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청원 통합'과 질긴 악연 막 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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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청원 통합'과 질긴 악연 막 내리나
  • 홍강희 기자
  • 승인 2009.12.16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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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군수, 두 번씩 통합운동에 찬물, 청원시 추진 끝내 좌절
“흡수통합되면 청원군은 발전 정체‘ 퇴임식 때도 적극 주장
   
김재욱 전 군수(오른쪽)는 10일 퇴임식을 가진 뒤 직원들과 악수를 나누고 무대 밖으로 퇴장했다. 며칠 뒤 정우택 지사는 청원군청에서 통합찬성을 공표해 주목을 끌었다.

그동안 청주·청원 통합 반대에는 김재욱 전 청원군수가 있었다. 그는 세 번의 통합시도 중 두 번이나 통합반대 선봉에 서 있었다. 94년 정부의 도농통합 때를 제외하고 2005년과 올해 통합반대를 이끌었다. 지난 2005년에는 충북도 자치행정국장으로 이원종 지사의 명을 받아 통합반대를 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원군수 출마를 위해 통합에 반대한다는 소문이 나돌던 김 전 군수는 실제 통합이 부결된 후 그 해 12월, 출마를 위해 공직을 사퇴했고 당선됐다. 충북도는 통합반대측면에서 청원군과 손을 잡았고 그 가운데 김 군수가 있었던 것이다.

2005년 양 지역 통합운동이 본격화되자 김 전 군수는 이 지사의 지시에 따라 도청내에 통합실무지원단을 구성했다. 겉으로는 청주·청원지역의 통합을 행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지원단을 구성했다고 했으나, 속으로는 극심한 반대운동을 펼쳤다. 지사와 자치행정국장 사이에는 행정부지사가 있지만 당시 행정자치부 국장 출신인 이재충 부지사는 통합찬반이 한참 가열됐을 때 내려와 도청내 통합반대는 실질적으로 이 지사와 김 전 군수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원종 지사와 통합반대 주도
충북도가 통합에 반대한 이유는 청주·청원이 합쳐 힘이 커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양 지역이 통합되면 충북도가 없어질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충북도의 한 공무원은 “청주와 청원이 통합하면 정부의 행정구역개편 계획에 따라 충북도가 폐지될 것이라는 소문이 있었다. 당시 광역자치단체 폐지안이 구체적으로 나온 게 아니었는데도 이런 얘기가 돌자 도 공무원들이 위기감을 느껴 통합에 반대했다. 그 때는 공무원들이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통합 주민투표 때 아예 기권하거나 반대한 사람들이 많았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당시 이기동 충북도의원은 통합 주민투표를 위한 도의회 의견수렴 임시회에서 “두 지역이 통합하면 나머지 충북은 공중분해된다. 정부에서는 충북을 시범도로 생각하고 있다”며 통합 반대를 적극 주장했다.

그리고 충북도는 의도적이든 아니든 청원군의회와 도의회를 통해 통합일정을 트집 잡았다. 이 또한 통합반대로 비쳐졌다. 한대수 청주시장과 오효진 청원군수가 통합에 찬성한 뒤 양 지역의 의회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 청원군의회가 의도적으로 일정을 늦췄고, 도의회 역시 시간을 끌어 가뜩이나 촉박한 일정을 더 꼬이게 만들어 통합찬성측으로부터 거센 반발을 샀다.

통합운동을 주도한 청주청원하나되기운동본부는 당시 “조방형 청원군의원과 김재욱 충북도 자치행정국장은 군수 출마를 위해 주민투표 무산을 주도한다는 의혹에 대해 직접 공개 해명할 것, 청주 청원 양 지자체는 양 지역 주민이 통합을 결정하는 주체임을 명심하고 주민투표 약속을 관철할 것, 충북도와 도의회는 선동정치를 중단하고 주민투표 요구 건의서를 조속히 행자부에 제출할 것” 등을 요구했다.

김 전 군수는 지난해 지역에서 통합 여론이 다시 형성되자 이번에는 청원시를 들고 나왔다. 그는 지난해 1월 청원시 승격을 공표했다. 4월 21일에는 ‘청원시승격추진위’를 발족시켰다. 법정 시승격기준 인구 15만명 돌파를 위해 내고장 주민등록갖기운동 등을 전개했다. 하지만 시승격은 정부정책인 광역화와 맞지 않는 기조이고 인구 15만명을 달성하지 못해 지금은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더욱이 도넛 형태인 청원군이 시가 될 겨우 시 청사를 둘만한 마땅한 장소도 없는 형편이다. 이 때문에 시승격은 통합 반대를 위한 억지 대안 논리로 나온 것이라는 게 많은 사람들의 얘기다.

김 군수는 지난 7월 군정성과발표 기자회견에서 “청원시 승격에 이어 2010년까지 신청사 이전을 실현하겠다. 시 승격은 내가 선거기간중 제시한 공약으로 군민들과의 약속인 만큼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남상우 청주시장이 6월 말에 청주·청원 통합시를 만들어 오는 2010년 3월에 개청하고 통합시장도 청원군수에게 맡길 용의가 있다고 밝히자 그는 "임시관리 3개월을 결정하는 권한이 남 시장에게 있느냐"고 반문한 뒤 “청주·청원 통합은 남 시장의 선거 공약이고 청원시 승격은 나의 선거공약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말로만 통합논의 기대
김 군수는 이후 지난 9월에는 ‘진정성과 실천력이 담보된 청원·청주 통합 논의를 기대합니다’라며 자신이 빠질테니 청주시장도 빠지고 사회단체도 빠지고 주민의 대의기구인 청주시의회와 청원군의회가 의원동수로 통합을 논의하라고 밝혔다. 대전고법에서 선거법위반 혐의로 군수직 상실에 해당하는 벌금 150만원의 판결을 받은 뒤였다. 하지만 이 때 김 군수는 통합을 찬성한 게 아니다. 그는 여전히 통합 반대 논리를 폈다. 김 군수의 영향력이 상당부분 미쳤던 청원군의회, 이장단, 사회단체 등 기득권세력들도 태도변화가 없었다. 특히 군의회는 통합반대특위를 구성해 청주시의회와 대화조차 하지 않았다.

모 인사는 “김 군수가 마치 자유롭게 의사결정을 하라고 자리를 비켜준 것 같지만 청원군은 여전히 김 군수 영향력 아래 있었다. 군의회는 시의회의 대화 제의를 한 번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청주시와 시의회만 당한 꼴이다. 의회의 첫 번째 역할이 주민들의 의견수렴이건만 군의회가 처음부터 끝까지 통합반대를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김 군수가 진정 통합논의를 원했다면 군의회를 대화 마당으로 나오게 했어야 했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김 군수는 지난 10일 대법원으로부터 군수직 상실형을 받고 청원군을 떠나면서 다시 한 번 통합 반대를 외쳤다. “청주시와 비교해 모든 것이 불리한 현 상황에서 청원군이 흡수통합 된다면 보나마나 우리 군은 청주시의 종속적 존재로 전락하여 지역발전은 정체되거나 후퇴하게 될 것이다.” 김 군수는 일단 무대 뒤로 퇴장했지만, 통합이 부결될 경우 이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지역여론이다. 이 퇴장 또한 무리하게 통합반대를 주도하다 자초한 일이어서 두고두고 회자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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