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用 신체검사 받는데 ‘단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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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면허用 신체검사 받는데 ‘단1분’
  • 이승동 기자
  • 승인 2009.06.04 0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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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원 내면 그 자리서 합격도장 ‘너무허술’ 이구동성
정신질화·약물병력 여부도 본인 지재토록 돼 있어

   
▲ 청주 운전면허 시험장 내 신체검사장에서 한 운전자가 검사를 마치고 합격 판정 도장을 받고 있다.
운전면허 시험장에서 이뤄지는 신체검사가 형식적이고 허술하게 이뤄져 ‘운전부적격자를 판단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자아내고 있다. 본인에게는 신속하게 이뤄지는 신체검사가 편할 수도 있겠지만, 상대방 운전자를 생각하면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도로에서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은 허용된 위험을 상대운전자에게 주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신체검사가 어떤 운전면허시험보다 까다로워야 하지만, 운전 면허시험장의 신체검사는 ‘눈감고 아옹’하는 식으로 허술하기 짝이 없다.  

“왜 하는지 모르겠다”
지난달 27일 오전 10시 청원군 가덕면 청주운전면허시험장 신체검사장에는 신규 운전면허취득과 1종 면허 갱신 필수과정인 신체검사를 받기 위해 시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신체검사가 너무 간단하고 신속하게 끝나 검사장은 한 무리가 몰려 왔다 금방 빠져버리기를 반복했다.

문제는 면허갱신 등의 서류를 접수시킨 뒤 검사비용 5000원을 내고 실시하는 신체검사가 간단한 시력검사와 청력·색맹검사 등을 받는 데 1분도 채 걸리지 않아 제대로 된 검사인지 의문을 들게 한다는 것이다.

면허갱신을 위해 시험장을 찾은 박모(35)씨는 “신체검사가 너무 허술하게 진행돼 황당했다”며 “시력검사만 간단히 하고 나머지는 몇 가지 질문을 하더니 ‘정상’이란 도장을 찍어줘 이상하기 까지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응시자도 “신체검사비가아깝다. 이렇게 신체검사를 하려면 뭐하러 하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정신질환, 약물병력 본인기재 ‘유명무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정신질환자, 앞 못보는 사람, 듣지 못하는 사람(1종 면허만) 및 대통령령이 정하는 신체장애인과 마약·알코올 중독자는 운전면허를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현장검사는 어이가 없을 정도로 허술하다. 특히 검사항목에 시력검사를 비롯해 시야·청력검사도 있지만 특별한 검사 없이 검사원의 지시를 따르면 시야 검사(시야 150도 이상)와 청력기준(1m 이내 55㏈)을 통과한 것으로 판정한다.

또 정신질환과 약물 병력에 대해서도 별도 검사 없이 응시자 본인이 스스로 기재토록 돼 있어 유명무실하다.이 같은 허술한 검사로 인해 2종 보통 소지자가 1종 보통으로 변경할 때는 철저한 신체검사를 받아야 하지만 검사비용만 지불하면 누구나 쉽게 변경이 가능한 것이다.

청주운전면허시험장 관계자는 “신체검사가 허술한 것은 인정하지만, 신체검사장은 면허시험장과 관계없는 별도의 한 기관이기 때문에 면허시험장에서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수시적성검사 그나마 ‘위로’
한번의 운전면허증 취득으로 평생 동안 아무런 제재 없이 운전을 허용하는 것은 분명 큰 문제다. 가령 운전자가 면허증을 취득한 후 마약에 손을 대어 마약중독증 환자가 되었을 때도 제도가 없다면 도로는 그야말로 위험천만해질 수 있다.

적성검사제도와 면허갱신제도는 바로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다. 하지만 면허시험장에서 실시하는 신체검사는 교통안전예방에 전혀 도움이 될 수 없다. 이에 운전면허시험장에서 실시하는 정기 신체검사 외에 운전면허부적격자를 선별하는 수시적성검사는 그나마 위로를 주고 있다. 

권오승 청주운전면허시험장장은 “근로복지공단, 병무청, 보험개발원, 화물공제조합, 식품의약품 안전청과 연계 운전부적격자를 선별해 우선 서울본청 교통계로 보고되고, 교통계에서 각 면허시험장으로 연락이 오고 있다”며 “운전부적격자는 한 달에 한 두건 씩 접수가 되고 있다. 이들은 지정병원에 가 다시 신체검사를 받고 운전 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 받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시민단체 관계자는 “수시적성검사가 있다 해도, 신체검사 부분에 대해서는 다시한번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며 “며 “신체검사를 통해서 만이라도 최소한이나마 부적격 운전자를 가려낼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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