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위급함 알렸다는 봉수터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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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의 위급함 알렸다는 봉수터 찾아보자
  • 충청리뷰
  • 승인 2003.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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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와 함께 하는 역사기행 (13) -것대산

청주모습 한 눈에 들어와, 송덕비도 발견

아이들: 선생님 힘들어요. (궁시렁 궁시렁......) 헉! 헉! 숨을 쉬는데 가슴이 아파요.
선생님: 이 녀석들아, 뭐가 힘들어
이 길이 바로 옛사람들이 서울로 가던              길목 이었다는 건 알아? 개나리 봇짐장수 말이야. 바리바리 짐들을 등에, 허리에 매고 서울을 가기위해 청주를 빠져나가는 길목. 상상은 할 수 있겠지. 어디 그뿐이야. 이산이 옛날에는 청주에서 가장 높은 산이었다는데. 그래서 이산 꼭대기에는 봉화를 올리는 봉수터가 있다지 아마~.
아이들: 정말요. 봉수터가 있는 제일 높은 산이라구요. 아니 우리가 이런 산을 오르고 있다          니. 그럼 그 시대 봇짐장수나 서울을 오가는 옛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힘을 가졌기에 그럴 수가 있을까?

이렇게 아이들과 두런두런 이야기하며 오르고 있는 이산은 ‘것대산’이다.
‘것대’는 상당산성 밖 남쪽에 있는 마을을 뜻하며 ‘거죽’이라고도 한다. 것대산은 해발 484미터의 높은 산이다. 거질대산 또는 상령산 이라고도 부르는 이산에는 조선시대 통신수단 이었던 봉수가 있던 곳이기도 하다. 봉수는 멀리까지 잘 보이는 높은 산봉우리에서 밤에는 불빛(烽),낮에는 연기(燧)로 위급한 소식을 알리는 옛날의 통신방법이다. 조선시대 것대산의 봉수는 남쪽으로 문의면 소이산 봉수에서 신호를 받아 북쪽 진천읍의 소을산 봉수로 연결하는 역할을 하였던 곳이기도 하다.

이런 것대산에 오르는 길은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상당산성 들어가는 맞은편의 샛길을 이용하는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산 아래에서부터 차근차근 옛길을 밟아보며 오르는 길이 있다. 여기에서는 두 번째 방법을 소개 하고 싶다.

옛길을 밟아 산을 오르는 길은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아 가족끼리 만의 조용한 시간을 즐기며 산행을 하기에 좋다. 여기에 아이들과 옛사람들이 오르내리는 그때를 생각하며 옛길과 오늘날의 도로에 대해 이야기도 해보고, 오르는 길에 있을 송덕비, 약수터, 봉수터의 순을 먼저  찾아보는 게임도 해보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오르는 길 여기저기에 어울리지 않게 꽂아둔 깃발을 볼 수가 있어 아이들에게 한번 물음을 던져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이런 방법으로 산을 오르게 되면 아이들 궁금증이 커지게 되어 지루해하지 않는다.

이렇게 산을 약30분쯤 올라 눈을 크게 하고 주위를 잘 살펴본다면 왼편으로 돌에 새겨진 송덕비도 볼 수 있다. 송덕비는 그 지방을 다스리는 수령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만든 비인데 세월이 지나서 인지 누군가에 의해서 인지는 모르지만 돌에 새긴 글들이 여기저기 훼손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더러는 옛부터 내려오는 남아선호사상으로 인해 누가 볼새라 우리네 어머니가 몇 글자 떼어 갈아 마시기도 했다는 곳. 그래서 아들을 낳았다는 이야기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여기 송덕비를 지나면 곧바로 약수터가 나온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절로 약수 물을 마시게 되어 목줄기의 시원함이 있는 곳이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상봉재 또는 상봉고개, 것대고개 라고도 하는 것대산의 고개가 나온다. 여기서 상봉이라는 말은 그 주변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의 산을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고개를 지나면 오른편으로 밧줄을 타고 오르는 길이 있다. 이때쯤이면 아이들은 “아직 멀었어요. 얼마나 가야 돼요?.”라며 힘들다고 짜증을 낸다.  그런데 갑자기 산에서 밧줄이 내려와 있는걸 보면 너나없이 먼저 밧줄을 타고 싶어 안달이다. 끙끙거리며  힘들게 힘들게 밧줄을 타고 오르는 녀석들. 하하, 호호, 히히, 으하하하 웃음으로 한바탕 산이 울릴 정도다. 눈 덮인 겨울이라면 더없이 재미있으련만......

밧줄을 타고  15분쯤 더 가면 아! 드디어 봉수터가 있다는 정상이다. 그런데 있다던 봉수터는 현재 이곳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개인의 묘소 때문인지 불을 피우던 봉돈과 연기를 올리던 수대 등의 시설을 볼 수 없어 실망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도시의 모습은 와아! 에서부터  야호! 까지 저마다의  감탄 소리로 뒤범벅이 된다. 이곳에서는 아이들과 손수건을 흔들며 또는 준비한 몇 장의 종이뭉치로 봉수 올리는 장면을 재현해 보면 좋다. 또 그 시대 봉수지기의 책임이 얼마나 큰가도 이야기해 보면 어떨는지?

이렇게 청주에서 가장 높았다는 산, 그래서 김정호가 그린 대동여지도에는 거대산이라 적혀있는 그 산 것대산에 올라 보자. 그리고  옛사람들이 오르내렸다는 옛길과 나라의 위급함을 알리는 봉수터의 모습을 재현하여 만화로 그려보자. 또 앞으로는 어떤 모습으로 남겨둘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어보면,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여기저기 꽂혀있는 깃발에 대한 생각도 아이들 스스로 정리가 될 것이다.올 추석 한가위 날에는 아이들과 함께 것대산의 정상에서 좀더 가까운 달구경도 해보자. 그 느낌이 새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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