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나를 재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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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나를 재판할 수 없다?
  • 충북인뉴스
  • 승인 2010.05.13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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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현 변호사

“나는 너희들의 왕이기 때문에 너희는 나를 재판할 수 없으며, 그 어떤 세속권력도 나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이 얼마나 무소불위의 위엄이 넘치는 말인가. 이는 영국에서 청교도혁명 당시 법정에 선 절대군주 찰스1세가 한 말이다. 자신은 법의 이름으로 인민을 마음대로 처벌할 수 있지만, 자신은 법 위에 존재하는 절대자이므로 법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절대 군주의 오만을 극명하게 보여 주는 단면이다. 결국 찰스 1세의 목은 날아갔지만….

천안함 사건. 지방선거에 묻혀 어물쩡 넘어가는 경제뉴스가 있다. 이건희 회장의 경영복귀 뉴스다. 지난 달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경영 복귀 선언이 있었고 이번 달부터 본격적으로 대외 활동을 시작한다고 한다. 대법원 확정판결이 있은 지 7개월, 연말 정부로부터 단독 사면 된지 겨우 3개월만이다. 너무 빠른 이 회장의 복귀선언에 대관식을 위한 법적, 정치적 장애를 없애준 정부마저 머쓱하게 만들 정도다.

삼성그룹내 가신들의 “우리는 이 회장을 모시고 일을 해야 한다”, “이 회장이 저희 경영진의 부족함을 메워주실 것이다”라는 식의 애끓는 청원과 보수신문내 삼성의 언론장학생들을 동원한 도요타 사태, 스마트폰, 3D TV 등에 빗댄 삼성 위기론의 애드벌룬 띄우기가 현실화 된 것이다.

이 회장이 내세운 복귀의 명분은 “위기”다. 삼성과 보수언론은 “대한민국 일류기업인 삼성의 위기는 대한민국의 위기”이고, “이를 해결할 사람은 이건희 회장뿐이지 않냐” 라는 식으로, 이 회장의 복귀를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묘사한다. 그러나 많은 비판자들은 현재의 위기는 “삼성의 위기”가 아니라 “이씨 족벌의 위기”거나 “이 회장 복귀가 위기”라고 하며, 이 회장의 복귀는 “황제경영체제”로의 퇴행이라고 말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근호(4월 3~9일)도 “군주의 귀환(Return of the overlord)”라는 제목 등의 기사에서, “삼성이 정말 위기에 직면하였고… 이런 위기를 이겨낼 사람이 이 회장 자신뿐이라면, 후임자들의 경영능력은 뭐란 말인가”라고 비꼬고, 나아가 우리 정부에 대하여도 “이명박 대통령이 조세포탈로 유죄판결을 받은 이건희 회장을 특별사면 해 경영에 복귀토록 했다”, “2차 세계대전이후 최악의 무역침체를 훌륭하게 이겨내면서 한국인들은 재벌기업과 왕족처럼 사는 불가사의한 재벌가에 대하여 상당한 신뢰를 보내게 되었다”고 비꼬았다.

선진국 경제지마저 우려하는 이건희 회장의 복귀문제는, 선진국의 대기업과 경쟁하는 우리나라 재벌의 부흥을 견제하려는 선진국의 사다리 걷어차기 수법의 변종이라고 치부하기에는, 87년 이후 민주화가 되어도, 97년 이후 IMF 사태 이래 국제적 기준을 강제 하여도 끄떡 않고, 더 공고화되고, 더 소수집중화 되는 재벌경제, 족벌경영이라는 우리 현실에 너무나 뼈아픈 충고다.

경제문제야 어찌 되었든, 결과적으로 보면, 위 주간지의 지적대로 이건희 회장에 대한 재판과 사면이라는 법과 정치적인 절차는 그의 복귀를 위한 법적 장애를 제거하는 수단에 불과했던 것이고, 황제에게 일반 서민과 같은 거추장스러운 절차를 밟게 했다는 송구스러움에 대한 진상품에 불과하였던 것이다. “결과적으로”가 아니라 누군가 “의도한대로”일지도 모른다.

이 회장의 재판, 사면, 경영복귀의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법 앞의 평등(equality before the law)”원칙은, “법 뒤에 있는 자”, “법 위에 있는 자”에게 까지 적용되지 않는다는 역설적인 의미가 있음을, 결코 목이 잘리지 않는, 떨어졌던 목도 다시 붙는 현대판 찰스 1세의 위세를 새삼 깨닫게 된다. 이도 저도 아니면, 삼성그룹의 가신들이 은밀히 자백하고, 이코노미스트가 보강증거를 제시하였듯이, 이건희 개인이 없으면 무너질 정도로, 특혜와 뇌물로만 연명이 가능하였을 정도로 삼성이 허약했다는 반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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