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학생 있어야"…교육청 인식부족 '도마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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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학생 있어야"…교육청 인식부족 '도마위'
  • 경철수 기자
  • 승인 2011.06.01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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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지침 일괄적용에 예방활동 원천봉쇄…사후 조사도 늦어
경찰 "사건처리·선도 원칙"…교육청 "다른 피해자 양산 우려"

   
▲ 청소년폭력예방재단(청예단)은 지난달 3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 KCC 웰츠밸리에서 '2011년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발표하고 관련 대책 강화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사진=청예단 제공>
<학교폭력 기준·지침 대안없나?>최근 충북도교육청과 충북경찰청의 학교폭력예방활동에 대한 인식부족이 새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마을공동체교육연구소가 국민신문고를 통해 유관기관별 학교폭력단체에 대한 기준과 지침을 물은 결과 충북도교육청은 마땅한 기준과 지침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충북경찰청의 경우  ◆구체적인 폭력서클 명칭이 있을 것(명칭, 활동내용, 결성일 등) ◆5명 이상의 구성원과 일정한 지휘체계가 있을 것 ◆단체로 행한 학교폭력 사건이 있을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서울경찰청의 ◆성인 폭력조직과 같은 계보가 있거나 조직체계는 없어도 10명 이상으로 구성되고 일명 '짱'이 정해져 있어 자신 또는 다른 학생들로부터 '00일진''00패밀리' 등 서클명이 있는 경우 학교폭력 서클로 인정한다. ◆또는 10명 미만이거나 별도의 서클명이 없더라도 서클원이 오랜 기간 모여서 활동을 했거나 ◆집단 폭행, 금품갈취 등 조직적인 행동이 있었다고 인정되면 학교폭력단체로 인정한다는 기준과 상당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충북경찰청의 경우 '단체로 행한 학교폭력 사건이 있을 것'으로 관련지침을 세우면서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이 생기기 전까지는 학교폭력으로 어떠한 처벌도 할 수 없다. 경찰이 범법자를 처벌하는데 목적이 있는 기관이므로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지만 문제는 도교육청이다. 경찰과 똑같이 가해 및 피해 학생이 있을 때만 학교폭력으로 간주할 경우 학교폭력예방활동은 처음부터 어렵다는 것이다. 이미 피해학생이 있다는 것은 사건이 발생한 뒤로 학생폭력예방활동과는 거리가 멀다는 분석이다.

또 서울경찰청의 경우 '10명 미만이더라도 지속적으로 모여 조직적인 행동이 있었다'고 인정되면 학교폭력단체로 인정하고 선도활동에 나설 수 있어 학교폭력예방활동에도 신경을 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충북도교육청은 최근 논란이 됐던 일명 청주 '짱 뽑기'와 증평 '양 맺기'와 관련한 일진 조사에 대한 어떤 대책도 내 놓지 않다가 지난달 초 뒤늦게 학교폭력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할 것을 관할 교육청을 통해 일선학교에 내려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청 '학교폭력 사후약방문' 빈축
반면 경기도교육청은 학교별로 분기마다 학교폭력단체 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경기지방경찰청과 업무협약을 통해 경기도내 6명의 학교전담경찰관(스쿨폴리스)이 학교폭력예방에 적극 대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학교폭력조사 설문결과를 단위학교에서 생활지도에 적극 활용하는 한편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담임교사 매뉴얼까지 개발해 학교폭력예방교육에 전력하고 있다. 여기에 교육청차원의 학교폭력단체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를 검토하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최근 5년간 학교폭력단체(일진)에 대한 일제 조사를 통해 지난 2006년 129개(1535명), 2007년 36개(507명), 2008년 7개(104명), 2009년 26개(321명), 2010년 16개(158명)를 적발해 해체 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반면 학기 초 학교폭력자진신고 기간을 운영하고 있는 충북경찰과 상담주간을 운영하고 있는 충북도교육청은 최근 5년 동안 신고 된 학교폭력단체는 없었다고 전하고 있다.

문제는 얼마 전 증평의 한 초등학생이 학교 인근 공원에서 졸업생인 여중생으로부터 '양 관계'를 강요받은 사실이 알려진 바 있으며 지난해 8월 청주의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중·고생들이 일명 '짱 뽑기'에 나섰다가 올해 초 경찰조사를 받고 60여명이 선도를 조건으로 한 기소유예 조치를 기다리고 있는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줬다는 것이다. 이 모두는 학교폭력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데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11조는 교육감이 학교폭력의 예방과 대책을 담당하는 전담부서를 설치·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실제 도내 10여개 교육지원청에는 위 센터가 이미 설치·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의 학교폭력대책은 학교폭력예방 보다는 처벌이나 사후 조치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서울교육청, 폭력단체 적극 해체 대조
충북경찰청 관계자는 "서울경찰청의 학교폭력 지침이 어떠한지 모르겠지만 본청의 관련 지침과 기준을 일괄적으로 따르고 있다. 최근 아동, 여성폭력 사건에 전력하다 보니 학교폭력단체 조사에 소홀했던 것은 사실이다"며 "학교폭력자진신고 기간에 접수된 사건에 대해서는 선도를 조건으로 불입건 처리하기로 했기 때문에 100여명의 관련자 중 60여명을 추려 수사서류를 꾸미고 있다. 이들이 지속적인 폭력 활동을 한 것이 아니라 학교 및 지역별로 일시적인 싸움이었다. 물론 이것이 죄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학교폭력단체로 조직화 돼 있는 것은 아니었다. 경찰의 입장에선 폭력사건의 피해자가 있을 때 처벌할 수 있다는 관련지침과 법을 적용했을 뿐이다"고 전했다.

충북도교육청 관계자는 "솔직히 일진에 대해 뒤늦게 알게 됐다"며 "양 맺기니, 백 싸움 등은 생소한 용어였다. 학교폭력예방활동의 필요성을 뒤늦게 인지하고 지난달 초에 일선학교 학교폭력단체에 대한 조사를 하도록 공문을 내려 보냈다. 상담주간을 운영하며 조사한 바로는 학교폭력단체는 드러나지 않았다. 특별한 지침이나 기준을 따로 마련하지는 않았지만 교과부 학교폭력예방 가이드북을 참고하고 있다. 최근엔 학교폭력예방재단과 사이버 연수를 시행할 수 있도록 1억3000만원을 들여 협약을 맺었지만 특정단체 밀어주기란 괜한 오해를 사고 있어 안타깝다. 조심스러운 것은 학교폭력단체로 낙인을 찍어 또 다른 피해학생을 만들지나 않을까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마을공동체교육연구소 김수동 사무국장은 "학교폭력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관계적 폭력이 상당수이다"며 "집단 따돌림과 괴롭힘 등 정신적 폭력은 외상으로 드러나지 않는 더 심각한 폭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도교육청은 이런 학생들에 대한 사전 조사를 통해 더 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려는 인식이 부족한 듯하다"고 강조했다.

<지역 경찰청 학교폭력단체 기준 비교>
충북경찰청 
-구체적인 폭력서클 명칭이 있을 것
-5명 이상의 구성원과 일정한 지휘체계가 있을 것
-단체로 행한 폭력사건이 있을 것

서울경찰청 
-성인 폭력조직과 같은 계보가 있을 것
-조직체계가 없어도 10명 이상으로 일명 '짱'이 있는 경우
-10명 미만이어도 오랫동안 모여 활동했을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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