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쉬쉬하는 초등 일진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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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쉬쉬하는 초등 일진 '충격'
  • 경철수
  • 승인 2011.05.18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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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가던 길 '양 관계' 강요당해 제보…학교 미온적 조치 빈축

   
▲ 4월초 증평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김빛나(13·가명)양은 "인근 중학교 언니로부터 '양(일진)'관계 강요를 받았다"며 상담교사에게 진술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지난달 4일 친구들과 학원에 가기 전에 ○○공원에서 놀았다. 여중에 다니는 염○○(14) 언니와 박○○(14) 언니를 만났다. ○○언니는 우리에게 잘 대해 주었고…<중략>○○공원을 빠져나와 내리막길을 걷는데 ○○언니가 나를 가리키며 '너 나랑 양 맺을래'라고 하였다. 멋적은 웃음만 날렸다. 근데 ○○언니가 자신의 핸드폰을 주더니 번호를 찍으라고 해서 찍고 나도 ○○언니의 번호를 저장해 두었다. 결국 난 원치 않는 반 강제 양을 맺었다."

"양 언니하고 문자도 많이 주고받고 선물도 챙겨줘요. 특별한 존재가 된 것 같아서 기분이 무척 좋아요. 그리고 친구들도 제가 뭐라고 하기만 하면 다 해주니까 좋았지요. 그런데 언니들한테 삥 뜯기고, 알 빼앗기고 노래방 불려 다니고 그러다 공부에 손을 놓게 됐어요. 그러면서 우울증에 걸린 것처럼 답답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그리고 언니들이 계속 관리하는데요. 한번 찍히면 밟히고 완전 왕따가 되어요. 그 땐 정말 자살하고 싶어요.<중략> 물갈이가 있어요. 선배들이 후배 관리 제대로 못한다고 때렸대요"

증평의 한 초등학교 6학년에 다니는 김빛나(13·가명)양. 지난달 4일 방과 후 학원에 가기 전에 시간이 남아 학교 인근 공원에서 친구들과 놀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학교를 졸업한 박가람(14·가명)양이 자신들에게 다가와 양을 맺자며 대뜸 휴대폰 번호 교환을 강요한 것. '양'은 다방면에 재능이 있거나 싸움을 잘 하는 아이들이 서로 '양 자매, 양 언니' 등의 관계를 맺어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일종의 그들만의 은어(隱語)다. 김 양은 고민 끝에 5학년 때 담임인 서모 교사를 찾았다. 김 양이 담임이 아닌 5학년 시절 담임을 찾은 이유는 다른 교사들은 일진이나 자신들의 세계에 대해 관심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하기 때문이었다.

"더 큰 사고 예방 하자는데…"
서 교사는 곧바로 학교 측에 이 사실을 알리고 '더 큰 사고로 이어지기 전에 실태조사와 대책을 강구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학교 측이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해당 학교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위원장인 교감이 연수를 갔다는 이유로 사건 신고접수 보름이 지나서야 관계자 대책회의를 갖기도 했다. 학교폭력대책위원회 위원장인 교감도 교내 일진을 인정하지 않다가 뒤늦게 실태조사를 하고 인근 중학교에 생활지도 강화만을 요구하면서 문제를 제기한 교사와 갈등을 빚고 있다. 심지어 해당 교사는 감사청구까지 한 상황이다.

이 학교 교감은 "앞서 3월에 학교폭력예방 상담주간을 운영하면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특이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일진에 대해서 솔직히 잘 몰랐고 이제 일진의 범위를 어디까지 놓고 봐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서 교사는 "4월 초에 작년에 담임을 맡았던 아이로부터 일진 제보를 받았다. 중학생 언니로부터 '양'을 맺자는 제안을 받았다는 것이다. 양이란 일진들이 후배를 조직에 영입하기 위해 특별한 관계를 맺는 것이다. 처음엔 호의적으로 잘 대해주다가 점차 상납 고리로 변질되고 관계적 폭력으로 이어지는 학교폭력의 주범이다"고 꼬집었다.

이어 "일진은 일정한 시기가 지나면 '물갈이'이라는 일종의 신고식을 통해 일진이 된다. 빛나로부터 당일의 사건 뿐 아니라 그 아이가 인지하고 있는 수준에서 일진에 대한 제보를 받았다. 그 안에서 놀라운 사실은 우리 학교를 넘어 인근 중학교까지 지역적 차원의 양 관계를 맺는 심각한 상황을 직감했다. 이 사실을 6학년 담임, 생활부장, 교감과 공유하고 인근 중학교와 협력해 공동 조사 및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통한 지역차원의 대책을 수립하자는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피해자 없어… 생활지도 강화"
그는 "처음엔 12일 교무부장 회의, 13일 부장회의가 열려 실태조사와 함께 나름대로 대책이 논의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15일이 지나서야 열렸고 4,5,6학년 담임교사들의 일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연수도 뒤늦게 진행됐다"라며 "저는 제계 제보한 학생의 일진문제 뿐만 아니라 인근 중학교까지 연계되어 있는 일진을 학교폭력 예방 차원에서 유관기관과의 협조아래 종합적인 실태조사와 대책을 마련하자는 얘기였다. 하지만 학교 측은 해당 학생들에 대한 실태조사와 조치만 이뤄지고 있는 듯 해 설문조사 결과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회의록 등을 공개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대책위 규정 14조 비밀누설 금지 조항만 강조하며 거부당했다. 이후 감사청구를 했고 이 조차도 관할 교육지원청에 이관되어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전했다.

학교장은 "인근중학교 학생에 대한 생활지도 강화조치 및 본교 학생에 대한 지속적인 심리상담, 등하교 알림서비스, 위 클래스 및 위 센터 상담활동에 대한 조치 사항을 이미 해당 교사에게 알려줬다"며 "회의록 등의 공개는 관련 규정상 불가했다. 서 교사가 모르는 학생들에 대한 신상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에서다"고 말했다. 서 교사는 "더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것을 사전에 막자는 차원에서 학교폭력 예방활동이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이다"며 "학교폭력대책위원장이 연수중이란 이유로 신고접수 이후 15일이 지나서야 비공개 대책회의를 하고 결과에 대해서도 쉬쉬하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괴산증평교육지원청 김정희 생활지도담당 장학사는 "솔직히 일진의 범위를 어디까지 놓고 봐야 하는지 고민이다"며 "서울 등 대도시의 정말로 무서운 일진 아이들과 시골학교의 일진을 같은 선상에서 놓고 비교하는 것이 자칫 가해학생 이전에 또 다른 피해학생을 만드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폭력 예방활동에 소홀할 수 없어 유관기관과 함께 실태조사 및 대책을 논의하고 조처를 취하고 있다"며 "지역 경찰서도 이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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