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관광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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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관광호텔
  • 오옥균 기자
  • 승인 2009.09.02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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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청주호텔 첫 선, 최후의 슬롯머신 로얄호텔
정부 부양책 사라지고 모텔 난립에 호텔 설 곳 잃어

   
▲ 관광호텔 붐을 타고 1989~1991년 새 청주지역에만 5개의 관광호텔이 문을 열었다. 성인오락실·나이트클럽 등 정부의 부양책에 의해 승승장구하던 청주지역 관광호텔들은 몇해 지나지 못해 적자로 돌아서는 운명에 처했다. 현재는 어려움으로 휴업이 증가하고 있으며 업종전화도 모색하고 있다. 사진 위부터 청주관광호텔·리호관광호텔·로얄관광호텔.
토종호텔의 '영욕'
청주지역 관광호텔이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청주 최초의 관광호텔인 청주관광호텔과 1990년대 초반 호황을 누렸던 로얄관광호텔이 2007년 휴업에 들어갔고, 리호관광호텔도 최근 숙박업을 축소하고 웨딩홀 등 부대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영업을 중단하고 리모델링에 들어갔다. 

충북이 제71회 전국체육대회를 개최한 1990년, 충북에는 관광호텔사업 붐이 일었다. 숙박시설이 턱없이 부족했던 충북은 손님을 맞이하기 위한 숙박시설이 필요했고, 그 가운데 관광호텔은 정부의 보호(?)속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각광을 받으며 지역 재력가들의 1순위 투자대상으로 부상했다.

당시까지 호텔이라고는 청주관광호텔이 유일했던 청주에 1989년 진양관광호텔(현 갤러리호텔)이 문을 연 것을 시작으로 국제관광호텔(1990·현 리호관광호텔)·명암파크호텔(1990)·로얄관광호텔(1991)·뉴베라관광호텔(1991)이 연이어 문을 열었다.

관광호텔의 등장은 상권의 변화를 가져올 정도로 큰 영향력을 미쳤다. 나이트와 커피숍·성인오락실을 갖춘 관광호텔은 최고의 집객시설이었다. 한 호텔 관계자는 “당시 관광호텔에는 많은 혜택이 주어졌다. 허가만 받으면 합법적으로 슬롯머신을 갖춘 성인오락실을 운영할 수 있었고, 관광호텔에 한해서는 나이트클럽 영업시간도 제약받지 않았다. 호텔방은 항상 부족했고, 나이트는 줄을 서서 기다렸다. 관광호텔 주변 상인들은 관광호텔 덕에 돈을 벌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0년대 초가 관광호텔이 최고의 호황을 누리던 때”라고 회상했다.

최고 집객시설 몰락, 상권도 붕괴
199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관광호텔들은 쇠락의 징조를 보이기 시작했다. 관광호텔만이 누리던 특권이 사라진 것이 첫째 징조였다. 새벽 2시까지로 영업시간이 제한됐던 일반 나이트클럽에 대한 영업제한이 사라지고, 성인오락실도 문을 닫게 됐다.

나이트클럽과 오락실을 갖추고 90년대 초반 최고의 매출을 올렸던 로얄관광호텔에서 근무한 김석연 씨는 “로얄관광호텔은 1991년 성인오락실 운영에 대한 허가를 받았다. 전국 관광호텔 가운데 마지막으로 허가를 받은 곳이 로얄관광호텔이다. 하지만 1994년 전국적으로 관광호텔 내 무허가 슬롯머신이 성행하면서 성인오락실 영업이 전면 중단됐고 큰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특수사업 중단은 청주지역 관광호텔로서는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 72개의 객실을 보유한 청주관광호텔을 제외하고는 50개 미만의 객실을 보유한 나머지 관광호텔들은 주수입원이 숙박료가 아닌 부대시설 수입이었다. 이승진 한국관광호텔충북도회장은 “부대시설을 통해 발생하는 수입이 70%라면 숙박시설을 통해 얻어지는 수입은 30%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부대시설이 경쟁력을 잃거나 폐쇄됐으니 관광호텔의 미래는 불 보듯 뻔했다.

그래도 근근히 버티던 관광호텔에 카운트펀치를 날린 것은 다름 아닌 모텔이었다. 이 회장은 “1994년 이후 전국에 새로 문을 연 관광호텔은 100개에도 미치지못하는 반면 모텔은 3만여개가 늘었다. 더이상 관광호텔을 찾는 내국인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한 호텔관계자는 첫 단추부터 잘못 꿰었다고 지적했다 “호텔사업가들이 호텔경영에 대해 전문성을 갖지 못한 것이 한 원인이다. 호텔도 규모화를 이뤄내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 최근에는 호텔이 컨벤션센터의 기능을 하고 이를 통해 이용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당시에도 호텔사업에 뛰어든 경영자들이 기존 청주관광호텔보다는 더욱 규모화를 했어야했다. 하지만 청주관광호텔에도 미치지 못했다. 초기투자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10년간 적자운영, 모텔에 KO패
2년 넘게 휴업중인 청주관광호텔과 로얄관광호텔이 다시 영업을 재개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두 호텔이 경쟁력을 갖춘 호텔로 다시 서려면 리모델링 등 재투자 비용이 만만치 않다.

김석연 씨는 “근근히 현상유지를 해오던 로얄관광호텔이 적자로 돌아선 것은 1999년이다. 하지만 이후 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고 2007년 결국 휴업을 신청했다. 리모델링을 한다면 최소 50억원의 비용이 들 것이다. 리모델링을 하더라도 특1급 호텔인 라마다플라자청주호텔이 들어서 사업성을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영업을 중단한 호텔들은 매각을 선택했다. 하지만 규모가 크다보니 매각도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갤러리호텔로 명칭을 변경한 진양관광호텔은 이미 두 번의 경매를 통해 3차례나 주인이 바뀌었다. 현재 진양관광호텔과 리호관광호텔은 사업전환을 꾀하는 리모델링을 진행하고 있다.

1990년대 초 내로라하는 청주지역 관광호텔 중 그나마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곳은 명암파크호텔 정도다.
이 회장은 “서울시의 경우 이미 1997년부터 외국인 투숙객의 경우 1인당 1만원의 숙박비를 지원해주고, 상하수도·가스요금도 50% 감면해주고 있지만 충북은 올해 처음으로 재산세 50%감면을 적용한 것이 지원의 전부다. 지자체의 전폭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그는 또 “관광호텔 내 오락실을 없애고 결국 얻은 것은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오락실로 인한 폐해다. 오히려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법률적 장치를 만들어 양성화하는 것이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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