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폐적인 게임벌칙 강요하는 대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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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폐적인 게임벌칙 강요하는 대학가
  • 이승동 기자
  • 승인 2009.05.28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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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쉬'하며 넘기는 여학생, '왕따'걱정에 나홀로 속앓이
대학 의무 설치 성폭력상담소 피해자 이용기피 '유명무실'

   
▲ 대학내 성희롱,성추행 사건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러나 은폐되는 사건들이 많아 예방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모 대학 법학과 김모(21·여)씨는 “술을 못 먹는데도 연이은 선배들의 술자리 강요와 몸매에대한 선배들의 노골적인 농담을 들으면서도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다. 괜히 문제 삼았다가 어떤 결과가 돌아올지 불안하기 때문이다.

친구들에게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지만 해결책이 나오지 않았다. 주위학생들은 그냥 넘기는 것이 낫다는 충고까지 해줬다”며, 하소연 했다.

후배로서 반감을 사는 행동을 보이면 동아리 등 집단화로 이뤄지는 대학생활에 혹시 ‘왕따’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다.  

대학내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성희롱은 학생들의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또 성희롱의 가해자는 대부분 선배일 경우가 많다. 김씨는 “선배이기 때문에 대놓고 기분 나쁜 티를 내기 어렵다”며 겉으로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 하는 게 차라리 마음이 편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듯 대학 내 성희롱은 암암리에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성희롱은 아직도 끊이지 않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큰 관심을 끌지 못하거나 묻혀 버리는 일이 빈번하다. 물론 대학생은 이미 성인이기 때문에 스스로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판단에서이긴 하지만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갓 성인이 된 이들에게 학교 내의 성희롱이 주는 충격은 버겁기만 하다.

지난 3월 청주시내 A대학 과MT에서 벌어진 성희롱사건이 사회적 문제로 수면에 떠오르면서, 대학 내 개념 없이 이루어지는 성문화에 대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선배들로 하여금 술자리에서 여 후배들의 성적수치심을 느끼게 한 게임벌칙 등이 문제가 됐던 이 학교 MT사건. 평소 술자리에서 개개인 별로 자연스레 일어나는 일들이었지만, MT를 계기로 후배들의 집단화가 이뤄지면서,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담당교수는 “이번 사건으로 학생들과 교수들이 큰 충격을 입었다. 더 이상 생각하기 싫다”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학교측은 곧바로 대책위원회를 열고 가해학생들에게 권고휴학1년을 비롯, 사회봉사 최고 150시간의 징계를 내렸다.
이에 한 여성시민단체 관계자는 “징계가 너무 과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학교 측의 규정과 체계가 잘돼있기 때문에 그 규정대로 따른 것이다. 대책회의를 열어 징계수위를 결정하기 때문에 적어도 주먹구구식으로는 해결되지 않고 신뢰를 보였다. 학교가 자체적으로 해결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본 방법을 갖고 빠른 대책을 모색한 것이 돋보였다”고 말했다.

이 같은 대책위원회도 없어 ‘쉬쉬’거리면서 무마 시킬 때, 갈등이 일어남은 물론, 성희롱 사
건이 해프닝으로 끝나기 보다는 개념 없는 성문화를 바꿀 수 있는 중요한 계기마련에 큰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학생 자치기구 나서야
현재 각 대학들은 성폭력 상담소를 의무적으로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그만큼 피해 학생들은 가까운 곳에서 도움을 받기 쉬워졌다. 뿐만 아니라 교수, 학생, 외부시민단체 관계자로 이루어진 대책위원회 구성, 정기적으로 이루어지는 성희롱 예방교육과 포스터 홍보 등 성희롱과 관련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여성시민단체 관계자는 “‘상담소가 있느냐’도 중요하지만, 이것은 마지막 수단이고, 우선적으로 학생들 자치기구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며 “학생들 입장에서 홍보를 하고, 성관련 문제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것이 더 큰 효과로 돌아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학내 학생 자치기구인 총학생회나 여 학생회는 문제해결이나 예방책을 학교측에 의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성희롱 사건이 이루어지기전 까지 대책이나 차후 정보에 대해 전무한 상태다. 청주 모대학 학생회 간부는 “학교 측의 노력으로 성희롱 사건이 많이 줄었다. 여 총학생회도 없어진지 오래기 때문에, 교내 성희롱 상담소의 대책과 처리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윤기택 청주대 법학부교수는 “가벼운 성희롱은 공동체의 화목한 분위기를 위해 참으려는 피해자들의 의식 개선이 시급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개인의 힘으로는 어려운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학생자치활동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 실례로 교내 성희롱예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청주소재C대학 총여학생회 회장은 “MT에서 성희롱 관련사건이 많이 일어나고 있지만, 그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동료학생들이 모여 서로를 알아 가는데 합숙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만큼 좋은 방법도 없다”며 “사건 사고에 대비해 MT를 떠나기 전 성관련 서약서 작성, 요즘은 당일치기나 1박2일로 MT기간을 줄이고 있어 성희롱 사건은 찾아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술자리 ‘게임’은 곧 성희롱으로
대학생들의 사건사고 대부분은 술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여자후배들에게 성회롱을 하거나 남자후배들을 상대로 한 구타, 여전히 술 강요로 사망하는 학생이 있기도 하다. 대학내 군대식 문화가 여전한 것이다.

짧은 시간에 대학생을 만취하게 만드는 계기는 다름 아닌 ‘게임’이다. 어색한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고 흥을 돋우기 위해 사용되는 술자리 게임은 종류도, 스케일도 다양하다.

주로 사용되는 일명 ‘왕게임’에선 제비뽑기로 정해진 왕이 모임 참석자에게 뭐든 시킬 수 있다. 일부 참석자는 게임 규칙을 묘하게 적용해 스킨십을 유도하는 등 모임 분위기를 선정적으로 끌고 가기도 한다. 왕게임을 하면서, 강제적으로 남녀 간 성적 행위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것이 한 예. 

청주 모 대학가주변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안정석(32)씨는 대학생들 사이에서 게임은 이제 술자리에서 빠질 수 없는 문화가 돼버렸다”며 “게임을 유도하는 남학생들도 문제지만, 성희롱이 될 수 있는 게임내용에 있어서도 여학생들은 재미삼아 넘어가며, 동료학생과 의식 없이 입맞춤까지 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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