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유치 21조, 차·포 떼면 남는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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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유치 21조, 차·포 떼면 남는 게 없다
  • 오옥균 기자
  • 승인 2010.03.10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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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투자할 기업’ 충북도 유치성과 숫자놀음 비판
하이닉스 직접고용 8000명 기대, 현실은 200명 감소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둔 정우택 도지사 후보가 내건 캐치프레이즈는 ‘경제특별도’였다. 민선 4시가 시작되고 지난 3년간 정 지사는 물론 충북도 전체가 기업유치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투자유치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서울투자유치센터를 설치했다. 또한 기업인 예우 시책을 추진하고, 대규모 투자설명회 개최하는 등 기업유치를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 결과 3월 8일 현재 171개 기업과 투자협약을 체결했고, 기업이 약속한 투자유치금액은 21조원을 돌파했다. 단연 전국 최대 실적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민선 4기 기업유치 실적이 숫자놀음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충북도는 21조원을 유치했다고 하지만 도민들이 느끼는 실질적인 도내 경제성장세나 체감경기는 이러한 수치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 경제특별도 건설을 전면에 내세운 민선 4기 튜자유치액이 21조원을 넘어섰다. 수치상으로는 전국 최고의 성과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숫자놀음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진은 2007년 4월 2일 열린 하이닉스와 충북도의 투자협약식.
투자유치라는 것은 투자지역을 결정하는 않은 기업이나 투자를 고려하지 않고 있는 기업을 설득해 데려오거나 투자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충북도가 제시한 171개 투자기업 중 상당수는 충북도의 투자유치 노력과 상관없이 이미 충북에 시설투자 등 재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기존 기업이거나 기업의 필요성에 의해 충북으로 이전한 기업들이다.

투자유치에 가장 큰 힘을 실어준 기업은 하이닉스반도체다. 경제특별도를 선포한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2007년 4월 2일, 충북도와 하이닉스는 총투자규모 8조 7650억원에 달하는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투자금액만 보더라도 전체 투자금액의 40%에 육박한다.

협약 당시 하이닉스는 생산량 증가를 대비해 후처리공정이 진행되는 2공장을 증설하고, 생산 장비를 채우는데 1조 4000억원을 투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 3공장 신축에 4조 5000억원과 향후 3년간 2조 8000억원의 설비투자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계획을 바탕으로 8조 7000억원 규모의 투자협약을 체결한 것이다.

하지만 반도체시장의 폭락과 함께 치킨게임을 벌여온 지난 2년간 하이닉스의 투자는 기대이하였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반도체 시장이 호전됐고, 당분간은 이러한 시장 분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도 설비투자비로 7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라며 “반도체는 경기부침이 심해 시장상황에 따라 투자가 지연되고 번복될 수도 있지만 협약 당시 제시했던 8조 7000억원 규모의 투자는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충북도는 2010년까지 8조 7000억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2010년 현재 하이닉스 투자비용은 절반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충북도는 하이닉스와 투자협약을 발표하면서 제3공장이 완성되면 8000여명의 직접고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현실은 이 같은 기대와 정반대 상황으로 돌아가고 있다.

하이닉스의 고용인구는 2007년 5500여명에서 현재는 5200여명으로 오히려 200여명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지난 3년간 자연감소 인원이 200명 이상 발생했고, 같은 기간 동안 이렇다 할 신규채용이 없었던 결과”라고 설명했다.

특히 직접고용효과 8000명이라는 수치는 협약 당시에도 산출될 수 없는 수치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하이닉스 한 관계자는 “계획대로 M11·M12라인이 모두 들어와도 직접고용인구는 6000명이 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지만 충북도가 8000명으로 제시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결국 하이닉스의 예상과 충북도의 예상은 모두 빗나갔고, 200명 감소라는 참담한 결과를 맞이했다. 협약 이후 하이닉스는  200㎜ 팹을 사용하던 M9공장(1공장)을 폐쇄했고, 그 인력으로 M11에 필요한 인력을 충당했다. 지난 1월 김종갑 사장이 발표한 올해 600명 신규채용 예정이 그나마 투자유치에 따른 가시적인 고용효과의 전부다.
하이닉스 투자유치와 관련해 한 관계자는 “충북도가 제3공장 유치에 공을 세운 것은 인정할만하다. 하지만 후처리공정을 하는 2공장은 민선 3기인 2006년 이미 확정된 계획이었고, 충북도의 하이닉스 투자유치금액은 3공장 설비투자액인 4조 5000억원으로 보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수도권 규제 완화로 U턴
지난해 3월 9일 충북도는 SK에너지와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투자규모는 1590억원. SK에너지는 증평산업단지 내 16만 8722㎡ 부지에 생산설비 2개 라인을 설치할 예정이고, 현재 막바지 공사를 진행 중이다. 

SK에너지가 투자를 진행 중인 부지는 이미 2007년 SK케미칼이 충북도와 1000억원의 투자협약을 맺고 사업을 추진하던 곳이다. 이와 관련해 투자유치 액수가 중복해 계산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증평부지를 SK에너지에 매각한 SK케미칼은 같은 해 청주산단 내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을 인수하면서 충북도와 또다른 3000억원의 투자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하지만 SK케미칼이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을 인수한 지 3년이 지났지만 현재까지 투자비용은 450억원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공장 증설을 계획하고 있어 투자비용이 늘어나기는 하겠지만 당초 SK케미칼이 제시한 3000억원은 향후 10년간 투자 비용을 전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케미칼은 현재까지 부지매입과 영업권 등 인수비용 300억원을 포함해 450억원의 투자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SK케미칼이 증평산단 내 부지를 매입하고도 사업을 철회한 것은 수도권 규제 완화조치로 기존 수원공장을 철수할 필요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SK케미칼 투자협약과 관련해 충북도는 적극적인 유치노력의 결과라고 자평했지만 사실상 수도권기업의 충북 이전은 수도권 규제에 따른 수혜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수도권규제가 완화되지 않았다면 SK케미칼이 투자를 철회할 이유도 없다.

2008년 5월 20일 충북도는 현대중공업과 3000억원 규모의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현대중공업은 음성군 소이면에 위치한 중장비공장을 태양광발전공장으로 전환하고 2009년까지 3000억원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의 투자는 충북도의 노력이라기보다는 온전히 기업논리에 의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중공업이 음성과 인연을 맺은 것은 한라중공업의 부도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이 부도난 한라중공업을 인수했고, 지난 5년간 연평균 35% 급성장을 보인 태양광발전에 눈을 돌려 음성공장을 태양광발전공장으로 전환한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1조원 약속 LG도 안개 속
지난해 3월 30일 충북도는 LG화학과 2013년까지 총 1조원의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LG화학은 지난해 GM사와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고, 이에 따라 자동차용 배터리 생산공장 신축공사를 진행 중이다. 현재 LG화학은 오창공장의 유휴부지에 배터리공장 1개동을 신축하고 있다. LG화학 관계자에 따르면 배터리공장 1개동에 투입되는 사업비는 3000억원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약속대로 1조원을 투자할 지는 불투명하다. LG화학의 세종시 입주설이 끊이기 않고 있기 때문이다. LG화학은 당초 오창2산단 입주를 계획하고 있었지만 지난 연말 이 같은 계획을 철회했다. 공개적으로는 현재 유휴부지 만으로도 배터리공장을 세우는 데 어려움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2차전지 투자지를 변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충북도가 유치한 171개 기업 가운데 상당수는 하이닉스와 LG 등 대기업 협력업체로 필요에 의해 이전해왔고, 일부 기업은 투자협약에 대해서도 시큰둥했다.

청주시에 위치한 A업체는 2006년 부지를 매입해 공장 완공을 앞둔 시점에서 충북도의 요청에 의해 투자협약을 맺었다. A업체 관계자는 “투자협약을 통해 당장 회사에 직접적인  도움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공장을 증축한다거나 할 때 행정적인 협조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업체로서도 마다할 일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충북도가 투자협약을 체결한 171개 가운데 1월 31일 현재 44개 업체가 공장을 준공하고 가동에 돌입했으며, 37개 업체가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전체 협약기업 가운데 47%가 실질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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