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집 보리밥에 시름을 내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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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집 보리밥에 시름을 내던지다
  • 안태희 기자
  • 승인 2009.05.28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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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와의 맛집토크] 박재규 충청타임즈 회장

박재규(57) 충청타임즈 회장을 만난 곳은 의외로 숲속에 있었다. 운천 제1공원안에 있는 너와집이 그가 가끔 찾는 ‘숲속의 집’이었다. 운천동쪽에서 약 100m정도 올라가다가 나온 오솔길을 따라 올라서니 작은 마당을 가진 너와집이 눈에 들어왔다.

▲ 박재규 회장과 너와집 보리밥 /육성준 기자
꽤 오랜 시간을 머금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너와집을 시내 한복판에서 보는 것도 신기하려니와 이 집주인이 내온 보리밥과 된장찌개도 놀라움 자체였다. 방안에는 둥그런 상이 두 개 있는데, 한 끼에 한 팀만 예약제로 식사를 할 수 있다고 한다.

“머리 식히고 싶을 때 한 두시간 정도 있다보면 좋지요. 이곳은 아는 사람만 아는데다 다른 사람한테 방해받지 않고 식사할 수 있어 괜찮아요”

KBS 민완기자와 CJB사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충청타임즈 회장을 맡고 있는 대선배와의 보리밥집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됐다. 박 회장은 “언론환경이 피폐해지고 있어 참으로 안타깝다”면서 “그만큼 사회구조가 복잡해지고, 다양화한 것도 있지만 언론이 적응하지 못한 책임도 크다”고 말했다.

박회장은 “이런 상황에서 언론에 투자해 언론의 본질을 살리는데 기여하는 기업인은 사회를 위해 큰 일을 하게 되는 것”이라면서 “그런 분이 나타난다면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권리를 다 양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난립하고 있는 지역신문사의 통합 또는 구조조정을 위한 언론사주의 ‘내던짐’으로 들렸다.

“삼성같은 회사가 왜 경쟁력이 있겠는가. 좋은 환경에서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기 때문이지 않느냐. 월급도 못주면서 언론한다고 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하루라도 결제를 늦추면 문닫겠다고 공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 운천제1공원내에 있는 너와집. /육성준 기자

박회장이 지역언론사나 언론인들이 시장경제하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잘 모른다고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그의 말대로 ‘열정도 떨어지고, 어느것 하나 제 색깔을 내지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자못 심각한 것 또한 사실이지 않는가.

이 집에서 내놓은 것은 보리밥은 집주인의 구순 시어머니가 갓뜯어온 취나물, 된장찌개, 호박무침등 비벼먹기에 알맞은 건강식으로 꾸며졌다. 옛날에 시골에서 비벼먹던 그 맛도 지금의 이 맛을 따를 수 있을까.
구수한 된장찌개 맛 때문일까. 솔직담백한 그의 말들이 이어졌다. 그는 “가장 큰 문제는 이런 지역언론의 문제를 일부 지역언론들이 냉소적으로 바라보고 외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가 ‘메시아’처럼 언론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업인을 원하는 것일까.

▲ 너와집 보리밥
그는 1시간 30분 동안 ‘언론이 사회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것’, ‘사회 자체도 진정성을 확립하는 것’, ‘독자들도 지역언론에 대해 지나친 편견을 버리는 것’, ‘냉소적으로 살아가지 말 것’, ‘언론인이 가장 전문가가 될 것’등을 바랬다.

언론의 부활을 꿈꾸는 박재규 회장, 아니 ‘박재규 기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많은 생각이 오간 숲속의 점심시간이었다.

▲ 집주인이 직접 기르는 무공해 채소

괜히 알려지는 것을 꺼리는 듯한 이 집의 ‘정체성’(?)을 보호하고자 전화번호가 무엇인지 묻지 않았다. 소탈하고 소화 잘되는 점심시간이 필요한 분들은 박회장에게 직접 물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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