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값 상승에 ‘리필 전문업자’ 활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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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값 상승에 ‘리필 전문업자’ 활개
  • 박재남 기자
  • 승인 2004.01.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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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업체 청주에만 20여 곳 넘어
일부 장례식장업체와 비공식 입찰까지…

최근 꽃값이 상승하면서 일명 ‘리필’업자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장례식장이나 예식장, 기념식장 등에 한번 팔렸던 꽃이 리필 업자들에 의해 회수돼 다시 팔리고 있다는 것. 더욱이 일부 장례식장에서는 비공식 입찰로 리필업자와 1년 단위로 계약까지 맺어가며 꽃 주문과 처리과정 일체를 맡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꽃 팔아 인건비도 안나온다'

현재 장례식에 나가는 국화(대국)의 경우 1단(20송이)에 1만원∼1만 2천원선으로 작년(5천원∼7천원)보다 크게 올랐고, 특히 졸업과 입학시즌이 다가온 데다 ‘발렌타인 데이’ 특수로 꽃수요가 크게 날 전망이어서 장미도 송이 당 1500원(현재 700원∼1000원)을 웃돌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화원 관계자는 “작년 꽃값 폭락 이후 올해 꽃 재배 농가가 줄면서 꽃값이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석유류 가격급등으로 꽃 재배 온실의 가동비가 늘어난 것도 꽃값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장례식에 주로 쓰이는 국화의 경우 보통 6∼7단정도의 국화가 쓰이지만 올해는 가격이 올라 4단정도 밖에 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몇 년 전만 해도 15만원을 호가했던 조화(弔花)가 개당 10만원선에 거래되고 있어 이 가격을 맞추려면 꽃의 양을 그만큼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국화 이외에 금호초, 청지목, 리본, 다리 등으로 마무리 작업을 하고 배달까지 하는 까닭에 인건비 정도만 간신히 빠지는 정도다. 게다가 요즘은 경기침체로 주문마저 줄어 문을 닫는 곳마저 속출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이젠 관행이 된 입찰

이처럼 꽃값이 상승하다보니 사용한 꽃을 되파는 전문 리필업자가 늘고 있다. 특히 장례식 국화의 경우 장례절차가 끝나고 대부분 가져오지 않고 또 다른 꽃에 비해 수명이 길기 때문에 이 같은 리필 현상이 일반적이라는 게 관계자의 말이다.
“첫째 날 들어가는 꽃은 못쓰지만 2틀 째 들어가는 꽃은 한번 더 쓸 수 있다. 하지만 온도만 제대로 맞다면 2번 이상도 쓸 수 있다. 장례식이 끝나면 꽃을 가져가기 위해 업자들이 진을 치고 있지만 일부 장례식장의 경우 계약 업자에게만 꽃을 주고 있다.”  암암리에 리필업체와 계약을 맺은 일부 장례식장은 계약 맺은 업자에 꽃 주문을 하고 일부 수수료를 챙기고 있다는 것.

실제로 청주의 모 병원 영안실은 최근 한 업자와 계약을 맺고 사무실로 주문이 들어오는 꽃을 계약업체에 맡기고 있으며, 사용한 꽃 또한 넘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꽃집 관계자는 “꽃을 되가져 가는 것에 신경 쓰지 않는 곳도 많지만 일부 장례식장에서는 비공개 입찰을 통해 낙찰자에게 모든 권한을 주고 있다. 실제로 몇몇 꽃집은 입찰에 참여하라는 전화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으며 이는 전부터 있어왔던 관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리필된 꽃은 새것처럼 보이기 위해 싱싱한 꽃으로 더 장식하기 때문에 꽃송이가 더 많고 화려하게 보여 문상 온 소비자들이 ‘같은 꽃인데 왜 내 것은 옆에 것만 못하냐’고 항의를 하는 경우까지 있다”며 “최근 꽃값이 비싸 리필이 더 많이 남을 것 같지만 가격이 정해져 있는 상태에서 수리할 때 꽃이 추가되기 때문에 꽃값이 쌀수록 더 많이 남는다”고 귀띔했다.

한 리필 업체 관계자는 “리필된 꽃 중 상태가 양호한 것만 쓰고 나머지는 버리고 있다. 꽃집에서 연락이 오면 싼값에 주기도 하고 소매로 직접 팔기도 한다”며 “이는 전국적 현상이고 재활용차원에서 하는 일”이라며 “최근 꽃집이 급속히 늘어 청주만 해도 꽃집이 300곳이 넘는다. 이처럼 포화상태에서 살아남기 위해 비교적 마진이 많이 남는 리필을 선호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말했다.

장례식장 관계자는 “장례식이 끝난 후 상주가 꽃을 치우지 않아 쓰레기 밖에 되지 않는 다. 치우는 비용도 만만치 않아 업자가 가져가는 것이 차라리 낳다”며 “장례식이 끝난 후에는 꽃집에서 이를 회수해 가고 있으며 재사용 여부에 대해선 관심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런 행태가 달갑지만은 않다.

시민 이모씨(43·청주 분평동)는 “다른 것도 아니고 마지막 가시는 길에 쓰여지는 꽃이 재탕으로 쓰인다니 정말 기막힌 노릇”이라며 “재활용 차원이라는 허울좋은 명목아래 도덕성마저 저버리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한국 화원협회 청주시지부 관계자는 “한 번 사용된 꽃은 병원에서 폐기해야 하는 게 당연하고 또 대부분의 꽃집에서는 원칙적으로 이를 폐기시키고 있다. 그러나 화원을 하지 않고 창고하나 빌려 운영을 하고 있는 전문업자들이 늘면서 손질을 제대로 하지 않고 꽃을 그대로 되팔아 일부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협회차원에서도 이문제로 여러 차례 논의를 했지만 법을 떠나 자율성 차원의 문제이므로 현실적으로 막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일부 병원에서의 입찰행위에 대해 “리필업자와 결탁해 건당 수 만원씩 뒷돈을 챙기는 곳이 일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배달한 곳에 연락을 하면 당연히 치워줄텐데 쓰레기 처리비용을 이유로 내세우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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