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당 저당 옮겨 다닌 놈은 절대 찍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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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당 저당 옮겨 다닌 놈은 절대 찍지 마라”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4.02.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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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 정치인이 중진으로 행세, 지역 경쟁력 갉아 먹어
변절자 반드시 심판해야 충북정치 바로 설 듯

4월 총선에서 충북의 경우 그 어느 지역보다도 철새공방이 드셀 것으로 전망된다. 중량급 현역 의원들이 하나같이 잦은 당적 이동을 기록한데다 현재 특정 정당의 외부인사 영입을 놓고 논란을 유발하는 당사자 역시 화려한(?) 당적변경 전력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선거철 정치인들의 당적변경은 통상적인 일이다. 하지만 정치성향이 취약한 충북으로선 이런 정치인들의 변신은 곧바로 지역에 심각한 이미지훼손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었다. 때문에 신념과 정책으로 무장된 정치인보다는 상황논리에 익숙한 정치인을 양산하고, 또 이들이 충북을 대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중앙무대에서의 ‘입지’를 좁히는 결과를 초래했다. 당적을 자주 바꾼 인사들이 내건 명분은 예외없이 ‘지역발전’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정치적 출세와 안위를 확보했는지는 몰라도 그만큼 지역의 이미지나 정체성을 갉아 먹었다.

여전히 회자되는 이지사의 전례없는 탈당연출
대표적인 것이 200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거진 이원종지사의 자민련 탈당과 한나라당 입당이다. 온갖 홍보전략을 구사, 자신의 재선엔 성공했지만 그 이면에선 충북의 자존심이 시궁창 물을 뒤집어 쓴 것이다. 지금도 많은 외지인들은 충북의 정치성향을 논할 때 곧잘 이지사를 거론한다. 물론 부정적 이미지가 크로즈업되는 것이다. “집권 가능한 정당을 택해 지역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당시 한나라당 입당변이 지금은 어떻게 변했는지 묻고 싶다. 정당을 택하고 버리는 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자유의사다. 처신이 분명하면 그나마 명분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때 어땠는가. 한나라당 사람들을 도지사실로 불러 들이고, 지역 인사들을 초치해 의견을 묻고 야단법석을 떨지 않았는가. 자신의 탈당을 앞두고 이런 쇼를 벌인 사례도 아마 전국적으로 없을 것이다. 그것이 지금 어떤 결과로 이어졌나. 자신의 말대로 지역발전, 예들 들어 오창 오송에 공장을 들여 오고 특급호텔을 짓게 했는지는 몰라도 충북이 대외적으로 만만하게 보이게한 한 원인이 됐다. 경부고속철도 오송역유치와 호남고속철도 분기역을 놓고 벌이는 타 시도와의 갈등에서 충북이 항상 뒷북을 치는 이유를 한번 곰곰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다소 거칠기는 했지만 얼마전 호남고속철도 공청회를 떼로 몰려가 무산시킨 것은 차라리 시원해 보였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봤는지 모르지만 나는 그야말로 간만에 충북인임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더라.” 한 시민단체 관계자의 말이다.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질 수 있나
그는 또 충북 정치인들의 무색 무취를 공격하며 다음처럼 일갈한 후 반드시 기사화할 것을 주문했다. “충북 정치에 자존심이 없다는데 충북을 대표하는 홍재형의원부터 문제다. 그는 얼마전 당 행사에서 이당 저당 따질 것없이 능력있는 사람이면 모두 받아들여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물론 그럴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 이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홍의원 스스로 신한국당에서 국민신당으로, 다시 민주당으로 말을 갈아 탄 전력 때문에 그렇게 포용력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중진의원으로 활동하는 송광호의원은 어떤가. 그의 당적이동은 더 이상 얘기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당을 옮길 때마다 갖은 명분을 동원했지만 나는 그가 지역발전에 과연 얼마나 기여했는지 아직 모른다. 지금 논란을 빚는 이시종씨도 그렇다. 똑같은 정당을 놓고 여론이 유리하면 들어갔다가 불리하면 나왔다를 반복하지 않았는가. 정작 이런 것을 문제삼아야지 무슨 공천타령이나 하고 앉았는지 참으로 안타깝다. 정치는 신념이라고 했다. 충북은 이런 점에서 너무 취약하다. 물론 정치를 하다보면 정당을 바꿀 수도 있고 정치적 신념 또한 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도 정도 문제다. 소속 정당이 없어지거나 소신 때문에 당에서 쫓겨나는 경우는 어쩔 수 없이 당을 바꿔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상황은 어떤가. 4년 내내 호의호식하다가 꼭 선거 때가 되면 당을 옮긴다. 이번 선거에선 이들에게 매서운 맛을 보여줘야 하고 그래야만 충북정치가 비로소 바로 설 것이다.”

정당이건 후보건 색깔없긴 마찬가지
4월 총선 출마자들이 너도나도 정당선택에 목을 매는 현실에서 충북에선 유일하게 처음부터 무소속출마를 고집하고 있는 채자영씨(43. 청원)는 충북정치에 대해 아주 재미있는 진단을 내렸다. “특정 정당으로부터 제의를 받고 있는데 그것이 황당하다. 정치적 성향은 물어보지도 않은채 무조건 오라는 것이다. 지역에 내려 와 활동하다보니 한가지 분명한 것을 느낄 수 있더라. 정당이건 후보건 차이점이 없다는 것이다. 정치는 결국 차별화로 승부를 내는 것인데 이런 기미가 전혀 없는 것이다. 다만 누가 더 많이 알려져 있고 또 누가 더 높은 자리에 있었느냐는게 전부다. 이러니까 서울에 올라가면 충북의 존재가 왜소해질 수 밖에 없다. 눈에 띄는 놈이 없는 것이다. 무소속 택하기를 아주 잘 했다는 생   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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