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 두부장수 이양수(27)씨가 종소리의 주인공이다. 그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가경동 대리점에서 두부를 받아 모충동 끝자락 까지 힘차게 자전거 폐달을 밟는다. 신선한 두부를 손님들에게 제공하려면 잠시도 쉴 틈이 없기 때문이다.
새벽5시30분부터 두 시간. 오후4시부터 8시까지 두부장수로 변신하는 이씨. 그 외 시간은 도서관에서 공무원 시험 준비에 여념이 없다. 젊음을 만끽하기 바쁜 여느 젊은이들과 너무도 다른 모습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두부와 인연을 맺은지 어느덧 6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이씨는 “성인인데 부모님께 손 벌리기 죄송했다. 우연히 용달차로 두부를 파는 아주머니를 보고 차는 살돈이 없고 집에 있는 자전거로 두부를 팔게 됐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이씨는 군 생활을 제외하면 20대의 대부분을 두부장수로 보냈다. 처음에는 단순히 아르바이트로 두부를 팔게 된 이씨. 지금은 ‘돈 주고 배울 수없는 인생 공부’라고 생각하며 하루하루 보람 찬 삶을 살고 있다.
그는“하루 6시간 자전거를 타고 두부를 팔다보면 너무 힘들다는 생각도 들지만, 부모님 밑에서 온실 속의 화초처럼 편하게 살아왔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앞으로의 내 인생에 조금이나마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어린나이에도 단골 아주머니들 걱정에 하루도 쉬지 않는 이씨는 가끔 친구들과 술한잔 즐길 수도 있지만, 내일 새벽 또 다시 두부장수로 변신하기위해 젊음을 포기한다. 극구 사양하는 두부 한모를 싸주며 뒤돌아서는 이씨. 인터뷰를 마치고 종을 울리며 자전거 폐달을 밟는 그의 모습은 재벌기업의 어느 신입사원보다 당당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