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입찰’ 지적에 “법대로 해라” 배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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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입찰’ 지적에 “법대로 해라” 배짱
  • 오옥균 기자
  • 승인 2009.11.1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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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 안한 청주지사 탓” 계속 영업권 행사
‘사후처리 소극적’ 청주공항도 도마 위에

청주국제공항청사 내 광고물 설치대 임대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입찰 및 선정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나 즉시 사업을 중단시켜야 하는 업체가 여전히 사업권을 행사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또한 선정과정에서 과실을 일으키며 이 같은 사태에 빌미를 제공한 한국공항공사 청주지사가 사후처리에서도 적극성을 띄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 지난해 12월 실시된 청주국제공항 청사 내 광고물 설치대 입찰공모를 통해 선정된 광고대행업체가 입찰 과정에서 규정을 어겨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지만 업체 측은 한국공항공사 청주지사의 실수라며 계약해지 결정을 거부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청주국제공항 청사내 광고물 설치대 임대계약과 관련된 문제점은 본보 5월 22일자 보도를 통해 밝혀졌다. 한국공항공사 청주지사는 지난해 12월 임대기간이 만료된 광고물 설치대 일부에 대해 임대업체 입찰 공고를 냈다. 경쟁입찰방식과 최고가입찰방식으로 진행된 입찰에서 청주지사는 입찰에 참여한 2개 업체 가운데 높은 가격을 써낸 서울 소재의 B광고대행사를 선정했다.

문제가 불거진 것은 본보 보도를 통해 입찰에 참여한 A·B 두 업체가 업체명만 다를 뿐 주소지는 물론 대표자까지도 동일한 사실상 동일업체라는 점이 드러난 후부터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44조에 따르면 ‘입찰참가자격이 없는 자가 한 입찰이나 동일사항에 동일인(1인이 수개의 법인의 대표자인 경우 해당수개의 법인을 동일인으로 본다)이 2통 이상의 입찰서를 제출한 입찰’ 등은 입찰 자체가 무효가 된다. 문제가 된 이번 입찰의 경우 ‘동일사항에 동일인이 2통 이상의 입찰서를 제출한 입찰’에 해당돼 당연히 입찰은 무효가 된다. 이와 같은 사실이 확인되지 않고 체결한 계약도 무효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입찰상의 문제점에 대해 청주지사는 파악하지 못했고, 자격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B업체를 대상업체로 선정했다. 본보 보도이후 한국공항공사 감사실에서는 문제가 된 입찰건에 대해 조사가 이뤄졌고, B업체 선정과정의 문제점을 확인했다. 감사실은 지난 6월 청주지사에 계약해지처분을 내리도록 지시했지만 B업체는 콧방귀도 뀌지 않고 영리행위를 지속하고 있다.
이에 대해 청주지사 관계자는 “B업체에 계약해지를 통보했지만 거부해 소송을 제기한 상태”라고 말하며 “공기업이 소송까지 제기하는 일은 흔치않다. 우리로서도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공항공사 감사실, 계약해지 지시
B업체가 같은 회사이면서 고의적으로 경쟁입찰에 두통의 입찰서를 제출하고서도 당당한 것은 청주지사가 선정과정에서 오류를 범했기 때문이다. 입찰 당시 청주지사는 두 업체의 대표자와 주소지가 같다는 것을 알고도 업체명이 다르면 별개의 업체라고 판단했다고 답변했다. 법 규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일어난 과실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점이 청주지사의 발목을 잡고 있다.

청주지사의 과실이 확인된 만큼 B업체도 계약을 해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A사는 “허위로 서류로 제출한 것도 아니고 법인등기부등본과 사업자등록증 등 입찰참가자격을 심사할 수 있는 모든 서류를 제출했고, 청주지사가 확인 작업을 거쳐 선정한 사업권에 대해 계약을 무효화할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소송을 통해 잘잘못을 가려야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문제는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현재도 B업체가 광고업을 통해 수익을 발생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민사소송이라는 점에서 B업체가 패소한다고 하더라도 항소심을 통해 소송을 연장할 수 있어 결국 계약이 만료되는 시점까지도 영업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도내 광고대행사 관계자는 “청주지사가 입찰과정에서 확인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하지만 정황상 B업체가 고의적으로 업체를 하나 더 만들어 입찰에 참가한 것인데, 이러한 업체가 아무 제재도 받지 않고 사업을 지속한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1996년 설립된 B업체는 청주공항을 비롯해 광주공항, 진주 사천공항, 김포공항, 김해공항과도 광고물 설치 운영자로 선정돼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업체로 국가계약법, 특히나 공항 광물 설치대 입찰에는 전문가다. 이러한 업체가 법을 이해하지 못해 별도의 사업체를 만들어 입찰에 참가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한 관계자는 “베테랑업체가 이러한 초보적인 방법으로 국가입찰에 참여했다는 자체가 석연치 않은 점”이라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청주지사의 대응에 대해서도 지적이 일고 있다. 공사를 상대로 눈속임을 하려고 한 업체에 대해 적극적인 제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도내 광고대행사 관계자는 “국가계약법을 위반한 점이 명백한데 광고물 철거 등 적극적인 처분을 하지 않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청주지사는 원칙대로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강제 철거라도 집행해야 하는 것 아니냐. 만약 청주지사의 처분에 승복하지 못한다면 그때 업체가 청주지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청주지사는 “법적으로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은 사업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고, 임대기간 동안 개인이 재산을 함부로 훼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결국 청주지사가 새로운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B업체는 부적절하게 선정되고도 계약기간인 5년간의 영업행위를 지속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대해 청주지사 관계자는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최초 계약해지를 통보한 6월 이후에 발생한 B업체의 부당수익에 대해서는 반환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관리연한이 지나 B업체가 계약과 동시에 교체할 것을 합의한 2층 대기실 TV 6대도 교체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소송이 이어져 임대기간이 만료되는 4년 뒤에야 교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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