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교대 법인화 '대학생들 성났다'
상태바
국립대·교대 법인화 '대학생들 성났다'
  • 경철수 기자
  • 승인 2011.06.08 08: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초학문 쇠퇴·교육 공공성 훼손·등록금 인상 뻔해" 반발
서울대 학생 총장실 점거 농성… 도내 대학생연대 동참

   
▲ 청주교대 총학생회가 지난달 26일 교육의 공공성을 해치는 '교대 법인화 반대 및 교원 확충'을 요구하며 전국교육대학생대표자협의회 총투표에 참여하며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투표에서 청주교대생 89.6%가 대학 법인화를 반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왼쪽에서 두번째 송도 청주교대 총학생회장.
국공립대, 교대 법인화 반대를 위한 학생들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서울대 법인화를 반대하는 학생들의 총장실 및 행정실 점거 농성이 7일 현재 9일째로 접어드는 가운데 한국대학생 연대회의 차원의 집회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날 오전 전국교수노동조합,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학술단체협의회, 한국비정규교수노조 등 교수학술 4단체가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지지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교수노조는 "서울대 법인화는 서울대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전체 국립대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한국 사회 모든 대학의 문제다. 서울대는 그동안 대학서열체제와 학벌주의라는 한국사회의 대표적인 문제를 파생시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 "총장을 비롯한 일부 인사들의 이해득실에 따라 법인 전환을 강행할 경우 대학 자율성 포기, 등록금 인상, 기초학문 위축, 학문의 자본종속 심화에 대한 비난까지 떠안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충북대를 비롯한 도내 대학생들도 지난 3일 청주 모처에서 모임을 갖고 10일 오전 한나라당 충북도당사 앞에서 교육의 공공성을 훼손하는 무조건적인 '법인화 반대'와 '반값 등록금 현실화'를 요구하는 시위를 갖기도 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달 26일 청주교대를 비롯한 전국 7개 시·도에서는 동시다발로 전국교육대학생대표자협의회(이하 교대협) 차원의 '교육의 공공성을 저해하는 통폐합 및 법인화 정책 폐기''보편적 교육복지 실현을 위한 교원 정원 확충'을 요구하는 대학생 총 투표가 이어지기도 했다.

그 결과 참여 학생 7500여명의 87%에 이르는 6525명이 교대 법인화를 반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날 청주교대에서도 총 1588명 중 931명이 투표에 참여해 58.6%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또 참가자 중 89.6%인 834명이 교대 법인화 및 통폐합 폐기에 찬성해 전국 평균 87%를 웃돌았다. 결국 교대생 대부분이 초등교육을 위해 설립된 특수 목적형 대학의 종합대학과의 통폐합 및 법인화를 반대하는 것이다. 이들은 다음 날인 27일 서울 마로니애 공원에 전국사범대학생협의회와 함께 공동 집회를 갖기도 했다.

전국 교대생 87%는 법인화 반대
청주교육대학교 송도 총학생회장(제27대)은 "전문 수사 인력을 기르기 위한 경찰대학, 군사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육·해·공군 사관학교가 있는 것처럼 교육대학교는 초등교원을 양성하기 위한 특수목적형 학교다"며 "이를 종합대학에 통폐합 하려는 것은 초등교육을 포기하겠다는 것 밖에 안 된다. 더욱이 사범대학 임용고시 경쟁률만 높일 것이다. 이는 단순 지식 이외에 인성 등 바른 교육을 해야 하는 교원에 대한 배려가 아니다. 경제적 효율성만을 강조할 경우 교원을 단순 지식 전달자로 전락시킬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성장기에 있는 학생들이 부모와 가족 다음으로 많이 만나는 것이 바로 학교 선생님이다"며 "임용고시 시험성적을 잘 내기 위해 지식 공부만 한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수 있겠는가. 밥 그릇 챙기기 정도의 편협한 시각으로 보지 말고 '백년대계'인 우리나라 교육에 학부모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 줬으면 한다. 특히 경제학부 출신인 이주호 교과부 장관이 교육의 공공적 가치를 이해해 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교대협 신웅식 연사국장(26기)은 "우리가 바라는 것은 간단하다. 학교 주요 구성원인 학생을 인정하고 대화에 나서 달라는 것이다. 법인화 이후 무한경쟁과 독선이 학생과 교수의 잇단 자살로 이어져 총장 퇴진 운동까지 불거졌던 카이스트 사례를 잊지 말아야 한다. 학생의 아무런 의견수렴 없이 학교 본부간의 밀회로 진행됐던 공주교대-공주대-충남대의 통합 추진이 지난달 20일 통합 무산된 바도 있다"며 "일방적으로 연합대학 법인화나 거점대학 중심의 흡수 통합 방식은 학내 구성원들의 반발을 키울 것이다"고 전했다.

대학생 "학내 구성원 대화 나서야"
교수노조 허웅 사무국장은 "학생들의 요구조건은 간단하다. 날치기로 처리된 서울대법인화법에 대해서 재논의 하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히 법인화설립 준비 위원회 해체가 우선 되어야 한다. 하지만 학생들의 요구에 대해서 대학 당국은 법인화설립준비위 해체나 법인화법 폐기는 국회에서 다뤄야 할 사안이기 때문에 교육기관인 서울대에서 할 수 없다며 소통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지난 6일 오연천 서울대 총장은 학생대표와 열린 토론회에서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 했다고 한다. 대학의 주인인 학생들이 민주적 절차에 따라 법인화 반대를 결정했는데도 전혀 인정하지 않는 황당한 태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서울대 법인화의 상징성은 대단하다. 학내 구성원 전반 동의 없이 이뤄진 법인화가 잘못이다. 경북대, 부산대 등의 법인화가 앞으로 진행될 것이다. 이는 교육의 공공성을 저버리는 행위다"며 "학생들은 국공립대나 교육대가 법인화 될 경우 교육의 공공성인 보편적 교육이나 기초학문의 쇠퇴뿐만 아니라 과열경쟁을 부채질 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또 등록금 인상으로 인한 가계부담의 증가 등도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교조 충북지부 권미령 지부장은 "교대 법인화 반대는 국공립대 법인화 문제와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볼 필요가 있다"며 "초등교육과 중등교육은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을 대하는 접근 방식부터가 다르다. 단순 주입식 교육이냐 인성 및 창의성 교육이냐를 따지지 않더라도 초등교육 과정은 성장기 아이들에게 바르게 심어줘야 하는 인성교육이 주가 된다. 그런데 종합대학 사범대학에 통폐합 될 경우 당연히 경쟁률이 높아지고 임용고시생으로 전락했던 대학생들이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지는 이미 예상이 가능한 일이다"고 꼬집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