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지 6개월 만에 발견 ‘이럴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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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지 6개월 만에 발견 ‘이럴수가’
  • 이승동 기자
  • 승인 2009.06.18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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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의 관심부재로 잊혀진 ‘미이라 할머니’
오랫동안 안 보여도 찾지 않는 사회풍토 문제

   
▲ 미이라 할머니는 우리사회의 관심부족에서 나온 사건이다. 독거노인에 대한 사랑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혼자 사는 노인들이 죽음 앞에 방치되고 있다. 뉴스를 통해 독거노인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죽음을 맞고 길게는 몇 달 뒤에 주검으로 발견 됐다는 보도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독거노인들에 대한 가족과 이웃들의 관심 부재로 인해 쓸쓸히 죽음을 맞게 되는 것이다.

무관심이 부른 ‘미이라 할머니사건’
지난달 25일 80대 할머니 A씨가 청주시 복대동 자신의 집에서 숨진 지 6개월 만에 발견돼 독거노인의 복지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A씨의 집은 주택가에 있음은 물론, 주인집과  이웃에 지인들이 살고 있었지만, 시신은 무관심 속에 6개월이나 방치됐다.

A할머니는 발견 당시 ‘숨질 당시 켜놓은 것으로 추정되는 전기장판 위에 수분이 모두 빠진 마른 상태의 시신으로 다소곳이 누워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부검결과 갈비뼈가 부러져 있고 목이 졸려 숨진 것, 현관문이 밖에서 잠겨져 있던 점등으로 미뤄 유력한 살해용의자로 A씨의 아들이 지목됐지만, 증거부족으로 석방되면서 이 사건의 관심도는 배로 증폭됐다.

범인검거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 사건은 사회적으로 충분히 곱씹어 봐야할 문제다. 위층에 살던 집주인 B씨는 경찰에서 “A씨가 평소 몸이 안 좋아 병원 출입이 잦았던 까닭에 장기간 입원한 줄 알고 한동안 별다른 의심을 안 했다”고 말했다.

옆집 할머니 C씨는 “숨지기 전에는 산책을 다니며 친하게 지냈지만 아들과 함께 생활했기 때문에 오랫동안 모습이 보이지 않아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게다가 A씨는 지난해 10월 소득이 있는 아들이 있어 기초생활 수급자에서 제외된 후 동사

무소 사회복지담당자의 관리 없이 홀로 생활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처럼 독거노인들은 이웃과 왕래가 뜸한 경우가 많아 사고를 당하더라도 방치될 가능성은 더해만 가고 있다. 올해 1월에도 청원군 오창읍에서 혼자 살면서 지병으로 통원 치료를 받던 B(55)씨가 숨진지 보름 만에 발견되기도 했다.

독거노인 전수조사 어려워
청주청년회는 지난 9일 논평을 내고 “A할머니가 숨진 것은 사회적 무관심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노인복지와 사회적 안전망을 확충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A할머니는 청주청년회로부터 매주 일요일마다 반찬 도시락을 제공 받아 왔던지라 청년회 측에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전우정 따뜻한 밥상 담당자는 “1년 가까이 도시락배달을 했는데 뵙지 못하고, 현관문 앞에 도시락을 놓고 오기만 했다. 하지만 반찬통이 수거 되지 않고 할머니를 만나지 못해 배달을 중단했다”며 “조금만 관심을 가졌더라면 하는 자책과 후회가 된다 ”고 안타까워했다.  

독거노인은 혼자서 생활하기 때문에 안전이나 건강 등 전반적인 복지 수준이 열악하고 고독사 등의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함에 따라 독거노인에 대한 사회적인 차원에서의 보호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상태다.

이런 이유로 독거노인 복지를 위해서 관계 단체들이 소외된 독거노인들을 신속히 파악해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물론 보건복지가족부는 독거노인의 소득, 건강, 주거, 사회적 교류 수준 등을 조사하여 보호가 필요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종합적인 복지안전망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2007년부터 시군구별로 지정된 노인복지관 등에서 독거노인생활관리사를 파견하여 독거노인의 욕구에 따라 맞춤형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권혁란 산남노인복지센터 노인돌봄서비스관리자는 “노인돌봄이 20명이 청주시내 독거노인 540명을 관리하고 있다. 주 1회 직접 방문과 주2회 간접 안부전화 등을 지속적으로 이행하고 주거상태를 점검하며 노인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파악하는 등 안전 확인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며 “노인돌봄이 한 명당 20명이 넘는 노인들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인원을 충당하고 싶어도 보건복지부 지침상에 나와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경로당 등을 활용해 독거노인들을 대상으로 건강 및 영양관리는 물론이거니와 간단한 신체기능을 유지하도록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충북도내에도 3만4천여 명의 독거노인들이 있지만 생활 관리사는 220여명으로 한 명당 150명에 가까운 노인을 담당해야 한다.

또 주민등록상과 실제 거주 형태가 다른 경우가 많아 현황 파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권혁란 노인돌봄서비스관리자는 “청주시 독거노인들은 더 많을 것으로 추측되지만, 3년전 돌봄이 서비스 사업을 시작할 때 명단을 받아서 전수조사를 해온 것을 토대로 인원이 파악되고 있다”며 “경로당 생활 교육 시에 신청을 받거나, 주변사람들의 구두를 통해 서비스 대상자를 선정하고 있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노인 돌봄이’서비스 모르는 독거노인들
또 노인돌봄서비스를 비롯 맞춤형 서비스를 실시함에도 불구하고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독거노인들이 상당수에 달하고 있다. 노인을 위한 경로식당 운영, 밑반찬 배달, 방문간호, 가정봉사원 파견 등 13개의 사회적 서비스가 마련되어 있으나 그 중 단 하나도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산남노인복지센타에서 만난 이모(78) 할아버지는 “노인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가 있는지도 몰랐다”며 “그동안 몸이 아파 잘 움직이지도 못하고 밥도 잘 못 먹고 있었는데, 주위사람들에게 얘기를 듣고 복지센터에 이제야 찾아왔다”고 말했다. 노인복지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노인이 많은 이유는 홍보가 부족하다는 데 있다.

노인들은 매체와의 연계가 긴밀하지 못하다. 인터넷 매체 등 어디서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사회지만 노인들은 텔레비전 외에 접할 수 있는 매체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독거노인들은 대부분 이웃과 동떨어진 곳에 주거지를 마련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갖고 있어 외출도 삼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웃주민들의 관심이 촉구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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