들 사이에서 ‘삼국지 이야기’가 대번에 유명해져 다른 반 아이들이 몰려올 정도였다고 털어놓았다.

황씨의 말이다. “이 책에서 어떤 이는 정의와 의리를 볼 것이며, 어떤 이는 권모와 술수를, 그리고 어떤 이는 경영과 처세를 읽을 것이다. 그런데 역시 삼국지를 읽는 맛은 가슴이 썰렁해지도록 밀려오는 사람의 일생이 덧없다는 회한과, 그에 비하면 역사는 자기의 흐름을 갖고 있으며, 어떤 식으로든 옳고 그름을 판결하게 된다든가 조금 주어진 생이지만 사람은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는 반성 등일 것이다.”

그는 수많은 삼국지 번역본을 보면서 아쉬움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래서 고전 그대로의 정신과 역사의식을 후대에게 전해줘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이 책을 썼다는 것. 또 어느 새 사라져버린 동아시아 사람들의 세계관이나 인간관을 되새기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고 덧붙였다. 부록으로 나온 ‘즐거운 삼국지 탐험’에서 전홍철 우석대 교수는 “이제까지 국내에서 출간된 삼국지 번역서 수는 일본보다도 많은 50여종에 달한다. 이렇게 엄청난 번역서가 쏟아져나왔음에도 아직도 제대로 된 번역서가 없다는 것은 번역서의 상당수가 원본을 축약하거나, 자의적으로 개편하여 본모습을 훼손시켰기 때문”이라며 황석영의 삼국지는 기존의 숱한 오역을 최대한 바로 잡았다고 장담했다.

“지금 당신의 부부는 문제없는갚
부부 살어 말어/ 오한숙희 지음/ 웅진닷컴

결혼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사람과 살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한다. 만인의 상담가인 오한숙희의 ‘부부 살어 말어’라는 책을 서점에서 우연히 잡으면 다른 사람들 지혜를 빌리기 위해 읽고 싶어진다. 서점가에서도 최근 이 책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한다. 이 책의 표지에는 ‘남의 부부 사는 이야기로 우리 부부 중간평가를 해보자’고 씌어 있다.
“하루 종일 집에서 어른다운 대화를 해보지 못해 ‘말하고 싶은 아내’와 하루 종일 집 밖에서 말하기 지쳐 ‘입다물고 싶은 남편’이 저녁에 집에서 만난다. 휴일 아침, 집귀신이 되고 싶은 남편과 나가고 싶은 아내가 서로 눈치를 살핀다. 아, 부부여 동상이몽이여”
그렇다. 부부는 때로 이렇게 사인이 안 맞는다.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된다. 그래서 오씨는 아내들에게 “알아서 해주길 기대하며 서운해하기보다 기분좋게 ‘옆구리 찌르는’ 아내가 현명하다”고 충고한다.

그리고 부부들에게는 주기적인 ‘부부결산’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음식을 먹으면 배설물이 생기듯 인간이 더불어 살면 감정의 찌꺼기가 끼게 마련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속내를 드러내고 둘 사이의 먼지를 털어내라는 것.
신혼이 지나고 나면 김빠진 맥주처럼 되는 것을 정상적인 단계로 알고 살았으나 이제는 사회에서 결혼 연수별로 부부를 위한 워크숍이나 프로그램들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그래서 부부학을 정립하고,  부부학교를 만들어 직장에서 직원들에게 정기적인 교육을 시키고 택시기사가 몇 년마다 적성검사를 받듯이 부부에게도 이런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풍부한 역사적 배경과
박재동 만화 곁들인 특별한 기행

박재동의 실크로드 스케치기행/ 박재동/ 한겨레신문사

만화가 박재동씨가 실크로드를 다녀와 쓴 글이다. 그래서 그런지 낯익은 느낌의 삽화가 글 사이 사이에서 얼굴을 내민다. 그는 책 표지에 “황톳빛 들판과 모래먼지…하얀 조각구름과 파란 하늘…이 기억의 황홀감 속에서 눈물이 나는 것은 그리움, 실크로드에 대한 아득한 그리움 때문이리라”고 썼다. 실크로드를 다녀온 지 한참된 지금도 그 곳이 무척 생각나는 모양이다. 낙타, 사막, 기다랗게 열지어 사막을 걸어가는 캐러밴, 이국여인의 매혹적인 춤과 노래, 오아시스, 양탄자, 그런 것들로 연상되는 실크로드는 정말 아름답다고 그는 말한다.

박씨는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 ‘바리공주’를 찍기 위해 장선우 감독과 작가, 실크로드 전문가 등과 함께 길을 떠났다. 다녀온 뒤 책을 내는 데만도 1년이 걸릴 정도로 사진과 메모 등을 엄청나게 준비해 왔다는 것. 이 책의 미덕은 뭐니뭐니해도 단순한 기행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풍부한 역사적 배경과 그때 그때 느낀 점, 현지 주민들로부터 들은 갖가지 이야기, 그리고 수많은 독자들을 매료시켰던 ‘박재동 표’ 만화까지 곁들여져 한 번 손에 들으면 끝까지 읽어야 직성이 풀릴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이 책을 쓰고 그림을 그린 것은 사랑의 힘이다. 내가 본 것을 혼자만 볼 수 없어 나누어 보고 싶고 전해주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 그 사랑의 힘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많은 그림을 그리지 못했을 것이다. 그 사랑에 감사한다”고 썼다. 총 2권으로 된 이 책의 1편은 호탄에서 페샤와르까지, 2편은 자금성에서 바양블라크 호수까지로 돼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