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직속기관·대학 홍보수단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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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 직속기관·대학 홍보수단 전락
  • 경철수 기자
  • 승인 2011.06.01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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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토론회 등 학교 구성원 공감하는 사회현안 담아내야

<침체된 대학언론 탈출구 없나>창간 반세기를 넘긴 도내 일부 대학 신문들이 요즘 저널리즘(journalism)의 위기를 말하고 있다. 한 때 대학언론은 학내 여론 형성의 구심체로서 대학 발전을 위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하지만 오늘날 대학언론에 대한 인식이나 평가는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사립대학 신문들은 저널리즘 본연의 견제와 비판 기능 보다는 학교 대내외 행사에 대한 홍보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변화에도 둔감해 대학생 생활 패턴이나 사상을 따라잡지 못하면서 외면을 받고 있다.

올해로 창간 56주년을 맞는 충북대 신문은 지난달 16일자 제833호 창간특집호에서 학교 신문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설정하는 재학생 4명의 논단을 게재해 화제를 모았다. 이들 청년 논객은 "격 주간으로 발행되는 대학신문이 시의성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나름대로 "학생과 교직원의 의견을 비판적으로 담아내 이슈화 시키는 정체성을 갖기"를 주문하고 있다. 또 "단순한 정보는 학교 홈페이지나 대학 카페를 통해서도 충분하다"며 "주 독자층인 학생들의 참여나 관심을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꼬집고 있다.

방송대신문도 지난달 9일자 제1627호 특집 9면에서 전문가들의 입을 빌려 '독자들의 외면', '대학당국과의 지속적인 충돌',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아사지경에 내몰리고 있는 침체된 대학언론에 대해 조명하기도 했다. 사실 독자층의 변화된 선호도는 대학 언론 스스로의 변화를 고민하게 만든다. 그동안 대학 언론이 내세웠던 사회 참여나 대학 문화 창달보다 취업 정보나 학점 취득에 더욱 관심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독자들의 요구 변화는 대학언론의 방향 감각을 상실하게 만들었다. 결국 기존 역할은 물론 위상마저 뒤흔들어 놓았다.

대학 언론은 90년대 민주화 바람이 불기 이전까지 민주화 운동의 구심체 역할을 했다. 단적인 사례가 지난 1981년 5월12일 '충북대학보'에서 '충북대 신문'으로 제호가 바뀐 충북대 신문 제262∼3호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국한문 혼용을 넘어 한글의 비중이 높아진 충북대신문은 군사 정권 아래 사회적인 검열이 강해서인지 만평과 4컷 만화인 '개신한량'이 백지로 발행된 것을 볼 수 있다. 기사의 내용 역시 당시 학생들의 민주화에 대한 열망과 독재, 억압에 맞서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창간시기 교수들의 학술 소개가 주였다면 민주화 운동이 한창이던 70∼80년대는 저널리즘 성격이 강했다.

"재정 독립이 저널리즘 성격 살려"
하지만 90년대 후반부터 대학생 취업난이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취업정보판이 등장할 정도로 대학언론은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역시 최근 학생들의 최대 관심사는 취업이다. 사회 참여 대신 취업 준비가 우선시 되면서 대학 언론도 자연히 외면받기 시작했다. 지난 2008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만 20∼29세의 사회단체 참여율은 32.7%로 15∼19세(19.3%), 65세(29.9%) 이상 노인을 제외하고 최하위를 기록했다. 대학생이 사회를 바꾸는 지성인에서 취업 준비생으로 전락한 것이다.

그나마 국립대인 충북대신문은 신문·방송사 통폐합 과정에서 한 차례 홍역을 치르면서 종전과 달리 보도면과 대학면, 사회, 문화, 학술면이 강화됐다. 여기에 최근 현안이 되고 있는 등록금 문제부터 정재계 동문 특강 지상중계, 학내외 이슈의 인물을 찾아 전하는 인터뷰(사람들) 기사들이 좋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올해로 창간 57주년을 맞는 청대신문은 갈수록 비판과 견제란 저널리즘 성격이 약해지면서 학교 홍보 수단으로 전락하는 듯한 인상이다. 이는 사립대 총장의 직속기관으로 재정적 의존도가 높은 한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청대신문은 학교 내 비정규직 문제나, 사학 최고 등록금이란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제대로 학교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창간 반세기를 넘고 있지만 학교 홍보매체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항간에선 이 같은 대학언론의 저널리즘 위기의 해법을 외국 언론에서 찾고 있다. 수정헌법 제1조로 자율성을 보장받고 있는 미국 대학언론은 운영비 대부분을 광고 수익과 기금에 의존해 대학과 관련한 비판적인 기사를 자유롭게 작성해 대학 문화에 대한 공론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이는 일본 다수 대학언론도 마찬가지로 발행인이 총장이 아닌 학생이며 편집권과 인사권도 학생에게 있다는 점이다.

청주대 언론정보학부 이효성 (신문방송학과)교수는 "잠재적 독자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업적인 언론의 위기와 구별되어야 하겠지만 흔들리는 정체성 때문에 저널리즘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며 "학교 소식지가 따로 있음에도 홍보지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취업 진로 때문에 학생의 사회참여가 많이 축소된 것이 하나의 원인으로 생각한다. 재정적으로 독립하기엔 어려움이 있을 것이고 학생들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기 위한 아카데미 토론회 지상 생중계 등 기획 방향을 재설정하고 학생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 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변화하는 시대 단순 정보제공도 필요"
김지혜 청대신문 편집장

김지혜(22·행정도시지적학부 3년·사진) 청대신문 편집장은 대학생활을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1학년 2학기 학부과정 때 학보사에 첫발을 들였다. 그는 "정치적 이념 논쟁은 잘 모르겠고 격 주간으로 7∼8000부 발행되는 대학신문에 주로 학교행사 등을 알리는 정보전달에 주력하고 있다"며 "학우들이 과거에 비해 신문을 잘 읽지 않는 것 같다. 우리 신문은 독자서평을 받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주 3회 편집회의를 거쳐 소재를 정하고 대학생의 시각에서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려 노력하고 있다. 명사초청 강연, 국제 취업프로그램 소개 등이 그런 것이다. 우리 신문이 비판기능이 약한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시대적 상황에 따라 대학신문의 역할도 변해야 한다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시각에 비친 사회현안 심층보도"
장원준 충북대신문 편집장

장원준(25·법학과 4학년·사진) 충북대신문 편집장은 뭔가 소속감을 갖고 싶어 학보사에 자원했다. 그는 "취업을 앞두고 스펙도 쌓아야 하고 학업과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대학신문사에 잘 지원하지 않는다"며 "막상 지원을 해도 1년을 버티지 못하고 관두다 보니 부장과 정기자는 늘 부족하고 수습기자로 채워지고 있다. 특히 2년 전 학교 신문·방송 통폐합 과정에서 처우개선을 요구하던 선배기자들이 대거 물갈이 된 상태다. 요즘 학생들은 대학 홈페이지나 카페 등 뉴미디어의 발달로 웬만한 정보는 발 빠르게 접하고 있어 격 주간 8000부 정도 발행되는 학교신문에는 대학생의 시각에 비친 사회이슈를 심층 보도하는 쪽에 신경을 쓰고 있다.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신문을 읽어야 풀 수 있는 낱말 퀴즈로 문화상품권 등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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