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보람찬 책읽기를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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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보람찬 책읽기를 시작하자’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4.01.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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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신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시작을 한권으로 하는 것은 어떨까. 새해에 맞는 지침서도 좋고, 좋아하는 작가의 소설과 가벼운 시 한권도 좋을 듯 싶다. 충청리뷰는 새해 이슈가 되고 있는 책 네권을 소개한다.

‘타자가 보는 역사 이야기’
하얀가면의 제국/박노자/한겨레 신문사

박노자의 새 책 ‘하얀가면의 제국’은 우리안에 있는 서구중심주의 논리를 메스를 들고 꼼꼼히 해부하고 있다. ‘하얀가면’은 프랑스에 맞서 알제리 독립을 이끌었던 프란츠 파농이 말했던 바로 ‘그 가면’이다. 즉, 스스로 하얘지고 싶어 쓰는 위장용 가면인 ‘서구가 쓴 하얀가면’에 우리사회는 일방적으로 매혹당하고 있다는 것을 역설한다. 이는 타자로서의 역사인식의 부재로 우리는 불합리한 서구논리에 이끌리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의 물음은 한국사회의 고정관념에 관한것들이다.

“한국이 그토록 추앙하는 도스토예프스키는 사실상 러시아에 대한 무지다”, “이스라엘, 유대인은 과연 우리의 모델이 되기에 적합한가?” “동학농민운동을 혁명으로 봐야하는가?”등 민감한 텍스트들을 그는 사실적인 논거로 풀어낸다. 또한 그는 “최근 한국인들은 ‘영어공용화론’까지 주장하고 있다”며 “이는단순한 과잉 충성도 아니고 하얀 가면이 진짜 얼굴이 되기를 간절히 비는, 자조능력까지 마비된 광적인 맹종”이라고 꼬집는다.

박씨가 이 책을 통해 외치는 ‘타자의 눈으로 본 역사의식’이란 결국 서구가 동양을 타자화하여 비하하는 ‘오리엔탈리즘’의 비합리성, 폭력성, 약자(타자)를 배려하지 않는 잔혹성들에 대한 열거다. 그는 유대인계 러시아인으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에서 조선학과를 졸업하고  2001년 귀화해, 왕성한 글쓰기를 보여줬다. 현재 오슬로 국립대학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이미 전작들을 통해 우리사회에 잔존해 있는 전근대적인 폐습들, 군사주의와 국가주의, 인종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지식인들에게 논쟁을 일으키고 있는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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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우연에 의해 결정된다”
환상의 책/폴오스터 장편소설/열린책들

폴오스터는 이미 ‘빵굽는 타자기’,‘달의 궁전’등으로 국내 많은 팬을 소유하고 있는 미국작가다. ‘빵굽는 타자기’의 서문을 인용하자면 그는 “젊은 시절 배가 고파 책을 썼고, 유일하게 돈을 벌수 있는 능력은 글쓰기 뿐이었다”고 한다. 2002년 최신작 ‘환상의 책’에서 폴오스터는 우연으로 결정된 삶의 비극에 대해 두 인물의 현재와 과거를 조각보처럼 이으며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갖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전작들에서 처럼 그의 주제는 인간의 선택과 의지가 아닌 우연으로 결정되는 삶의 비극성이다.

주인공 데이버드 짐버는 비행기 사고로 아내와 두 아이를 잃은 대학교수다. 그는 자기연민과 자살의 충동에서 허우적대다가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무성영화시대 코미디언 헥터만의 생애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게 된다. 헥터만의 연기를 보고 6개월만에 억제할 수 없는 웃음이 터진 데이버드는 자신의 존재감을 찾기위해 1929년 홀연히 실종된 헥터만의 작품을 모두 찾아보기로 결심한다.

1년여 만의 헥터만의 출연전작을 본 그는 헥터만에 대한 연구서까지 출간하는데, 어느날 헥터만의 아내임을 주장하는 여성으로부터 한통을 편지를 받게 된다. 헥터만이 살아있고 그를 만나고 싶어한다는 내용인 이 편지는 데이버드의 삶을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끌고 나간다. 헥터만의 과거와 현재의 데이버드가 교차되면서 한 겹 한 겹 헥터만의 실종의 비밀들이 풀린다.

그의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는 깨어진 가족, 실종등이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허물려 인간의 존재조건에 대한 물음표를 던지는 ‘환상의 책’은 세밀한 인물묘사로 작가가 여러편의 시나리오를 썼고 또 연출 제작에도 나선 경험을 비춰봤을때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는 또다른 기대감을 낳고 있다.

자연을 닮은 ‘산야초’
지리산에서 보낸 산야초이야기 /글 전문희/화남

얼마전 감옥에서 보낸 ‘야생초 편지’가 떠들석하게 한 적이 있다. 이번에는 ‘지리산에서 온 산야초 편지’다. ‘지리산에서 보낸 산야초 이야기’는 몸과 마음을 맑게 하는 우리 산야초에 관한 귀중한 기록들이다. 이책의 저자인 전문희씨는 자연중독자라고 불린다. 패션모델, 통키타 가수, 사업가로서 성공가도를 달리던 그녀는 어머니가 임파선암 말기라는 진단을 받자 이 곳 지리산으로 모든 삶의 터전을 옮긴다.

 어릴적부터 대체의학과 자연의학에 관심이 많았던 그녀는 몇개월을 넘기지 못할것이라는 선고를 받은 어머니를 간호하며 한방과 산야초로 3년여 동안 간호하게 된다. 예정된 선고유예기간을 넘기긴 했지만 어머니의 죽음은 그녀에게 삶의 전기를 마련해준다. 지리산에 칩거한 그녀는 자연의학과 우리 차개발에 매달린다. 국내 차시장이 녹차를 제외하고 전무한 것이 현실. 5년전부터는 지리산에 직접 채집한 산아초로 백초차, 백화차, 칡꽃차, 쑥차등을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현재 그녀는 지리산에서 ‘건강을 위한 산야초모임’을 이끌고 있고, 월간 ‘사람과 산’에 기고를 하고 있다. 전씨는 “산야초 채취는 단순한 물질을 얻는 행위 이상으로 자연에서 들려오는 소리, 냄새, 빛깔을 오감으로 받아들이며 몸 속에 좋은 기운을 불어넣는 행위이기도 하다”라고 서술한다.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시간의 흐름을 쫓아 계절별로 지리산과 산야초에 대해 꼼꼼히 기록한다. 어머니를 닮은 찔레꽃, 신성한 부처님의 마음을 담은 연잎차, 뒤를 돌아보게 하는 봄냄새 냉이 등 전씨의 경험들과 추억들이 산야초와 어울러져 읽은 재미를 더한다.

순례자의 기록같은 판화산문집
 ‘배꽃 하얗게 지던 날엷/이철수/문학동

이철수의 판화는 이미 대중에게 호감가는 텍스트가 돼있다. 제도권 미술교육을 받지 않고 독학으로, 독특한 판화세계를 일군 이철수는 화단에서 이단아일수밖에 없었다. 80년대 탁월한 민중판화가로 평가받았던 그는 90년대 동양 철학이 깊숙히 배인 작품들을 발표하며, 또한번 대중의 감성을 울렸다. 이씨는 현재 제천 박달재 아랫마을에서 농사일을 하며 판화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언젠가 그와의 통화에서 그는  “제법 농사를 많이 짓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배꽃 하얗게 지던 날엷는 이씨의 선(禪)과 불교의 주된 관심사들이 고스란이 녹아져 있다. 이 책 첫머리에 실린 ‘차 한잔’(95년작)은 잠언과의 같은 글귀와 과감히 생략된 선과 구도에서 우리는 그의 선적풍취를 엿볼수 있다. 쓴차 한 잔이/ 저 혼자/ 식었다. / 그도 / 마음!

미술평론가 조정권씨는 “이철수의 판화는 육안의 눈으로 보아야 한다. 그의 모든 그림 그리기가 마음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출가자의 조용하고 나직한 겸허함으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의 판화는 산문과 더불어 순례자의 심상풍경을에 비친 공손한 기록과도 같다” 고 서술한다. 이씨는 ‘소리하나’‘새도 무게가 있습니다’ 등의 판화산문집과 판화엽서, 판화달력을 출간한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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