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탕 싸움’ 입 다문 충북전문건설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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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탕 싸움’ 입 다문 충북전문건설협회
  • 오옥균 기자
  • 승인 2009.10.28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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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후폭풍, 홍보물 표절 ‘누구 말이 맞나’
황창환 차기회장 “한 점 부끄럼도 없다”

차기회장 선거를 앞두고 현직 회장이 특정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해 파문이 일었던 대한전문건설협회 충북도회가 이번에는 선거 당시 후보가 제출한 홍보물로 또다시 소란스럽다.

문제가 된 것은 지난 선거에서 10표 차이로 당선된 황창환 차기회장(54·조양개발 대표)의 홍보물이다. 선거 당시 황 후보가 제출한 홍보물이 그보다 5일 앞서 선거를 치른 대한전문건설협회 대전시회 황선호 후보(차기회장 당선)의 홍보물과 판박이처럼 똑같은 사실이 밝혀졌다. 이를 두고 상대후보를 지지했던 양 협회 회원들은 서로 다른 지역 후보의 공약을 베껴온 것이라며 당선을 인정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 사진설명: 지난 22일 ‘충북전문건설협회를 사랑하는 모임’은 기자회견을 열고, 황창환 차기회장이 대전시회장 선거 후보의 공약을 그대로 사용했다며 황 차기회장의 해명을 요구했다.
지난 22일 충북도회 소속 일부 대표회원과 일반회원으로 구성된 ‘충북전문건설협회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황창환 차기회장이 대전시회 황선호 후보의 공약과 인사말을 통째로 도용했다며 즉각 해명을 요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초등학교 반장 선거를 해도 남의 인사말과 공약을 도용하지 않는데 충북전문건설인들을 대표하겠다는 후보가 다른 지역 후보자의 인사말과 선거공약을 통째로 도용해 자기 것인 양 발표했다는 것 자체가 충북의 전문건설인을 우롱하고 무시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대전시회가 충북도회보다 앞서 선거가 치러진 점, 대전시회의 홍보물 등록일이 10일 앞선다는 점 등을 근거삼아 황 차기회장이 도용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또한 문제의 홍보물 때문에 지난 선거에서 박창수 후보가 탈락했다고도 주장했다. 충북전문건설협회를 사랑하는 사람들 지일홍 대표는 “홍보물이 거의 유일한 선거운동 방법이다. 홍보물에 내세운 공약사항에 의해 당락이 결정된다”고 중요성을 설명했다.

대한전문건설협회 ‘수수방관’
대전시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현 대전시회장인 김광수 회장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다음주중 윤리위원회에 제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충북도회보다 5일 앞서 열린 대전시회장 선거에는 현 회장인 김광수 후보와 황선호 후보가 경합을 벌였다. 결과는 황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뒤늦게 이 같은 문제가 불거지면서 김 회장이 윤리위원회에 제소를 결심한 것.

이 같은 과정을 살펴보면 아직은 누가 누구의 공약을 베꼈는지 단정 짓기는 어렵다. 분명한 것은 이번 문제로 인해 충북도회와 대전시회는 물론 대한전문건설협회 중앙회까지도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앙회와 충북도회와 대전시회 모두 협회차원의 중재나 제재 방침을 밝히지는 않고 있다.

충북도회 관계자는 “우리로서는 선거 당시 후보들이 제출한 홍보물을 받아서 인쇄했을 뿐”이라며, “이미 중앙회가 차기회장에 대한 인준을 마친 상황에서 도회 차원의 대안을 마련하기는 어렵다”고 원론적인 입장만 반복했다.

당사자들 또한 공식적인 답변이나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황창환 차기회장은 “11월 2일 취임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직무에 들어간다. 어찌됐든 회원사들을 모두 감싸고 가야하는 상황에서 반박하는 등의 대처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공식적인 해명을 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도 없다. 내가 직접 초안을 잡았고, 우리 캠프에서 여러 차례 수정과정도 거쳤다. 공약으로 선택한 것 외에도 모두 4가지 안을 놓고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안이 결정된 후에는 글을 잘 쓰는 사람에게 우리가 선택한 내용을 전제로 글을 써줄 것을 의뢰했다”며 도용한 일이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또 대전지회 후보와 내용이 같은 것과 관련해서는 “내용이 같은 것은 맞다. 글을 맡겼던 사람에게서 유출된 것인지 어떤 경로를 통해 유출된 것인지는 확인이 되지 않는다. 다만 대전시회 후보가 내 홍보물을 도용한 것에 대해 별도의 문제를 삼을 생각은 없다”며 이번 논란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황 차기회장은 또한 “시간이 지나면 모든 사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대전시회 황선호 차기회장은 전화통화에서 불편한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홍보물의 내용이 동일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무엇이 똑같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한 “내가 대답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하고 더 이상의 답변을 거부했다.

한편 22일 기자회견을 연 충북도회원들은 “황창환 후보의 진실공개와 책임에 대한 행보가 납득할 수 없을 경우 전회원사의 실추된 명예회복을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혀 행보가 주목된다. 지일홍 대표는 “윤리위원회 제소도 고려중이다. 또한 중앙회에 선거일정에 대한 문제점에 대해서도 질의를 해놓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엇갈린 주장, 판단은 윤리위로
홍보물을 놓고 벌어진 ‘진실공방’은 예정대로 대전시회가 윤리위원회에 제소할 경우 이를 통해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중앙회 관계자는 “문제가 불거진 것은 알고 있지만 아직은 어떠한 방침도 서지 않았다”고 밝혔다.
어느 쪽과도 이해관계가 없다는 한 회원사 대표는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누구 말이 맞다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동안 협회가 회원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직 회장이 특정후보를 지지한 것부터가 잘못된 일이다. 또한 그동안 협회운영에 대해 회원들의 불만이 적지 않았다. 집행부의 독단적인 운영과 소규모 회원사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누가 회장이 됐든 차기 집행부는 이러한 회원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다음 선거에서 이 같은 일이 되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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