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자치센터, 지금 어디까지 와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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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센터, 지금 어디까지 와있나
  • 홍강희 기자
  • 승인 2003.11.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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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프로그램 빼고 나면 남는 게 없어
“사회교육기능과 자치기능 분리하라” 주장도 제기

주민자치센터는 행정자치부가 공무원 구조조정을 단행한 뒤 읍·면·동사무소의 기능전환 명목으로 신설됐다. 정부가 공무원 구조조정을 했으나 예상외로 읍·면·동사무소의 인력이 주로 감축된데다, 각종 증명서 발급이 전자시스템으로 바뀌어 공간과 업무에 여유가 생기자 새롭게 시도한 것. 청주시에서는 지난 2000년 9월 우암동과 사직2동에서 시범 실시한 뒤 2001년 6월 전지역으로 확대됐다.

청주시에 따르면 주민자치센터의 본래 취지는 주민자치위원들이 모여 지역현안을 논의하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장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지역중심의 커뮤니티 형성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주민중심의 공동체 의식 지향과 지역 공통의 가치 및 이익 개발을 추구하는 한편 동사무소의 시설 및 여유공간을 주민자치센터의 문화복지 공간으로 활용하여 주민들을 위한 행정을 실현할 수 있는 이점도 실제 있다.

말 그대로 자치(自治)를 해야

그러나 현재는 주민자치센터에서 하는 여가 및 취미 프로그램이 이 곳의 주된 기능으로 인식돼 있다. 동사무소 관계자들은 이런 프로그램들이 주민들을 모이게 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오히려 이런 것을 빼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다. 김혜란 주성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아직 주민들이 자치를 하기에 민도가 낮고, 현대인들은 동단위보다는 아파트공동체를 따라 움직인다. 그래서 취미 및 여가 프로그램을 운영해 사람들을 모이게 하고 있지만, 오히려 이것이 주가 되고 진정한 의미의 자치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며 현재 주민자치센터의 모습은 사회교육기능과 자치기능이 혼재돼 있는 형태라고 잘라 말했다.

따라서 자치기능은 활성화시키되 사회교육기능은 여성회관 같은 사회교육기관과 연계, 영국의 커뮤니티센터처럼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자치센터내에 혼재돼 있는 두 기능을 분리하자는 것이 김교수의 주장이다.
실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그동안 이런 주장들이 심심찮게 나왔다. 최용환 충북개발연구원 책임연구원도 이와 관련된 한 토론회에서 “주민자치센터를 지역주민들의 삶을 증진시키기 위해 추진했음에도 일부 소수 수혜계층만이 이용하고 있고, 지역문제의 현안을 스스로 해결해 나가려는 의지 부족, 경제적으로 어려운 지역주민의 참여배제, 주민들의 무관심, 동사무소의 인력감축과 예산상의 제약, 운영시간을 주간으로 제한”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또 하나의 동사무소 조직”

대부분의 주민자치센터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는 노래교실, 스포츠댄스, 단전호흡, 탁구, 서예, 수지침 등이다. 담당자들은 주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 노래와 스포츠라서 이런 것을 도외시할 수 없다고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들은 기타 사회교육기관에서도 얼마든지 배울 수 있는 것들이다. 현재 주민자치위원을 선정할 때는 공모절차를 거치나 막상 자치위원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은 직능단체 대표, 정치 지망생, 사업가 등이 많은 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해 주민자치센터도 또 하나의 동사무소 조직에 불과하다는 의견을 내놓는 사람들도 있다.
한편 청주시내 동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프로그램을 이수한 사람들이 동아리를 만들어 지역민들에게 봉사하고, 다리를 놓아야 하거나 가로등을 설치해야 하는 등의 문제가 있을 때는 자치위원들이 안건을 상정해 건의하는 방법으로 지역현안을 해결한다. 프로그램 운영이 전부가 아니고 지역발전을 위해 하는 일도 많다”며 “우리는 자치위원들이 일을 원만하게 해결하도록 행정적인 뒷받침을 하는 것 뿐이다. 앞으로 의식있는 사람들이 많이 참여해 주민자치센터를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담당자들은 시에서 지원해주는 것이 프로그램 한 개 당 월 20만원 정도의 강사 수강료밖에 없어 돈이 필요할 때는 자치위원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와야 하는 현실도 많은 제약을 받는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공무원 위주의 운영으로 주민자치센터가 ‘9 to 5’로 직장인이나 학생들이 이용할 수 없는 점은 여전한 불만으로 꼽히고 있다.

교육과 정보, 나눔과 교류의 장 표방한 ‘주민자치센터 박람회’
19∼21일 청주예술의 전당 일대에서 전국행사 열려

 ‘주민자치로 지역의 미래를 준비한다’라는 주제로 ‘2003 주민자치센터 박람회’가 19∼21일 청주예술의 전당 일대에서 열리고 있다. 주민자치센터 활성화를 위한 풀뿌리네트워크와 청주시가 주최하고 (사)열린사회시민연합이 주관한 이 행사는 올해 3회 째를 맞는다.

주민자치센터 운영에 대한 구체적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고, 우수사례를 통해 주민자치센터의 활성화 방안을 모색한다는 것이 이 박람회의 취지. 주최측은 “주민자치센터가 시작된지 올해로 5년째인데 도시지역은 전면 실시되지만 읍·면지역은 30% 밖에 시행되지 않고 있다. 이런 박람회를 통해 주민들에게 가까이 갈 수 있고, 주민들의 참여를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과 정보를 제공하고 제안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람회 프로그램으로는 전시, 세미나, 토론회, 강연, 공연, 참여 이벤트 등이 있다.

청주시에서는 금천동의 동 경계따라 시오리길 주민걷기대회, 봉제교실, 주민참여 평가반영, 관계자간의 역할분담, 수곡2동의 경로보호소, 저소득대상 지역특성반영 프로그램, 자원 연계(인적·물적), 미니노인복지학교, 그리고 산미분장동의 산남3지구 택지개발예정지 원흥이두꺼비마을 생태문화보전운동이 우수사례로 선정돼 박람회에서 선을 보였다.

행정자치부가 전국을 대상으로 주민자치센터의 우수사례를 뽑아 전시함으로써 박람회를 교육과 정보, 나눔과 교류의 장으로 만든다는 취지이나 이런 목표를 얼마나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선 동사무소에서는 아직 주민자치센터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지 않고 취미 및 여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장소 정도로 밖에 인식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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