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농수산물도매시장 소매시장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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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농수산물도매시장 소매시장 전락
  • 오옥균 기자
  • 승인 2009.08.19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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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매보다 마진높은 소매 집중, 재래시장 피해
높은 도매가, 소매상인 대전오정시장에 몰려

청주지역 청과물 소매상인들이 청주시농수산물도매시장(이하 청주도매시장)을 외면하고 있다. 적은 물동량과 높은 도매가가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매시장업계는 채소류의 30% 이상이 대전오정시장과 서울가락시장을 통해 공급되고 있는 것으로 집계했다.

육거리시장 내에서 채소도매업을 하고 있는 김종만 씨는 매일 새벽 대전오정시장을 오간다. 청주도매시장을 이용하는 것보다 기름값 등 5% 정도의 추가비용이 발생하지만 그래도 청주도매시장에서 구입하는 것보다 싸다는 것이 김 씨의 설명이다.

   
▲ 새벽 경매시장이 마무리된 후 오전 청주시농수산물도매시장 채소부 전경. 주부들이 장바구니를 들고 채소를 고르는 모습이 소매시장인 재래시장과 다를 바 없다.
“2차도매상들은 청주도매시장을 이용할 수 없다. 음식점이나 소매상에 대량으로 납품하는 가격이 대전오정시장을 통해 나오는 소매가보다도 높은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품목에 따라 종종 대전오정시장보다 낮게 도매가가 형성되기도 하지만 대체로 대전오정시장에 비해 10~20%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농산물유통의 중간단계인 도매시장의 공급가가 높아지자 영세상인과 소비자는 물론 생산자인 농민까지 고스란히 피해를 입고 있다. 한 소매상인은 “육거리시장 등 재래시장에서 소규모로 채소를 팔거나 난전에서 채소를 파는 상인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청주도매시장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비싸게 물건을 가져오다보니 당연히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래시장상인회장은 “대형마트에 밀려 재래시장은 고사 직전이다. 그래도 재래시장이 대형마트보다 경쟁력을 갖춘 것이 채소인데 채소가격마저도 대형마트에 밀릴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청주도매시장, 생산자도 외면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비자들은 소비자대로 농민들은 농민대로 피해를 입고 있다. 한 관계자는 “도매가가 높다고 농민들에게 높은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다. 매일 열리는 경매에서 낙찰가의 등락폭이 크다보니 농민들도 대전오정시장 등 안정적으로 물건 값을 받을 수 있는 타지역 도매시장으로 옮겨가고 청주도매시장은 품목과 물량이 감소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들도 비싼 가격에 농산물을 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청주도매시장의 도매가가 높아진 것에 대해 지역상인들은 청주도매시장이 본업인 도매업을 뒷전으로 미루고 소매업에 치중하는 것이 원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1988년 청주도매시장이 봉명동으로 이전한 이래 도매시장의 소매업은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도매시장은 도매만 할 수 있는데도 소매가 허용된 것은 관련법에 명시된 ‘잔품판매행위’에 대한 허용 때문이다.

잔품판매행위는 경매에 참가해 출하자(생산자)로부터 농산물을 사들인 중도매인들이 소매상과 2차도매상 등에 판매하고 남은 농산물을 처분할 길을 열어준 것이다. 하지만 청주도매시장 내 중도매인들의 소매행위는 잔품처리 수준을 넘어섰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청주도매시장에서 물건을 공급받아 음식점에 납품하는 A씨는 “중도매인들은 수요가 많아 물건을 소진할 수 있는데도 의도적으로 낙찰받은 물량의 30%가량은 풀지 않는다. 소매로 비싼 가격에 팔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렇다보니 도매에서도 다른 도매시장 중도매인들보다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이 소매업이 가능해진 것은 오랜 세월 소매가 이뤄지면서 개인 소비자들의 고정적인 수요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17일 오후에 찾은 청주도매시장은 여느 재래시장과 다를 바 없는 소매시장으로 변해있었다. 박스단위로 포장된 채소가 소량으로 재포장됐고, 고객들도 상인들이 아닌 주부들로 북적였다. 채소가격도 새벽 도매시장보다 10~20% 가량 높게 형성됐다.

청주시가 사업자등록증에 도매업만 신고돼 있는 중도매인들에게 도매로 넘기고 남은 물건에 대해 소매를 허용한 것은 자칫 도매한 물건을 처리하지 못해 피해가 생길까 우려한 데서 시작됐지만, 정작 중도매인들은 도매가에서도 높은 유통마진을 챙기고 소매를 통해 더 많은 이익을 얻고 있는 것이다.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곳은 인근 재래시장인 운천시장이다. 운천시장에서 청과물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청주도매시장에서 물건을 떼다 파는데 경쟁력을 갖추려면 마진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인근 주민들조차 이미 이러한 유통구조를 알고 있어, 청주도매시장으로 장을 보러 간다”고 푸념했다.

한 재래시장상인회장은 “대형마트로부터 재래시장과 영세상인을 살리자고 시민들이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재래시장과 운명을 같이해야할 도매시장이 오히려 재래시장을 옥죄고 있다”며 “도매시장의 소매행위를 중단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최소한의 소매만 이뤄질 수 있도록 청주시의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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