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재개발조합, 나는 정비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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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재개발조합, 나는 정비업체
  • 오옥균 기자
  • 승인 2009.08.28 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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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운영자금, 정비업체 대여금이 유일한 방법
정비업체, 협력업체 선정 주도로 지역업체 소외

재개발·재건축 지역은 물론  민간이 주도하는 도시개발구역에서 조합장 비리는 끊이지않고  일어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근본적인 원인은 재원마련을 위한 홀로서기가 불가능한 조합의 구조적인 문제점에서 찾을 수 있다. 또한 재개발추진위원회가 구성되는 시점 그 이전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이하 정비업체)가 조합 설립에 깊숙히 관여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 도정법 제정으로 양성화된 정비업체가 조합설립에 깊숙히 개입하며 조합의 투명성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조합은 정비업체로 부터 운영자금을 대여받고 이로 인해 정비업체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사직동 재개발구역 전경. /사진 육성준 기자
정비업체와 조합 혹은 조합장간의 뒷거래는 공공연한 비밀이 된 지 오래다. 현행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에는 재개발·재건축 사업 추진에 필요한 재원마련 방법을 4가지로 제한하고 있다. 주민이 주도하는 사업인 만큼 주민의 갹출에 의해서 자금을 마련하거나 혹은 금융권 PF, 지자체 정비사업기금을 지원 받는 방법이 있지만 모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재개발이 확정되지 않은 시점에서 금융권에서 자금을 지원할리 없고 주민들이 갹출을 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조합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정비업체로부터 대여금을 받아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유일하다.

한 관계자는 “정비업체로부터 대여금을 받는 것이나 시공사가 선정된 후 시공사로부터 대여금을 받는 방법이나 다를 바 없다. 그 자체가 조합의 투명한 운영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정비업체의 영세함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비업체는 추진위 또는 조합 전문성 부족으로 이로 인한 사업지연 등을 방지하기 위해 기존 컨설팅 업체를 도정법을 제정하면서 양성화 한 것이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동의 대행과 조합설립인가·사업인가 신청 대행,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관리처분계획 수립 대행, 시공자 선정 지원, 공사비 변동내역 검토 등 추진위와 조합의 각종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하는 역할을 한다.

도정법에 따르면 정비업체로 등록하려면 자본금 5억원 이상(개인사업자 10억원 이상)과 5인 이상의 전문인력 확보해야 한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청주지역 재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정비업체들 상당수가 이처럼 영세한 자본을 가지고 있는 업체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도 5억원 이상의 자본금을 유지하고 있는 업체는 다행이다.

한 관계자는 “정비업자 등록시 사채업자를 통해 조달한 자본금을 등록직후 회수하는 방법으로 자본금 납입을 가장하는 행태가 일반화돼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7년 서울지방검찰청에 따르면 OO컨설팅 등 13개 정비업체가 사채업자로부터 수억원을 차용해 자금납입을 가장한 혐의로 불구속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한 상근 전문인력 가운데 변호사·감정평가사·회계사 등이 소송 업무를 전담하고 리베이트를 조합에 제공하는 일도 비일비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는 달리 제안 동의서를 징구하고 추진위를 구성, 정비계획 수립, 구역지정 등 시공사 선정까지 2년 가까이 조합이 활동하는데는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다. 특히 순수한 조합운영비용보다도 조합설립 인가에 이르기까지 수차례에 걸쳐 치러지는 주민총회와 주민들로부터 동의서를 받기 위해 고용되는 OS요원들의 인건비가 더 큰 자금수요를 발생시킨다.

정비업체에서 수년간 근무했었다는 한 관계자는 “현재 재개발 구역 가운데도 정비업체가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제때 조합운영비를 대여해주지 못하는 곳이 있다. 조합도 돈이 필요하고 정비업체도 돈이 필요하다보니 음성적 거래가 이뤄지게 마련이다”고 말했다.

조합이 정비업체에 끌려가다보니 지역업체가 재개발 공사에 참여하는 것도 제약이 생긴다. 한 지역업체 관계자는 “설계업체는 물론 철거업체, 시공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협력업체 계약에 정비업체가 관여하다보니 조합이 지역업체를 선정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청주 재개발·재건축구역에서 활동하는 정비업체 가운데 1곳만을 제외하고는 모두 외지업체인 이유다.

공공관리자제도, 조합-정비업체 고리 끊나
서울시가 시공사·정비업체·조합간 유착으로 만들어진 커넥션을 끊고 투명한 정비사업 구조를 만들겠다며 지난 6월 발표한 '정비사업 프로세스 혁신안'이 지난 7월 성동구 성수구역에 처음으로 적용·시행됐다.

정비사업 프로세스 혁신안의 핵심은 정비사업 시작과 함께 해당 구청장이 정비업체를 직접 선정하고 ‘공공관리자’를 둬 시공사·설계업체·철거업체 선정과정을 관리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사업비와 주민분담금을 높이는 원인인 정비업체와 조합의 연결고리를 끊어 재개발사업의 투명성을 높인다는 취지다.

성수시범구역을 통해 공공관리자제가 사업기간 단축·공사비 절감·투명성 확보 등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둘 것인지를 놓고 도내에서도 관심이 높다.

한 조합 관계자는 “재개발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은 지역을 불문하고 다르지 않다. 서울시가 공공관리자제 등 혁신안을 통해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거둔다면 우리지역에서도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며 관심을 가졌다.

서울시는 또한 주민들의 사업 참여율과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조합 총회에 주민참석 의무비율을 높이고, 각종 의사결정 때 전자투표제를 도입한다. 또한 누리집을 만들어 정비사업과 관련한 자료를 의무적으로 공개토록 했다. 이러한 혁신안을 통해 조합 집행부에 반대하는 비상대책위나 지분이 상대적으로 작아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조합원, 지분이 없는 세입자들도 사업 참여기회가 많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서면동의서를 전자투표제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 등의 조합 비리를 막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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