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은 없다’ 규정 무시한 경매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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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은 없다’ 규정 무시한 경매 현장
  • 오옥균 기자
  • 승인 2009.08.19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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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목상인 경매장 차지, 규정위반 속출에도 귀막은 청주시
9800원짜리 시금치, 새벽에는 1만1000원 오전에는 1만3000원

농수산물도매시장 '경매'현장 취재기
소매상인들은 청주시농수산물도매시장의 운영이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주시가 허가한 중도매인만 참여할 수 있는 입찰에 자격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상인들이 참가하고, 사업허가도 받지 않은 상인들이 영업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확인을 위해 지난 17일 새벽 청주시농수산물도매시장을 찾았다.

   
▲ 경매가 진행중인 청주시농수산물도매시장. 경매에 참가하는 중도매인들은 조례에 정해진 일정한 복장을 해야 하지만 이러한 규정을 지키는 중도매인을 찾기는 쉽지 않다.
새벽 3시 채소부의 경매를 시작으로 청주시농수산물도매시장의 일과가 시작된다. 지난 17일 새벽, 청주시로부터 경매 참여 허가를 받은 중도매인 50여명이 숨 가쁘게 응찰기를 눌러대고 경매사의 알아듣지 못할 효과음이 연신 쏟아진다.

경매사가 출하자와 품목·등급·수량 등을 외치고 경매사가 경락가와 경락자를 부르는 것으로 1건의 경매가 일단락된다. 1건의 경매가 진행되는 시간은 불과 2~3초, 그렇게 쉴 새 없이 경매는 계속됐다.

경매가 진행되는 사이, 좋은 제품을 싸게 구매하려는 소매상인들이 낙찰받은 중도매인에게 가격 흥정을 걸어온다. 낮은 목소리로 비밀스럽게 협상을 하던 두 상인은 가격이 맞은 듯 채소를 손수레에 옮겨 실었다.

채소가 늘어선 한켠으로 손수레가 오고가는 통로에는 흥정하는 상인들과 중도매인, 채소를 나르는 손수레가 뒤엉켜 전쟁통 피난길을 연상케했다.

실내가 혼잡스러운 이유는 경매물건이 많거나 실내가 비좁아서가 아니다. 겹겹이 쌓인 경매물건과 달리 경매장 오른편은 무·배추·양파 등 채소가 가지런히 진열돼 있다. ‘지목상인’이라고 불리는 상인들이 경매장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탓이었다.

채소를 구입하러 온 한 소매상인에게 물으니 지목상인들은 각각 경매장 내 점포를 보유하고 있는 중도매인과 연결돼 중도매인의 입찰코드로 물건을 사 판매하는 상인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일부 지목상인은 중도매인보다도 매출액이 더 크다”고 귀띔했다.

경매물건을 싣고 내리는 하역공간이 난전으로 변질된 것이다. 한 소매상인은 “경매 자격을 유지하려면 관련 조례에 따라 일정량의 물건을 매입해야하는데 이것이 여의치 않은 일부 중도매인들이 지목상인을 통해 실적을 채우고, 이익도 취하는 등 공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주도매시장을 관리·감독하는 청주시 농업정책과 도매시장담당 관계자는 “내부적인 거래는 있을 수 없다. 지목상인으로 불리는 사람들은 중도매인이 고용하고 있는 직원들이거나 가족들”이라고 답변했다. 

한창 경매에 참여하고 있는 중도매인들에게 소매상인인양 취재기자가 다가가 가격을 물어봤지만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 때문인지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몇 번을 묻다보니 시금치 1박스당 9800원에 낙찰받은 한 중도매인이 1만1000원을 제시했다. 조금 전 낙찰금액의 10%가 넘는 마진을 붙였다. 소매상인들은 대전오정농수산물도매시장 중도매인들보다 마진폭이 크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 소매상인은 “결국 소매를 통해 일정량 이상의 물량을 소화할 수 있다 보니 일부 중도매인들이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에 다시 들른 시장에서 시금치 1박스 가격을 묻자 1만3000원을 제시했다. 소매가격을 모두 받는 것이다. 소매를 허용한 이유와 같이 팔다 남은 제품을 처리하는 목적의 소매라면 손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의 거래가 일반적이지만, 청주도매시장의 소매행위는 그렇지 않았다.

경매현장에서도 문제점은 발견됐다. ‘청주시 농수산물도매시장 업무조례’에 따르면 매매에 참가하는 경매사·중도매인·매매참가인은 조례에서 정한 일정한 복장을 착용해야 한다. 또한 이 같은 규정을 위반하는 자는 경매에 참가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정은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았다.

경매에 참가하는 중도매인은 규정에는 가로 70㎜, 세로 100㎜크기의 청주시장이 승인한 거래참가증을 달고, 앞면에 허가번호가 표시된 모자 또는 조끼를 착용해야하지만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듯 이를 지키는 중도매인은 많지 않았다. 응찰기를 들고 있는 것으로 경매에 참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뿐이다.

한 소매상인은 “하다못해 허가받은 중도매인이 아프거나 해서 가족이 입찰에 참여하려고 해도 미리 청주시의 허가를 받아야한다. 하지만 그런 경우도 많지 않거니와 입찰자격이 없는 중도매인도 참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주시는 청주도매시장 내 관리사무소를 설치하고 5명의 공무원을 파견하고 있지만 이와 같은 기본적인 관리감독도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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