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정말 지긋지긋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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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정말 지긋지긋합니다”
  • 충청리뷰
  • 승인 2004.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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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두얼굴 ‘한류’와 ‘반한’

국내 연예인들과 드라마가 동남아를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면서 한류(韓流) 열풍을 일으키며 한국이 아시아권에서 ‘대중문화의 선진국’으로 자리잡고 있는 이면에 반한(反韓) 감정의 역풍도 만만치않다.

지난해 불법체류 노동자의 강제출국으로 증폭되기 시작한 반한감정은 단순히 감정 수준에 그치지 않고 협박과 테러 등 ‘반한 범죄’로 이어지려는 조짐까지 보이고있다.

◆ ‘선망의 땅’ 대한민국 = 눈이 내리던 지난 18일 강원도 춘천의 남이섬.
국내외에서 인기를 모은 드라마 ‘겨울연갗의 배경이 됐던 이 섬은 관광버스를 전세낸 대만과 일본의 단체 관광객들이 추운 날씨에도 섬을 연결하는 여객선이 빼곡이 들어찼다.
서울에서 2시간이 넘게 걸리는 조그만 섬이었지만 한국 탤런트를 ‘우상’으로 섬기며 찾아온 외국인 관광객들 탓에 한 겨울에도 유명 관광지 못지 않은 성황을 이뤘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중국말로 오히려 한국 관광객들이 중국에 온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남이섬㈜측은 “드라마 ‘겨울연갗가 아시아 각국에 수출돼 인기를 모으면서 지난해 외국인 11만명이 찾아 2002년에 비해 4배 가까이 늘었다”고 말했다. 문화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방한한 외국인은 475만3천604명으로 전년(534만7천468명)에 비해 11.1% 감소했다.
그러나 한류 영향으로 대만이 42.2% 증가한 19만4천명으로 1992년 단교 이후 최대 규모의 방한객을 기록한 것을 비롯, 필리핀(0.4% 증가) 등 동남아 국가들은 전년보다 증가한 것으로 조사돼 대조를 보였다.

◆ 꿈틀거리는 ‘반한 기류’ = 28일 불법체류자라는 약점을 잡고 자신을 성폭행한 한국 남성을 고소하려다 자진출국 시한에 쫓겨 포기하고 고국으로 돌아가겠다는 러시아 여성 A(28)씨에게 한국은 그야말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악몽의 땅’이다.

A씨는 “8살 난 아들의 교육비를 마련하려고 2년간 한국에서 일했지만 남은 것은 몇 푼 안되는 돈과 상처뿐”이라며 “한국이 정말 지긋지긋하다”고 흐느꼈다.

한국 정부를 표적으로 한 협박편지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27일 오후에는 국무총리실로 ‘주한국 연변방 흑룡회’라는 단체 명의로 ‘한국이 조선족 불법체류자를 추방하는 데 보복하겠다. 여의도의 도시가스를 폭파시키겠다’는 내용의 협박편지가 배달됐다.

경찰은 “문체나 표현으로 볼 때 지식인층의 중국동포가 보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실현 가능성은 낮지만 편지의 내용상 편지를 보낸 사람은 불법체류 노동자 강제추방에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고 전했다.

지난 17일에는 태국주재 한국대사관과 대한항공 방콕지점에 태국내 반한단체 ‘아키아’ 명의로 한국행 비행기를 대상으로 테러를 감행하겠다는 협박편지가 배달돼 태국경찰과 공조 수사를 벌이고 있다.

정부의 강제출국을 피해 숨어있는 불법체류 노동자들의 불만은 일종의 한국에 대한 배신감과 맞물려 폭발 일보직전까지 팽배해있다.

서울 성수동 공단의 인쇄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파키스탄인 아싸드(32)씨는 “친구 몇명이 강제추방으로 쫓겨났다”며 “4년째 한국을 위해 열심히 일했는데 이제 안착하려고 하니까 강제추방을 해서 너무 억울하다”고 한숨을 지었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아노아르 알리(35)씨는 “처음 한국에 올 때는 희망을 안고왔는데 지금은 한국에 대해 기대하는 게 없다”며 “쫓겨나는 생각을 하면 너무 무섭다”고 털어놨다.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 관계자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임금문제나 열악한 노동환경뿐 아니라 한국사람들이 기피하는 일을 하고 있는 자신들을 열등한 인간으로 취급하고 모욕감을 주는 데서 반한감정이 촉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의 김민수 간사는 “강제추방과 8월부터 실시될 고용허가제 등 최근들어 정부가 자신들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무책임한 정책을 편다는 불신이 깊어져 반한감정이 싹트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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