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지원센터 설치 서두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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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급식지원센터 설치 서두르자"
  • 경철수 기자
  • 승인 2011.06.08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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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빈곤·도덕 불감증·제도적 허점이 저질한우 불러
검수 시스템 보완·식자재 공급업체 공공성 확보 절실

   
▲ 불법 도축된 병든 한우 납품 사건을 수사 중인 청주지검이 지난 1일 오전 중회의실에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수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형사1부 박봉석 부장검사가 불법 도축된 한우의 유통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병든 소' 학교유입 막을길 없나>도내 학교급식에 또다시 구멍이 뚫렸다. 지난 1일 청주지검 김봉석 형사1부장 검사는 병든 소를 불법 도축해 유통시킨 업자 등 13명을 입건하고 죄질이 무거운 8명을 구속했다고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이 병든 소를 불법 도축해 시중에 유통시킨 양은 검찰 수사결과 밝혀진 것만 30.1t이다. 검찰은 이는 모두 13만 8000명이 먹을 수 있는 양이라고 추산했다.

지난 2008년 3월부터 2011년 3월까지 청주의 한 유명 해장국집을 통해 12만 9000여명이 먹을 수 있는 쇠고기 25.8t이 소비됐다. 이 유명해장국 집은 청주시 시의원이 실질적 소유주로 되어 있어 정치공세를 받기도 했다. 특히 나머지 9000여명이 먹을 수 있는 4.3t은 학교 급식으로 납품됐다. 지난해 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청주·청원과 충주 지역의 학교 99개교에 저질 쇠고기가 납품되도록 관계당국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 2007년에도 도내에서는 불법도축 된 쇠고기가 학교급식으로 납품된 사례가 있다. 식자재 납품업체는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인증을 내걸고 불법 도축된 쇠고기를 버젓이 납품해 충격을 줬다. 당시 학교급식의 축산물 납품에 대한 안전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았고 도교육청은 전국에서 가장 먼저 등급판정소와 협약을 통해 축산물검수시스템을 마련했다.

또 같은 해 쇠고기 이력추진제가 본격 시행됐다. 쇠고기이력 추적제도는 소의 출생에서부터 도축·가공·판매에 이르기까지 정보를 기록·관리해 위생·안전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그 이력을 추적해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한 제도다. 하지만 4년이 지난 현재 축산물검수시스템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정상적인 도축검사증명서와 축산물등급판정확인서를 발급받은 뒤 중간에 내용물을 저질한우와 섞어 판매하거나 완전히 바꿔 판매할 경우 소비자는 알 수 없었다. 4년 전 도축증명서를 위조해 판매한 것과 차이라면 차이인 것이다.

서류 검토로 끝내는 안일한 검수시스템
그럼 저질 쇠고기가 3년 동안 유명식당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판매되고 1년여 동안 학교급식으로까지 납품 되도록 관계당국은 왜 몰랐을까. 쇠고기 이력제가 완전히 정착되었다면 수시로 시행되는 쇠고기 유전자(DNA) 검사와 동일성 검사로 저질 한우는 금방 탄로가 났어야 정상이다. 실제 쇠고기 이력제는 유럽연합(EU)은 물론 일본, 호주,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먹을거리 안전을 위해 일찌감치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도내에서는 제대로 된 검수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으면서 서류상 검토만으로 저질 쇠고기를 학교급식으로 제공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축산 농민들의 경제적 어려움, 도축·유통업자들의 도덕 불감증, 최저입찰제와 쇠고기 이력제의 제도적 허점이 맞물려 발생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 중개업자들은 축산농가로부터 병든 소를 10∼50만원에 사들여 도축 업자에게 판매했다. 또 유통업자는 학교가 급식용 쇠고기를 최저가 입찰방식으로 매입한다는 사실을 악용해 정상적인 고기를 취급하는 유통업자보다 10%가량 낮은 가격을 써내 낙찰 받기도 했다.

청주지검 김봉석 부장검사는 "병든 소의 불법도축과 유통을 막으려면 축산농가의 인식전환과 폐사된 소에 대한 정부지원, 소 중개업자들의 등록제 운영, 도축 시 공무원 입회, 도축검사신청제 등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충북도교육청 김규완(5급) 학교급식담당은 "학교 급식고기의 최저입찰은 이미 지난해 3월부터 지양하도록 일선학교에 지침을 내려 보냈다"며 "하지만 일선 학교장의 재량권이라 지도감독이 어려움이 있다. 결국 대부분이 5000만 원 이상(5000만 원 이하 수의계약 가능)의 경우 최저가 입찰 내지는 적정가 입찰을 시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축산물 동일성·유전자 검사 등 필요
이어 "학교급식으로 납품되는 축산물의 안전성 검사를 강화하기 위해 학교급식 관계자(행정실장·영양사 등 3363명)의 연수 및 지도 감독을 강화하고 급식고기에 대한 공개경쟁입찰을 권고 하겠다"며 "특히 항생제 등 유해 잔류물질 검사(축산위생연구소), 쇠고기 개체식별번호 동일성 검사(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충북지원)를 실시하고 적어도 연간 1회에 걸쳐 육우를 한우로 속여 납품하는 것을 막기 위한 20∼80개교의 시료를 무작위로 채취해 검사 의뢰하겠다. 이번을 계기로 학교급식의 안전성을 되돌아보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충북학교급식운동본부 김수동 집행위원장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허술한 축산물도축시스템과 쇠고기 이력추적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며 "쇠고기를 양도, 양수할 때에 축협에 신고해야 하지만 그것을 하지 않았을 때에 제재를 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 또 병든 소를 신고 후 폐사 시켜 매립하도록 되어 있지만 직접 확인하는 과정이 의무화 되어 있지 않다. 이런 점을 악용해 눈앞에 단순 이익을 쫓아 사람이 먹는 것을 갖고 장난을 치는 것이다. 앞으로 신고하지 않으면 강력하게 처벌하도록 관련법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또 폐사한 소와 관련해서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지원해 축산업자의 유혹을 차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김 집행위원장은 "학교급식 식자재 공급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학교급식지원센터의 설치를 서둘러 식자재 공급업체의 공공성을 담보해야 한다"며 "학교급식지원센터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식자재 부식은 물론 축산물과  공산품도 포함돼야 한다"며 "이는 지방자치단체가 나서 풀어야 할 문제다"고 덧붙였다. 결국 학교급식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안전한 먹을거리 제공을 위한 급식시스템의 공공성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충북도와 교육청 등 유관기관 모두가 풀어야 할 과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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