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코리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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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코리안 드림’
  • 이승동 기자
  • 승인 2009.04.30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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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류 외국인 증가...‘범죄율 늘까’우려
불황에 제도적 모순 겹쳐 불법 체류 양산

중국인 A(22)씨는 2008년 학생 비자로 입국해 청주 모 대학에 입학했다. 부모가 보내준 돈과 아르바이트로 등록금을 내며 근근히 생활해 왔다. 그러나 집안 형편이 어려워져 집에서 보내오는 학비가 부족했던 탓에 그는 항상 생활고에 달려야만 했다. A씨는 조금이나마 생활비를 보태기 위해 한 공장에 취직했다. 풍족하지는 않지만 졸업이라는 한 가닥 희망을 걸며, 생활해 왔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경기침체의 여파로 공장에서 해고 통지를 해온 것이다. 급기야 A씨는 편의점에서 생필품을 훔치다 주인에게 들키고 말았다. 다행히 자주 이용하던 편의점이어서 주인의 배려로 처벌은 면했지만, 주위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에 괴로워하고 있다.   

   
▲ 도내에 외국인 체류자들이 늘어나면서 외국인관련범죄도 매년 늘고 있다. 사진은 2005년 수억원대의 금품을 털어온 중국인 혼성절도단과 장물들.

외국인 노동자가 우리의 노동현장에 유입되기 시작한지 10년이 넘어서고 있다. 처음에는 부족한 인력을 충

   
원하기 위해서 도입했던 외국인인력수입이 우리에게 하나의 사회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경기불황에 거리로 내몰린 외국인들이 ‘범죄자’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입국해 내국인이 기피하는 3D 현장의 선봉에 서있었지만 경기침체로 우선적인 해고 대상자가 되면서 각종 범죄에 연루되고 있다.

또 그들은 사회적 지위가 낮은 불안정한 직업에 종사하거나 전직이 잦은 탓에 사회에 적응할 기회가 적고, 직업의 유무와 범죄가 일정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은 부정 할 수 없다.

이렇듯 도내에서 외국인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외국인 범죄가  매년 급증하고 있는 현실이다.특히 경찰은 외국인 범죄의 경우 예전엔 보이스피싱 등 지능적인 범죄가 대부분이었으나 요즘은 불경기로 직장에서 내쫓긴 외국인근로자들이 생계유지를 위해 단순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충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외국인 범죄는 385건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07년 한해동안 286건이 발생한 것에 비해 100건 정도가 늘어난 수치다. 올해도 지난3월까지 모두99건의 외국인 관련범죄가 발생해 10명이나 구속될 정도로 도내에서 외국인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불법체류자 속출, 범죄우려 
경찰은 일단, 충북지역 체류 외국인이 많아지면서 외국인 범죄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청주출입국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충북지역 체류 외국인은 지난 2007년 2만700명, 지난해에는 2만1000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정확한 현황 파악이 어려운 불법 체류자까지 합치면 그 숫자는 훨씬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감원 바람에 가장 먼저 희생되거나 외국인 고용이 많은 중소 업체의 휴ㆍ폐업이 늘어나며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재취업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부족할 뿐 아니라, 취업 횟수 제한 등에 걸려 어려움이 많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불법체류자의 속출로 더 많은 외국인범죄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충북지방청 외사계 관계자는 “충북에 사는 외국인이 늘면서 외국인 범죄 역시 다소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며 “통계적으로 파악된 외국인외에 불법체류자들도 많아 외국인범죄가 발생하면 소재를 파악하는데도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또, 충북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관계자는 “외국인이 직장에서 해고된 뒤 2개월내 재취업을 하지 못하면 불법체류자로 전락하고 생활고에 시달리다 ‘한탕’을 노린 범죄 유혹에 쉽게 빠져 들수 있다”고 말했다.

사업장 3번 바뀌면 떠나야
이런 상황에서 체류기간 3년에 사업장 변경 3회, 구직기간 2개월로 제한된 고용허가제 규정은 외국인 근로자들을 더욱 움츠러들게 한다.

실직 후 2개월 안에 새 직장을 구하지 못하거나 네 번째 직장이 부도날 경우 비자기간이 남아 있어도 출국해야 한다. 이 때문에 부당한 근로조건을 당연하듯 받아들이는 경우가 허다하고, 제한에 걸리면 불법체류자로 남겠다는 유혹에 빠지게 된다. 이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불법체류를 택하는 것은 대부분 이들이 한국으로 오기 위해 치렀던 막대한 규모의 비용 때문이다.

2007년 취업비자를 받아 입국한 스리랑카인 고마르(29)씨는 현재 불법체류자다. 네 번째로 다녔던 충북 진천의 화학품 제조회사가 지난해 12월부도가 났다.

‘고용허가제’의 사업장 변경 횟수 제한 3회에 걸려 귀국해야 할 처지였지만, 불법체류를 택했다. 그는 “한국에 오느라 1000만원을 써 그냥 돌아갈 수 없다. 봄이 되면 아르바이트라도 해 돈을 벌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건수 외국인노동자인권복지회 소장은 “외국인 근로자들은 대부분 빚을 지고 오기 때문에 최소 2년 이상은 일해야 겨우 본전을 찾는 상황인데 불과 몇 개월 만에 돌아갈 수 있겠는가”라며 “현재 도내에 4000~5000명의 미등록 체류자들이 머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불법체류자가 더 많아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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