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근형사 ‘근무는 춥고 승진은 배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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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근형사 ‘근무는 춥고 승진은 배고파’
  • 이승동 기자
  • 승인 2009.03.25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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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위근속제로 배만 불뚝한 ‘항아리구조’도 문제
시험경쟁은 날로 치열···임무 차질, 불협화음도

 

   
▲ 계급사회가 뚜렷하게 정착된 경찰조직에서의 승진은 어떠한 사기진작책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핵심요소이면서 큰 활력소가 되고 있지만, 그 부작용도 뒤따르고 있다.

경찰 승진 무엇이 문제인가
경찰공무원은 ‘승진을 먹고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계급사회가 뚜렷하게 정착된 경찰조직에서의 승진은 어떠한 사기진작책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핵심요소다.

경찰승진제도는 경정 이하의 경찰관에게 시험을 비롯, 다양한 승진기회를 제공하고 있어 다른 조직에 비해 큰 활력소가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 일반 순경이라 할지라도 ‘경찰의 꽃’이라 불리는 총경을 바라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에 경쟁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이에, 경쟁이 지나쳐 임무수행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은 물론, 동료 직원들과 불협화음이 생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만큼 승진에서의 투명성과 합리성은 분명 보장돼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여기저기서 불안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인력, 항아리 구조 형성
경찰관의 승진종류는 심사승진, 시험승진, 특별승진, 근속승진 등 4종류로 다른 공무원 조직보다 승진의 통로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감, 경정 계급에 경찰대, 간부후보생 출신들이 승진의 중심이 되면서 순경에서 부터 시작한 토박이 경찰들에게 승진가능성은 갈수록 희박해지고 있다.

일반 경찰관들에게 심사, 시험, 특별 승진은 하늘의 별따기이면서 큰 부담이다. 그나마 근속승진을 기대해 볼 수 있다지만, 이도 순경에서 6년, 경장에서 7년, 경사에서 8년으로 결국 퇴직 할 때 쯤, 가까스로 간부급인 경위까지 승진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순경에서 경감까지 승진하는데 평균 27년이라는 장기간이 소요된다. 일반직 공무원이 9급에서 6급까지 18년 정도 소요되는 것도 큰 차이가 난다.

충북지방경찰청 계급별 인원 현황에 따르면, 전·의경을 제외한 충북지역 총 경찰관 인원수는 2893명으로 치안감1명, 경무관1명, 총경17명, 경정36명, 경감112명, 경위892명, 경사1050명, 경장589명, 순경195명으로 최하위직은 줄어드는 반면, 간부급인 경위와 경사가 점점 비대해지고 있어 ‘항아리구조’의 기형화 현상에까지 다다르고 있다.

하지만 경감 이상 급은 총경찰관수의 5%로 밖에 되지 않는다. 그나마 2006년부터 사기진작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경위근속제’로 인해 간부급까지는 승진할 수 있는 길이 마련 돼 경찰관의 말단 하위직 퇴직은 면하게 됐다. 그러나 후유증도 뒤따르고 있다.

경위 과잉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지휘체계에 혼선이 야기되는 것이다. 현재 일선 경찰서나 지구대 등에는 ‘경위 팀장’ 아래 ‘경위 팀원’이 함께 근무하면서 업무처리 과정에서 갈등을 빚고 있기도 하다.

이로인해 일선에서 발로 뛰는 경찰관인 순경의 부재로 업무상 뛰는 경찰관의 공백이 생긴다는 문제점이 지적되기도 한다.   

일선 지구대 관계자는 “지구대장인 경감 밑에 3~4개 팀이 구성돼 있는데 경위급 팀장 아래 같은 계급인 경위가 평균 2~3명가량 함께 근무하는 곳도 있다”며 “사건 발생 시 지휘관만 있고 임무수행자는 부족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심사는 일선서, 시험은 지구대가 최고
심사 승진에 있어서 일선 경찰서에서 근무해야 유리하다는 것이 경찰조직에서의 일반적인 이야기다. 지방청이나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것보다 일선서에서 근무할 경우 근무평점을 주는 직속간부와 접촉이 수월한데다 상대적으로 경쟁도 심하지 않아 혜택이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작년 시행된 심사승진에서의 50%가 일선서 근무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심사 또는 시험승진을 노리는 경찰관이라면 각각의 특성에 맞는 부서에 근무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모든 사람이 만족하고 합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완벽한 인사는 없겠지만, 현행 인사제도가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기에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경찰 승진시험 준비를 위해서는 지구대를 선호하는 하위직 경찰들이 늘고 있다. 경찰 승진시험은 1년에 한번 시행된다. 일반적인 승진인, 시험에 있어서 경찰관들에게는 최고의 기회인 셈이다.

이에 경찰관들은 시험대비를 위해 근무시간을 탄력 있게 이용할 수 있는 보직을선호 하고 있다. 경찰청 인사과 관계자는 “지구대에서 승진시험에 통과하는 인원이 많지만 지구대에 근무하는 인원이 많다보니 승진시험 응시자 또한 많기 때문에 따르는 결과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선 경찰관들의 생각은 다르다.

지구대의 경우 근무체제가 3교대로 이루어지면서 승진시험에 대비할 시간적 여유가 다른 부서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에 비해 더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일부 하위직 경찰들의 경우 지방청이나 경찰서보다 일선 지구대 근무를 선호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작년 승진시험에 통과한 경찰관은 “비번이 오면 도서관에 가서 시험을 준비해왔다”며 “승진을 하는데 지구대에서 근무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경찰 순경 공채를 준비하는 청주대 법학과 수험생은 “일단 순경공채시험에 합격하면 승진시험에 매달려 초고속승진을 하고 싶다”며 “경찰근무에 대해서 구체적인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총경까지 꼭 하고싶다”고 말했다.     

외근형사 불리한 승진 시스템
이에 반해, 일반 외근 경찰관들은 주로 범인 검거를 위해 출장이 잦은 업무 특성상 승진시험이나 인사고과에 제대로 준비할 수 없어 내근 부서 근무자보다 상대적으로 불리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외근부서 근무자들은 이를 보완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흥덕경찰서 강력반에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대부분 강력반 형사들은 승진시험에 붙을 가능성이 적어 시험을 보려는 생각도 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면서 “위험부담을 안고 근무하는 외근부서인 만큼 배려가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이에따라 수사 경력 5년이상 베테랑 외근 경찰관들의 인원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 전문성을 뛴 형사들의 부재로 수사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외근 경찰관들은 주로 범인 검거를 위해 출장이 잦은 업무 특성상 승진시험이나 인사고과에 제대로 대비할 수 없어 내근 부서 근무자보다 상대적으로 불리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외근부서 근무자들은 이를 보완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간부급 경찰관계자는 “현행 경찰승진 시험은 순위로 결정되기 때문에 희비가 엇갈릴 수밖에 없다. 경찰 본연의 업무수행 능력이 아닌 시험문제 한 두 개 차이로 떨어지는 것은 안타깝다”며 “어느 정도 점수가 되면 승진명단을 만들어 각 계급에 대한 충당인원이 비는 경우 발령나는 형식으로 공평한 승진제도가 도입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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