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피서는 시원한 무덤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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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피서는 시원한 무덤으로
  • 충청리뷰
  • 승인 2003.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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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특집 - 테마가 있는 박물관 기행 (4) -백제유물전시관

청주백제유물전시관, 300여기의 널무덤과 3기의 돌방무덤 보존

“얘들아, 여기 있는 유물들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아이들을 데리고 박물관을 가면 잊지 않고 던지는 질문입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잠시 생각을 해보고 대장간이요, 금은방이요, 인사동이요, 시골이요...... 라며 당연하다는 듯 답을 합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옛날에는 사람들이 죽으면 그 사람이 쓰던 물건이나 지위를 상징하는 보물 따위를 묻어 주었다고 하면 “에이, 아깝게 왜 묻냐 팔던가 가보로 물려주지.......” 역시 요즘 아이들 수준에 맞게 답을 하지요. “만약 이렇게 하지 않았다면 그 당시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라고 반문을 하면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 맞아, 정말 그러네.” 하며 서로의 얼굴을 쳐다봅니다.

이렇게 박물관 수업을 하고 정말 그런지 확인하기 위해 가는 곳은 바로 무덤입니다. 죽은 사람과 물건들을 묻었던 무덤으로요. 아이들은 ‘무덤’이라는 말만 듣고도 무섭다며 소리를 지르지만 “올 여름 더위는 선생님께 맡겨다오, 내가 책임진다.”며 너스레를 떱니다. 멀리 가냐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청주 흥덕구의 신봉동으로 향합니다. 봉명동 사거리를 지나 농수산물시장을 지나다 보면 산이라 하기엔 작은 언덕 같은 곳이 보입니다. 한 눈에 보아도 무덤과 흡사해서 금방 찾을 수 있지요. 잔디가 없는 점만 빼고요. 우리의 목적지가 바로 그곳입니다.

그렇다면 다른 곳도 많은데 왜 이곳에 무덤이 있을까요?  그것도 1기가 아니라 300여기의 대형 무덤의 모습으로요. 그 답은 바로 지형 때문인데요. 전시관에 들어가기 전 사방을 둘러보면 산과 물이 가까이 어우러져 있어 지금도 사람들이 모여 사는 것처럼 오래 전에도 사람들이 살았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청주는 무심천과 미호천이 감싸는 넓은 들과 낮은 산들이 많아 사람들이 살기 좋은 곳입니다. 그래서 멀리 선사시대부터 인류의 생활 흔적들이 곳곳에 나타나 있고, 고대국가 성립 전후에는 다른 여러 나라들과의 문화교류를 통해 백제가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이곳이 한때 백제였다는 그 증거는 지명에서도 찾을 수 있는데 흥덕구, 상당구로 나누는 ‘상당구’는 백제 때 청주의 지명인 ‘상당현’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청주백제유물전시관’은 1982년 학술조사를 통해 무덤과 유물들이 나오자 사적319호로 지정되어 보존되었습니다. 그러다 5차례의 발굴조사를 통해 300여기의 널무덤과 3기의 돌방무덤이 발견되었는데  이것이 백제 최대의 무덤유적으로 알려지자 문화권유적정비사업으로 선정되어 2001년 11월에 개관했습니다.

이 곳에서는 많은 토기와 철기류, 장신구가 출토되었는데 공격용 무기인 큰 칼과 창, 화살촉, 방어를 위한 갑옷과 투구 그리고 말을 타기 위한 재갈과 발걸이를 통해 당시 인접 국가들과의 치열한 전투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생활도구도 발견되었는데 음식물을 담아 보관했던 단지, 바리, 지금의 머그컵과 똑같이 생긴 손잡이 있는 잔 등의 토기류는 백제시대만의 형태라고 합니다. 또 금동제 귀걸이, 목걸이 따위의 장신구도 나와 신라 금관의 화려함에 비기지는 못하지만 당시 권세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어 아이들이 이해하기에 좋습니다. 

아이들에게 무덤을  만드는 방법과 이름을 하나하나 일러주며 그 자리에 주저앉아 그려보고, 사람들이 이런 무덤을 어떻게 만들었을지 모형관을 통해 살펴보면 적지 않은 사람들의 노동력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느낄 수 있습니다. 또 실제 무덤 속의 사람과 물건을 배치해 놓은 무덤 속을 보며 유물의 존재여부를 확인시키면 이곳에 온 목적은 끝이 납니다. 어때요? 더운 여름 냉방장치도 시원하고, 공부도 하고, 방학과제물도 해결할 수 있는 일석삼조인” 백제유물전시관”으로 아이의 손을 잡고 가지 않으실래요?
 

무덤용어설명

*움무덤, 널무덤: 토광을 파고 널이나 덧널을 묻은 것으로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 주로 신분이 낮은 사람의 것으로 추정됨
*독무덤: 주검을 항아리에 넣어 묻는 것으로 영산강 유역에서는 토착 지배세력의 무덤으로 사용 무덤 안에서 금동관을 비롯해 최고의 신분계층이 사용하던 유물들이 출토됨
*돌덧널무덤: 직사각형의 네 벽을 돌로 쌓아올린 후 뚜껑을 덮은 형태. 상층에 속한 신분의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양식
*돌무지무덤: 고구려의 영향을 받은 무덤으로 돌을 이용하여 3~5단의 계단을 쌓고 주검을 안치한 것으로 서울의 석촌동 일대에서 많이 발견
*돌방무덤: 돌을 쌓아 방을 만들고 드나드는 문을 설치한 후 주검을 안치한 것으로 주로 지배층의 무덤으로 사용
*벽돌무덤: 중국 문화의 영향으로 만들어졌으며 무녕왕릉과 송산리 6호분이 대표적
*화장묘: 불교의 영향으로 화장한 후 뼈를 항아리에 담아 묻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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