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조합장 비리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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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조합장 비리 의혹
  • 오옥균 기자
  • 승인 2009.08.26 0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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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1구역 주민, “조합장 독단적 운영 6억원대 손해”주장
사모1구역 임시총회서 조합장 해임, 사업 지연 불가피

주거환경정비사업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의 주민들은 집을 새로 짓거나 수리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언제 사업이 진행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큰돈을 들일 수 없는 노릇이다. 주거환경을 정비하겠다는 청주시의 계획이 오히려 1만 7360세대, 4만 8000여명의 발목을 잡은 격이다.

   
▲ 재개발이 진행중인 사모1구역과 사직1구역이 조합장의 비리 의혹 악재로 인해 사업진행이 지연되고 있따. 사진은 지난 7월 임시총회를 통해 조합장 해임안을가결한 사모1구역 /사진 육성준 기자
그나마 조합설립 인가를 받아 가까운 시일 내에 재개발이 될 것으로 기대했던 사직1구역과 사모1구역 주민들조차 최근 벌어진 일로 시름에 빠졌다. 사업을 믿고 맡겼던 조합장의 운영에 문제점이 드러나 해임절차를 밟는 등 가뜩이나 지연된 사업이 내부문제로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주민들은 재산상 피해도 감수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사직1구역에서는 지난 17일 조합원들로 구성된 ‘건실한 조합 추진운동본부’를 비롯한 4개 단체가 함께 구역 내 650가구에 ‘조합장이 설계자와 철거사업자 등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규정에 의한 절차를 밟지 않고 조합원들이 납득할 수 없는 조합운영을 했다’는 내용이 담긴 유인물을 배포했다.

득없는 설계업체 변경
조합원들이 가장 먼저 의혹을 제기한 것은 설계업자 선정 과정이다. 사직1구역은 지역 설계업체 A사가 기본설계를 담당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실시설계 입찰에서는 배제됐다. 물론 기본설계와 실시설계를 동일한 업체에게 줘야할 의무는 없다. 조합이 업체 변경으로 인해 조합원들에게 이익이 돌아간다고 판단하면 이사회를 통해 결정하면 된다. 조합원들은 업체 변경이 오히려 조합원들에게 피해를 주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조합장의 업체 변경 배경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유인물을 배포한 조합원은 “직접적으로 돈을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정비업체 관계자가 수차례 설계업체를 방문했고 조합장도 이 같은 뜻을 에둘러 전달한 것으로 확인했다. 하지만 설계업체가 거부의사를 표했고 이러한 이유로 입찰에서 배제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합장은 "사실무근이다. 설계업체 측에 먼저 전화를 한적도 없다. 허위사실을 유포한 세력에 대해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설계업체 측도 “조합장이 직접적으로 금품을 요구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설계업체 측은 “기본설계에 대한 계약을 체결할 때 특별한 과실이 없는 경우 실시설계도 계약하겠다는 조합의 뜻이 계약서에 명시돼 있다. 그럼에도 입찰에 참가한 4개 업체 가운데 최종 협상을 하게 되는 2개 업체에도 포함되지 않은 것은 우리로써도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한 조합원은 “기본설계를 맡은 A업체가 실시설계까지 마무리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대략 30억원이다. 실시설계를 맡은 B업체와도 30억원 규모로 계약을 체결했다. 조합장은 계약단가차이라고 업체변경이유를 설명했지만 계산해보면 B업체로 변경한 것이 설계단가를 더 높인 꼴”이라고 말했다.

A업체가 실시설계까지 맡을 경우 기본설계비를 포함한 총설계비는 30억원 정도지만, B사가 선정됨으로써 B사에 30억원을 지불해야하는 것은 물론 기본설계를 마무리한 A사에도 당장 6억원 가량을 지불해야 돼 결국 36억원의 설계비용을 지불해야해 피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조합장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조합장은 “전 설계업체에 지불해야할 돈도 6억이 아닌 3억원 선이고 새롭게 계약한 설계업체에 지불할 30억원 가운데 A사에 지불해야 하는 금액을 삭감키로 했다. 주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는 것은 잘못된 계산”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계약서상에는 B사가 체결한 전체금액에서 전설계업체의 설계비용을 제외한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명시돼 있지 않았다. 다만 ㎡당 9000원에 계약했다는 조합원들의 주장과는 달리 ㎡당 8600원에 B사와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주민들의 비용을 줄이기 위해 업체를 변경했다는 설명과는 달리 B사와 체결한 계약가와 A사의 계약가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밖에도 설계업자 입찰을 위한 현장설명회에서 업체에 건낸 견적서 양식에 입찰가를 지정 명시해 놓은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한 참가업체 관계자는 “㎡당 9000원이라고 입찰가가 명시돼 있었고 당일 설명회장에서 도 재차 강조했다”고 말했다.

총회비용 1억 5000만원 출처는
조합장의 비리 의혹을 제기한 조합원들은 설계업체 외에도 철거업체 선정과정에 대한 의혹과 함께 1억 5000만원에 달하는 주민총회 비용을 업체가 부담했다는 이유로 감사 자료요구를 거절한 점, 조합 운영비 사용의 문제점 등 독단적 운영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조합장은 “조합이 설립되기 전까지 무급으로 봉사해 왔다. 이제와서 나를 조합장에서 끌어내리기 위한 모략”이라고 일축했다.

한 조합원은 “절차를 무시한 조합장의 업무처리가 끊이지 않자 사무장을 맡았던 C씨는 물론 조합에서 일하던 직원 모두가 사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전 사무장 C씨는 “조합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사무장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조합장과 정비업체담당자가 둘이서 모든 업무를 봤다”고 설명했다.
사직1구역 조합원들은 “대의원회 소집을 요구해놓은 상태다. 대의원회에 확인된 사실을 알리고 조합장 해임을 위한 절차를 밟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조합장에 대한 해임안을 가결된 곳도 있다. 사모1구역은 지난달 25일 임시총회를 열어 D조합장의 해임안을 상정, 투표자 90%의 찬성으로 해임안을 통과시켰다. D조합장의 해임사유도 사직1구역 조합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합이 사업진행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의견수렴 등 기본적으로 지켜야할 규정들을 무시하고 독단적인 운영을 해온 것이 이유였다.

진무웅 조합원권익보호회 대표는 “조합 운영과 관련해 의혹이 일자 D조합장이 총회에 앞서 지난 6월 조합원의 의견을 따르겠다며 조합원들에게 재신임을 받겠다고 제안했다. 임시총회를 열어 재신임의 건을 상정했지만 조합장의 기대와 달리 부결됐다. 그럼에도 자진 사퇴하지 않아 해임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모1구역 관계자는 “시공사 선정을 위한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조합을 재정비해야 하는 일로 인해 전체적인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사업기간이 늘어나 결국 조합원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경실련은 “조합원들간의 갈등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 지난 4월 청주시가 주거환경정비사업 현장점검반을 운영한다고 발표했지만 갈등요인을 적극 해결하려는 의지는 지금껏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청주시가 이대로 방치한다면 정비구역 곳곳에서 갈등요인이 발생할 것이고 이로 인해 결국 사업추진 자체가 멈추거나 소송 등 구성원들의 갈등이 극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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