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로 막대기 꽂는 정당공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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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막대기 꽂는 정당공천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0.04.14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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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표 정치·문화부장

기초단체장이나 기초의회에 대한 정당공천의 폐해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지만 나는 정당공천에 찬성한다. 사실 정당공천의 폐해는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가장 심각한 것이 줄 세우기다.

선출직에게는 생명줄과도 같은 공천권을 당이 쥐고 있으니 사실 힘없는 기초 단위 정치인들은 줄을 당기는 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와도 같은 신세다. 국회의원도 아니고 국회의원 후보가 출마기자회견을 하는데 선출직인 지방의원들이 병풍처럼 둘러서는 모습을 보면 그들의 심경이 어떨지 한눈에도 짐작이 간다.
그래도 나는 정당공천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번 6.2지방선거만 하더라도 유권자는 8장을 기표해야 한다. 도지사나 내가 사는 시·군의 단체장은 그래도 TV나 신문에서 얼굴이라도 봤을 터이지만 솔직히 정치에 큰 관심이 없는 유권자가 도의원, 시군의원의 얼굴이나 이름을 제대로 아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하물며 정치신인들의 살아온 길이나 정치철학, 인간됨을 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간주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투표용지가 많으면 줄 투표가 이뤄지기 일쑤다. 중선거구제로 처음 치러진 지난 기초의회 선거에서 한나라당, 민주당의 경우 지역구당 두세 명의 후보를 냈는데 이름의 가나다순으로 가나다 기호를 부여받았다. 황당한 것은 청주시의회 선거에서 ‘가’번을 이긴 ‘나’번 후보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다. 청주 모 선거구의 경우 한나라당 후보 세 명이 공교롭게도 모두 김씨였는데, 그 중에서도 가나다에 밀려 ‘다’번을 부여받은 후보는 결국 낙선했다.

이번 선거부터는 그래도 당 공심위에서 후보순위를 결정하거나 기호 경선을 하는 것으로 선거법이 바뀌었으니 그래도 다행이다. 오죽하면 기호를 추첨하자는 얘기까지 나왔겠는가? 이것이 우리의 현주소다. 정당공천이 없다면 후보자의 면면을 알 길이 없고 기초로 내려갈수록 그냥 붓두껍 가는 데로 찍는 투표가 이뤄질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그래서 말인데 정당공천을 통한 ‘1차 검증’이 정말 중요하고 정당은 공천한 후보가 당선됐을 경우 애프터서비스까지 확실히 책임져야 한다. 일단 공천을 할 때부터 도덕성과 능력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거쳐야하고 당의 색깔과 맞지 않으면 절대로 공천을 주지 말아야 한다.

유권자는 공당(公黨)이 공천(公薦)한 후보에 대해서 ‘내가 믿는 당이니까’ 혹은 ‘당색이 나와 맞으니까’ 믿고 찍으면 가장 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초에 대한 정당공천이 뭇매를 맞는 건 지금까지 이뤄진 공천 가운데 사천(私薦)이 많았다는 얘기다. 선거가 유리하면 할수록 받아야할 사람보다는 줄 잘 서는 사람을 내세웠다. 실제로 막대기를 꽂아도 된다는 선거에는 막대기를 꽂았다. 또 불리한 선거에는 당선가능성만 보고 정체성이 불분명한 후보를 내세웠다.

정당만 믿고 찍었다가 뒤통수를 맞고 나면 황당하다 못해 화가 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민선 4기 기초단체장 가운데 비리·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단체장은 모두 95명으로 전체 230명의 41.3%에 이른다. 기소된 단체장의 숫자도 민선 1기 23명,2기 59명,3기 78명 등으로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충북에서도 민선 4기 시장·군수 가운데 한창희 충주시장이 취임 두 달 만에 현직에서 물러났으며 김재욱 청원군수, 박수광 음성군수도 전직이 됐다. 모두 선거법 위반이다.

이쯤 되면 공천을 잘못한 것에 대해 정당도 뭔가 책임을 져야 한다. 어떤 패널티를 줄 수 있을까? 공당이 먼저 답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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