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간사 구하기 너무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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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간사 구하기 너무 힘들어”
  • 홍강희 기자
  • 승인 2004.01.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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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률 높다보니 상위 몇 사람에게 일 집중
“특화된 분야에 전문가 흡수, 공적기금 조성 필요”

지난 한햇동안 충북의 시민사회운동단체는 도지사관사 폐지·무심천수중보백지화·반전평화 촛불집회·양길승 몰카사건 관련 청주지검비리의혹 규명 및 검찰개혁·원흥이두꺼비마을살리기·지방살리기 3대 특별법 제정·학교급식조례제정 운동 등을 펼쳤다. 사회변혁을 자임하고 나선 시민사회운동단체는 올해도 살기좋은 충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고민도 많다. 현재 사무국·처장을 비롯한 30대 활동가들은 대체로 지난 80년대 치열한 학생운동기를 거쳤다. 이들은 간사로 시민사회단체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학생운동권 출신들은 진보적인 사회운동단체에서 일하는 것이 당시로서는 자연스런 선택이었다. 박창재 청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그 때 같이 운동을 했던 사람들 중에는 노동현장과 농촌으로 가는 친구들이 많았으나 나는 생태주의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내가 가야 할 길은 환경관련 쪽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경력 활동가 떠나면 ‘큰 일’

하지만 최근에는 학생운동권이 거의 소멸되면서 시민사회운동단체가 때아닌 인력난을 겪고 있다. 반면 지방자치제가 성숙되면서 NGO의 위상이 높아져 할 일은 더 늘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변지숙 충북여성민우회 대표는 “과거에는 보수나 근로조건을 보지 않고 사회변혁에 헌신하겠다는 정신만 가지고 시민사회운동단체에 들어왔는데, 요즘에는 이런 후배들을 만나기도 어렵지만 혹 있더라도 ‘운동=직업’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삶을 희생하면서까지 운동단체에서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없어 간사 구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리고 김미경 청주YWCA 부장은 “요즘은 80년대처럼 치열한 학생운동기를 거친 후배들이 없다보니 NGO에서 헌신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없다. 그러나 일은 더 많아졌다. 혹 몇 안되는 젊은층들이 NGO에 발을 들여놓더라도 반핵, 부안문제, 외국인노동자 등 급진적인 일에 가담하려고 하는 경향이 짙어 기존의 사회운동단체에서는 신입 간사 한 명 채용할 때도 큰 고민을 한다”고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했다.

게다가 경력자들이 그만둘 때는 여간 큰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해 말 김재인 청주환경운동연합 부장과 이현희 충북여성민우회 사무국장은 단체를 떠났다. 이들은 나름대로 개인 사정이 있어 나갔지만 실무선에 큰 변동과 어려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단체로서는 3∼4년차의 경력자와 신입 간사를 맞바꾸는 형식이 되기 때문이다.

“이직률 가장 높은 NGO”

박창재 청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의 말이다. “NGO가 이직률이 가장 높다. 비전과 전망, 보람을 준다는 측면에서는 NGO가 높은 점수를 받으나, 생활고에 시달려야 한다는 점에서는 환영받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들어오고 나가는 것이 계속 반복돼 사무국장과 처장급들을 뺀 중견활동가가 없어 큰 문제다. 단체는 경력활동가가 재산인데 이직률이 높다보니 고난의 연속이다.” 결국 청주환경운동연합은 3년 반 경력의 김재인 전 부장대신 신입 간사를 채용하는 것으로 일단락 짓고 말았다.

충북참여연대도 지난해 이런 어려움을 겪었다. 양준석 간사가 2002년 말, 김례식 부장이 2003년 5월 그만두면서 큰 타격을 입은 것. 송재봉 사무처장은 “남자 상근자 구하는 게 하늘의 별따기인데 4∼5년차 활동가가 연이어 사퇴해 무척 힘들었다. 신입간사 3명을 뽑는 것으로 해결했지만 회원조직이 흔들릴 정도로 후유증이 컸다”고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그는 “그러나 지역 대학이 양질의 인력을 배출하지 않아 새내기를 채용할 때도 여간 고민이 아니다. 요즘 새내기들은 창의력과 실천력이 과거보다 현저히 떨어진다. 지역 대학이 하향 평준화 돼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백화점식 나열 지양해야”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청주시내 NGO 중에는 사무국장과 처장급들 밑에 중견 활동가가 없고 막바로 간사들로 이루어진 조직들도 있다. 그 만큼 중견활동가층이 얇다는 것인데, 이 문제는 단체마다 안고 있는 고민중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일 또한 사무국장과 처장급들에게 몰려있기 마련이다. 이헌석 충북참여연대 집행위원장(서원대 교수)은 이에 대한 문제점을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이 위원장의 진단이다.

 “이런 구조속에서는 사무국장과 처장들이 퇴진하면 단체가 생존할 수 없다. 상위 몇 사람에게 업무가 집중되는 현상은 당사자들이 한가지 문제에 매달릴 수 없게 하고, 밑에 있는 사람이 커 올라올 수 없게 만든다. 그러다보니 상위 몇 사람은 늘 피곤하고 일반인들은 식상함을 느낀다. NGO가 특화된 분야에 관여하며 전문가를 흡수해야 하는데 현재는 백화점식으로 너무 여러 가지 일에 관여하고 있다.”

계속되는 악순환을 해결하기 위해 NGO 실무자들은 활동가를 키워 배출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이 마련되고 처우가 개선돼 마음놓고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일부 단체가 국민연금·의료·고용·산재보험 등 4대 보험에 가입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먹고사는 것이 ‘문제’로 남아 있는 이상 활동가 충당이 점점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단체 실무자들의 중론이다. 송재봉 충북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이에 대해 “서울에 있는 대학처럼 지역에서도 NGO학과를 개설해 현장 활동가들을 길러내고, 시민운동을 지원할 수 있는 건전한 공적기금 조성 같은 것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또 변지숙 충북여성민우회 대표는 “시민사회운동단체가 전문성을 키워 전문가들이 들어와 활동할 수 있도록 하고 회원중심의 단체로 바꿔야 한다. 아직도 상근활동가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회원들이 주체가 되고 사무국에서는 활동을 지원하는 구조로 탈바꿈 시키는 것도 계속되는 인력난을 해결하는 방법일 것”이라며 무엇보다 일반인들의 시민운동에 대한 참여와 후원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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