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로 인생 공부 단단히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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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로 인생 공부 단단히 하고 있습니다”
  • 이승동 기자
  • 승인 2009.06.24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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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 자전거두부장수 이양수씨

   
어스름해지는 저녁 골목 어귀에서 들려오는 ‘딸랑딸랑’소리. 40~50년 전, 어머니가 어렸을 적에 두부장수의 등장을 알리는 종소리다. 이제는 사라지고 기억조차 가물가물해져 버린 그 두부장수가 자전거를 타고 청주시내 한복판을 누비고 있다.

열혈 두부장수 이양수(27)씨가 종소리의 주인공이다. 그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가경동 대리점에서 두부를 받아 모충동 끝자락 까지 힘차게 자전거 폐달을 밟는다. 신선한 두부를 손님들에게 제공하려면 잠시도 쉴 틈이 없기 때문이다.

새벽5시30분부터 두 시간. 오후4시부터 8시까지 두부장수로 변신하는 이씨. 그 외 시간은 도서관에서 공무원 시험 준비에 여념이 없다. 젊음을 만끽하기 바쁜 여느 젊은이들과 너무도 다른 모습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두부와 인연을 맺은지 어느덧 6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이씨는 “성인인데 부모님께 손 벌리기 죄송했다. 우연히 용달차로 두부를 파는 아주머니를 보고 차는 살돈이 없고 집에 있는 자전거로 두부를 팔게 됐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이씨는 군 생활을 제외하면 20대의 대부분을 두부장수로 보냈다. 처음에는 단순히 아르바이트로 두부를 팔게 된 이씨. 지금은 ‘돈 주고 배울 수없는 인생 공부’라고 생각하며 하루하루 보람 찬 삶을 살고 있다.

그는“하루 6시간 자전거를 타고 두부를 팔다보면 너무 힘들다는 생각도 들지만, 부모님 밑에서 온실 속의 화초처럼 편하게 살아왔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앞으로의 내 인생에 조금이나마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어린나이에도 단골 아주머니들 걱정에 하루도 쉬지 않는 이씨는 가끔 친구들과 술한잔 즐길 수도 있지만, 내일 새벽 또 다시 두부장수로 변신하기위해 젊음을 포기한다. 극구 사양하는 두부 한모를 싸주며 뒤돌아서는 이씨. 인터뷰를 마치고 종을 울리며 자전거 폐달을 밟는 그의 모습은 재벌기업의 어느 신입사원보다 당당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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