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가면 아동복지시설 만들어 교류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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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가면 아동복지시설 만들어 교류하고 싶어”
  • 경철수 기자
  • 승인 2011.05.26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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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유학생 이결씨 한국 소녀가장 보모 된 사연

“사소한 아파트 청소로 시작해 주말 무료 중국어 강의까지…한국과 인연 맺은뒤 모든 것 잘 풀려… 좋은 인연 너무도 감사”

한 여름을 재촉하는 소나기가 시원하게 내리던 지난 20일 오후 청주시 흥덕구 봉명2동 대우 꿈동산 아파트 앞 들마루에서 중국인 유학생 이결(29)씨를 만났다.

이 씨는 중국 하남성 라경시에서 자영업자인 아버지와 공무원인 어머니 사이에서 외동딸로 자랐다. 6년 전인 2004년 말 한류 열풍과 함께 한국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에 유학을 결심했고 한국어 연수과정을 거쳐 지금은 충북대학교 아동복지학과 대학원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사진/육성준 기자

그가 대우꿈동산과 함께 꿈을 키워 나가기 시작한 것은 충북대학교 아동복지과 학부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학과 전공 이수를 위해선 이론 30시간과 함께 20시간의 실습이 필요했고 학과 사무실에 올라 있는 실습 대상지에서 우연히 발견한 곳이 바로 대우꿈동산이었다.

물론 대우꿈동산을 실습 장소로 정한 것은 ‘꼬마’를 워낙 좋아하는 그녀의 성격도 한 몫 했다. 대우 꿈동산은 이미 알려진 것처럼 소년소녀 가장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20여 년 전인 1989년 11월에 들어섰다.

당시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의 저자 대우 김우중 전회장의 남는 인세가 시초가 되어 세워진 아파트인 만큼 잘 가꿔진 야외 화단과 운동시설, 등나무, 야외 들마루가 아이들이 꿈을 키워 가기에 손색이 없어 보였다. 이 씨는 처음 단순한 집안 청소부터 아이들 말벗 동무까지 사소한 것들부터 시작했다. 이후 성실함을 인정받으면서 주말마다 아이들에게 중국어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러다 3년 전인 지난 2008년 소녀가장 백 한솔(초6)양을 만났다.

자비 유학생으로 거처할 곳이 마땅하지 않았던 그는 대우꿈동산의 배려로 한솔이와 함께 생활하게 되었고 이웃집 언니로 간혹 말동무를 하던 사이에서 함께 꿈을 키워가는 가족이 됐다.

이 씨는 “제가 아이들 중국어 강의를 위해 대우꿈동산 아파트에 입주했을 때에 한솔이는 바로 옆집에서 언니와 함께 생활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사정상 혼자 생활하게 되면서 같은 방을 쓰게 됐죠. 처음 ‘엄마라 불러도 되냐’고 했지만 (우스갯소리로)혼삿길 막힐까 봐 선생님으로 호칭을 정리했죠. 하지만 둘이 있을 때에는 언니라고 부르기도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 씨와 한솔이가 함께 생활한 지도 벌써 3년이 됐다.

이 씨와 대화가 무르익어 갈 무렵 한솔이가 마침 학교에서 돌아왔다. 멋쩍은 인사를 건넨 한솔이는 “언니가 있어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영어에서 모르는 것이 있으면 학습지도도 받고 주말이면 중국어도 배운다”며 “특히 중국 문화에 대해 생생한 얘기를 들을 수 있어 마치 중국을 다녀온 듯한 기분마저 든다. 언니가 있어 외롭지 않고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한솔이는 ‘약속이 있다’며 몇 마디 말을 나눠 보지도 못하고 자리를 떴다. 하지만 이 씨는 말을 계속 이어 “인터넷으로 만 접할 수 있는 중국요리에 대해 간혹 요리실습 시간도 가지며 함께 만들어 먹으면 반응이 좋다”고 전했다.

이 씨는 “1년 이상 꾸준히 순수 봉사활동을 해 오다 보니 대우 꿈동산에서 아이들과 함께 꿈을 키워 갈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며 “한정된 대학 기숙사에 자비 유학생들은 거처할 곳을 마련하는 것이 또 다른 부담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때에 부모님이 경비를 보내 주기도 하지만 되도록 의지하지 않고 공부를 마치려고 노력하고 있다. 요즘에도 2개월에 1차례 아파트 물청소를 한다. 또 꿈동산 아이들 캠프활동 도움이나 돌봄 서비스, 좋은 추억을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도록 사진을 찍어 주는 일 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님은 외동딸이 고생하지 말고 좋은 곳으로 시집가길 바란다”며 “하지만 저는 더 많이 배워 고향(중국)에 가면 한국형 아동복지시설을 만들어 한국과 프로그램 교류를 해 보고 싶다”며 “아동 심리 상담이나 놀이치료 등에 관심이 많다. 나의 진심을 알아 줄 수 있는 후배, 제자들에게 생생한 교육문화를 전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과 인연을 맺으면서 모든 일이 잘 풀려 나가는 듯하다”며 “일단 철부지 어린아이가 스스로 뭔가 해 나갈 수 있는 힘을 길렀고 한국 생활 동안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 또 좋은 인연도 많이 만들었다. 더욱이 처음 유학생활이 많이 외롭고 힘들었는데 대우 꿈동산과 함께 할 수 있어 여러 가지 힘이 됐다. 정말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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