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학교 밤이면 탈선 장소 둔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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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학교 밤이면 탈선 장소 둔갑
  • 이승동 기자
  • 승인 2009.06.10 1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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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피우고 흡연,음주···선도활동도 위험천만
거리의 중학생들 “담배 사는 것 어렵지 않다”

 

지역 내 공공시설이 밤에는 청소년들의 탈선장소로 이용되고 있어, 학생선도를 위한 관심과 관리ㆍ지도가

   
▲ 청소년들은 그들만의 흡연,음주를 즐기기 위해 점점 으슥한 곳을 찾아 헤매고 있다.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일상생활의 쉼터역할을 해야 할 공원과, 지역민들의 편의를 위해 담장을 허문 학교가 밤이면 음주와 흡연 등을 즐기기 위한 그들만의 ‘아지트’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일 밤 9시. 13년 동안 청소년들의 선도목적으로 감시활동을 해오고 있는 한국스카우트충북연맹 청소년 유해환경감시단과 함께 용암동 망골공원등 학교 주변 일대 순찰에 동행 했다.

감시단은 매주 한번 씩 청주시내 일원 지역을 돌며 야간 청소년유해환경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노래방은 물론 술집, 불 꺼진 공원과 학교 등 청소년들의 탈선장소로 의심이 가는 곳을 중심으로 순찰을 돌고 있다. 한번 감시 활동 시 10~15명의 감시단 자원봉사자들이 두 조로 나뉘어 순찰에 들어간다.

이 날도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어김없이 담배를 피우고 있는 중학생 세 명이 감시단에게 적발됐다. 모 중학교 2학년생인 이들은 잘 눈에 띄지 않는 미끄럼틀 밑에서 연신 담배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담배를 어디서 구했냐는 감시단의 질문에 김모(15)군은 “박스를 주우러 다니는 할머니에게 담배를 사고 남은 거스름돈을 주고 심부름을 부탁했다”며 “담배를 사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이외에 중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공원과 불빛 없는 학교 운동장에 구석구석 모여 있었다.감시단을 보고 도망치는 학생들, 늦은 시간에도 귀가 하지 않고 남녀 학생들이‘삼삼오오’데이트(?)를 즐기는 모습. 으슥한 공원·학교 운동장은 청소년들의 탈선 장소 그 자체였다.

기자가 함께 하는 두 시간 동안 두 무리의 흡연학생을 적발했지만, ‘이 날은 적발이 유난히 적은 날’이라고 이홍재 청소년 유해환경감시단 자원봉사자는 말했다.

그는 “가출 청소년, 흡연 뿐 아니라 날이 더워지면서 자리를 펴고 음주까지 즐기는 어린학생들이 출몰하고 있다”며 “적발 되는 학생들의 명부를 작성해 두 차례 적발 시 학교 측에 통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갈곳없는 학생들 결국 으슥한 곳으로
시내의 학교는 아침이면 운동장이나 조회 단 밑, 놀이시설 주변에 술병, 담배꽁초 등 청소년들의 은밀한 놀이 공간으로 사용됐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또 ‘생일파티’를 하기위해 수 십 개의 초를 켜거나, 불을 피우는 학생들까지 있어 기물파손 및 화재의 위험에도 그대로 노출돼 있는 상태다.

유흥재 한국스카우트충북연맹 청소년유해감시단 대리는 “개방돼있는 공원·학교 출입을 일일이 제한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라며 “청소년자체가 특별한 놀이 공간도 없고, 그들이 자유롭게 흡연 음주행위를 하기에는 학교만한 장소도 없다. 또 학생들의 탈선을 보더라도 나서서 바로잡지 못하는 지역 어른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의 일탈행위가 문제가 된 것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다만 이러한 문제가 일명 비행청소년이라 불리는 일부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학교와 학원 외에는 갈 곳이 없는 청소년들 역시 유혹에 노출 돼 있기 때문에 어른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청소년 유해환경감시단에서 학생들을 선도하기 위해 꾸준히 순찰을 돌고 있지만, 강제성도 없고, 경찰과 동행하지 않는 한 반발에 부딪치기 일쑤다.

이홍재 감시단 자원봉사자는 “술 취한 학생들에게 폭행을 당해 병원에 입원한 적도 있다”며 “무작정 대드는 어린 학생들은 당해 낼 수 없지만, 나름대로의 보람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봉사에 참여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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