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된 “도토리들의 반란”
상태바
예정된 “도토리들의 반란”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4.01.0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열린우리당 청원군 창당 파행 의미
향후 총선 경선과 공천에 시금석 뒬

지난 2일 열린우리당 청원군지구당 창당대회가 묘한 여운을 남기고 파행으로 끝났다. 결론부터 말하면 열린우리당의 모양새가 아주 우습게 됐다. 이날 창당대회에선 얼마전 입당한 조방형청원군의회의장이 단독추대 형식으로 운영위원장을 맡는 것으로 예정됐었는데, 엉뚱하게도(?) 그동안 지구당을 대행체제로 이끌었던 박문희씨가 당선된 것이다. 경선 결과는 대의원 114명 투표중 박문희 104표, 조방형 9표, 무효 1표의 압도적 표차로 나타났다. 출마후보자들로부터도 사전에 지지서명을 받아 당연히 운영위원장에 오를 것으로 기대됐던 조의장은 졸지에 뒷통수를 맞은 꼴이다.

이날의 이변에 대해 지역정가에선 ‘도토리들의 반란’이라고 부른다. 도토리들의 핵심은 다름 아닌 박문희씨와 현재 활동중인 출마후보자 5명(김현상 박노철 신언관 장한량 홍익표. 가나다순)으로 압축된다. 본인들이야 기분나쁘겠지만 이들은 하나같이 여론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지 못한다. 때문에 오래전부터 이들의 활동에 대해 ‘도토리 키재기’라는 혹평까지 가해진 것이다. 조방형씨의 열린우리당 입당과 운영위원장 추대는 사실 이를 감안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중량감 있는 인사를 영입해 4월 총선에서 주도권을 잡자는게 주된 목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쿠데타가 촉발된 것이다. 일단 우리당 중앙당은 이날 사태를 항명으로 보고 현지 실사를 거쳐 상응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리당 도지부도 창당대회 자체를 ‘무효’로 몰아 가고 있다. 그러나 현지의 분위기는 아니올시다다. 박문희와 조방형이 각각의 지지자에 의해 후보로 추천된 상태에서 실질적인 경선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투표결과는 그대로 유효하다는 게 중론이다. 만약 중앙당과 도지부가 ‘무효’라는 강공책으로 나올 경우 열린우리당은 곧바로 적전분열의 형국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일단 들어 온 후 다음을 도모했어야”
이번 일은 지방정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향후 치러질 각 정당들의 총선경선과 후보공천에 있어 확실한 ‘참고사항’이 되는 것이다. 어쨌든 이번 사태의 전후과정이 중앙당의 밀어붙이기에 맞선 지방의 반란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정당들이 지역의 여론을 무시한 채 후보를 내리려 할 경우 이런 일은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는 것. ‘도토리들’의 대안으로 조방형의장이 우리당에 입당한 것은 도지부와 중앙당이 주도한 측면이 크다. 특히 이 과정에서 그동안 비선(秘線) 활동으로 논란을 빚은 조흥연씨가 깊숙이 개입했다는게 당내의 중론이다. 이렇다보니 조의장의 입당과 당직위임은 처음부터 일부 반발에 부딪쳤다. 초장부터 욕심부릴게 아니라 일단 명예직으로 들어 온 후 차후를 도모해야 한다는 당내 지적도 많았다. 일각에선 조의장이 운영위원장을 맡게 되면 도지부-조방형-조흥연의 라인에서 제 3의 인물을 후보로 내세울 것에 대비, 현재 활동중인 5명의 후보중 일부가 반란을 방조했다는 억측까지 제기된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현재 활동중인 후보들이 상대 당 후보보다 경쟁력에서 뒤진다고 하자. 사실 이런 지적은 일리가 있다. 그렇더라도 지금이 어느땐데 밀어붙이기냐. 더 괘씸한 것은 중앙당 결정이면 만사형통이라는 착각을 일부 당직자가 아직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도토리라고는 하지만 잘 골라서 묵을 쑤든지, 아니면 다른 용도로 쓰든지 해야지 무조건 ‘너희들은 안돼’라고 하면 누가 따르겠는가. 앞으로 경선이나 후보공천 과정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결과는 뻔하다”고 경고했다.

한편 조방형의장측은 이번 일에 대해 중앙당에 이의를 제기했다. 박문희씨측이 사전공모로 당의 방침에 항명했고, 박씨측이 자신한테 각 면 협의회장들에게 15만원씩을 주라고 강요했다는게 이의제기의 핵심이다. 이는 5일 중앙당에 들른 박문희씨에 의해 확인됐다. 이에 대해 박씨측은 “사전공모라는 얘기는 대의원들을 모독하는 것이고, 15만원 건도 단순히 대의원들의 참석을 위해 교통비 쯤은 줘야하지 않느냐고 말한 것 뿐”이라고 주장하며 조의장측이 공식사과를 안할 경우 검찰 고발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창당대회의 파행으로 청원군의 중앙 대의원 33명은 당의장 선거에도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