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체줄기세포 치료제 상품화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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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체줄기세포 치료제 상품화 눈앞
  • 오옥균 기자
  • 승인 2009.12.03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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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산업은 인내의 미학… 충북사람 기질과 맞아
2012년께 청주권에 세계적 전문병원 선보일 계획”

지난 6일 자랑스러운 충북인이 또 한 번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라정찬 알앤엘바이오 대표(47)가 바로 주인공. 라 대표는 사단법인 과학선현 장영실 선생 기념사업회가 선정한 '2009년 장영실상 과학기술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청주 신흥고와 서울대 수의과대학를 졸업한 라 대표는 2000년 서울대 수의대 이영순·강경선·박용호 교수와 함께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제 개발업체인 (주)알앤엘바이오를 설립해 일련의 성과를 거두며 국내 최고수준의 바이오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장영실상 과학기술대상 수상자로 라 대표가 선정된 것도 줄기세포 치료기술산업화의 선두주자로 과학발전에 기여한 점이 높게 평가됐다는 것이 선정기관 측의 설명이다.

“암·에이즈 등 인류가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질환을 정복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최종목표라고 말하는 라 대표는 “고향인 청주권에 줄기세포를 이용한 세계적인 전문치료병원과 바이오분야 대학원대학을 설립하고 싶다”며 고향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보였다. 2000년까지 LG화학에서 동물의약사업팀장으로 유전자 재조합 단백질을 연구한 라 대표는 줄기세포를 통한 치료제 개발의 가능성을 확신하고 퇴사해 알앤엘바이오를 설립했다.

연매출 1조원도 멀지 않았다
알앤엘바이오는 우수한 연구진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2002년 최우수 벤처기업 선정(전경련), 2003년 벤처기업 대상 선정(국무총리상), 정밀기술진흥대회 동상, 경기중소기업 대상을 연이어 수상하며 업계와 학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2005년 7월에는 코스닥 상장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2005년 말, 탄탄대로 같던 알앤엘바이오의 앞길에 제동이 걸렸다. 상장을 통해 제품개발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기뻐한 것도 잠시 4개월만에 황우석 박사의 배아줄기세포 논문조작 파동이 일어났다.

배아줄기세포를 연구한 황 박사와는 달리 알앤엘바이오는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제를 개발했던 업체다. 성체줄기세포와 배아줄기세포와는 엄연히 다르지만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똑같은 줄기세포일 뿐이었다.

알앤엘바이오의 주가는 바닥을 쳤고, 투자자들은 라 대표를 향해 온갖 폭언과 협박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제 개발에 확신을 가지고 있었던 라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연구에 대한 성과물이 나오기 시작한 2007년부터는 잇달아 특허를 출원했고, 매출액 70억원을 기록했다. 2008년에는 250억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영업이익도 흑자로 돌아섰다.

라 대표는 “올해는 연매출 500억원 달성과 110억원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추세라면 2012년에는 매출액 1조원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벼랑 끝까지 내몰렸던 라 대표도 이제는 “바이오산업은 오랜 연구기간을 거쳐야 성과물을 얻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묵은 장맛 같은 기질을 가진 충북사람이 바이오산업과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웃으며 그 시절을 떠올리는 여유가 생겼다.


줄기세포 배양기술 세계가 주목
줄기세포란 손상된 조직을 재생하는 세포를 말한다. 여러 줄기세포 가운데 지방이나 태반·제대혈·골수 등에서 추출하는 줄기세포를 성체줄기세포라고 한다. 수정란에서 추출되는 배아줄기세포와는 성격을 달리한다. 알앤엘바이오가 강점을 갖고 있는 부문은 성체줄기세포 가운데에서도 지방줄기세포다. 라 대표는 “골수와 제대혈에서 추출하는 줄기세포는 지방줄기세포보다 배양기간이 길어 비용부담이 크다. 또한 배양기간은 세포변이와도 직결돼 배양기간이 짧다는 것은 그만큼 안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알앤엘바이오의 경쟁력이 바로 이 배양기술이다. 체내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복재하고 배양해, 그 수를 늘려 치료에 필요한 만큼의 줄기세포를 안정적으로 만들어 내는 기술에서 알앤엘바이오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다.

알앤엘바이오의 또 다른 경쟁력은 과감한 선행투자다. 줄기세포의 대량 배양과 보관이 가능한 연구시설(3300㎡)과 40명의 연구인력 등 인프라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라 대표는 “적자를 거듭해오면서도 시설투자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현재까지 700억원의 연구투자비용이 투입됐다”고 설명했다.

알앤엘바이오는 ‘비스코스템’ ‘조인트스템’ 등 지방유래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해 현재 막바지 임상시험 중이다. 늦어도 내년 초까지는 임상시험이 완료되고 상품화될 것이라는 게 알앤엘바이오 측 설명이다. 라 대표는 “지난해 중국 옌지에 줄기세포치료 전문병원인 ‘RNL조양재생의학병원’을 열어 치료를 시작했고, 치료성과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3단계에 걸친 임상시험을 통과해야 상품화가 가능하지만 중국은 임상시험없이 시술이 가능해 이미 상품화를 한 상태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유럽 등지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알앤엘바이오가 중국 현지 병원을 통해 시술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치료제 개발은 물론 다각적인 사업모델도 구축했다. 2006년 줄기세포를 냉동보관하는 줄기세포은행사업을 시작으로 지난해 12월에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화장품 사업에도 진출했다.

청주권에 병원과 대학 등을 설립하고 싶다는 라 대표의 계획도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라 대표는 “2012년 문을 열 계획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년까지는 입지를 확정지어야 한다. 우선적으로 충북도와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라 대표는 “계획대로라면 세계 각국에서 치료를 받기위한 환자와 보호자가 청주를 찾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경제효과는 물론 나아가 세계 의료관광의 중심지가 되길 바란다”며 “충북도의 적극적인 협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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