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당첨돼도 이 자리 떠날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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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당첨돼도 이 자리 떠날 수 없어요”
  • 이승동 기자
  • 승인 2009.05.13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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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년 내덕이용원 운영하는 김기옥 씨

   
63년을 한결같이 ‘한 우물’만 파며, 나름대로의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바로 김기옥(77) 내덕이용원 이발사. 14세부터 잡아온 가위를 단 한번도 놓지 않았던 김씨는 자신의 일을 평생 즐긴 덕분인지 70대 노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외모를 갖고 있다.

그의 일터는 3평 남짓한 허름한 이발소. 이곳에서만 42년째 문을 열고 영업 중이다. 청주에서 가장 오랜 경력, 가장 오래된 이발소라는 점에서 내덕이용원의 전통은 이미 유명하다.

김씨는“이제는 처음 오는 젊은 손님은 찾아볼 수 없지만, 멀리서는 괴산, 옥산, 오창 등에서 꾸준히 찾아주는 단골손님들 생각에 쉬고 싶어도 쉬지 못하며 일한 세월이 어느새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김씨의 이발관은 다른 이발관에 비해 반값으로 손님을 모시고 있다. 손님들의 대부분이 60~80대 어르신들이기 때문에 어렵게 찾아오는 고마움의 표시로 차비라도 드리고 싶은 김씨의 배려 때문이다. 그는“다른 이발관에서 말들이 많았지만, 이용사 구역회와 담판을 지고, 15년 전부터 반값을 고수하고 있다”며 “가위를 놓을 때까지 가격을 내릴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발관 뒤쪽 내덕동사무소 신축공사가 끝날 즈음, 이사를 가야하는 김씨는 걱정이다. 42년 동안 구석구석 자신의 손때가 묻은 정든 이발관을 떠나야 하는 슬픔은 물론이고, 연세 드신 어르신들이 제대로 찾아올 수 있나 하는 노파심에서다.

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이 근방에서 새 이발관을 열겠다는 김씨는“특별한 서비스도 없고, 시설도 오래돼 모두 낡았지만, 손님들의 고달팠던 지나온 한 세월 얘기를 들어주면서, 한 시름 풀어놓고 가는 이발소로 마지막까지 남고 싶다”며 “이제는 손님들과 정이 들어 로또가 당첨돼도 이곳을 절대 떠날 수 없다”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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