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청소·시간외 봉사까지 허드렛일 강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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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청소·시간외 봉사까지 허드렛일 강요
  • 경철수 기자
  • 승인 2011.06.2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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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 노동자 체불임금 집단진정… 고용노동부, 사실 확인 나서

   
▲ 지난달 23일 오전 고용노동부 청주지청에 체불임금에 대한 집단진정서를 제출한 간병노동자와 의료연대 충북지부 관계자들이 청주지청 관계자와 면담을 하고 있다.
<요양보호사 부당노동행위 실태>고용노동부 청주지청이 도내 일부 노인요양병원과 시설 종사자의 체불임금과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사실관계 조사에 나섰다. 이는 지난달 23일 오전 간병·요양노동자 120여명이 '체불임금 집단진정서'를 제출한데서 비롯됐다. 공공서비스노조 의료연대 충북 지부는 지난 4월부터 간병·요양노동자들의 권리 찾기 운동 일환으로 '2011 따끈따끈 캠페인'을 벌여왔다. 따끈따끈 캠페인은 간병 노동자에게 따뜻한 밥 한 끼와 근로기준법을 지켜달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날은 의료연대 충북지부가 청주노동인권센터와 함께 도내 15개 사업장에 대한 체불임금 실태조사결과 드러난 250여 명 중 1차로 120명이 집단 진정서를 고용노동부 청주지청에 제출했다. 청주지청은  29일 오후 진정인에 대한 사실 조사를 한 뒤 다음주부터 해당 사업장 별로 사실 확인에 들어 갈 예정이다. 시간외 연장 근무수당이나 근로기준법상의 법정수당을 지급하지 않아 피진정 된 사업장은 늘 푸른 쉼터요양원, 메디엔젤, 상당요양원, 소망전문요양원, 새 청주 요양원, 정다운 요양원, 진천 효 병원, 참사랑노인요양병원, 청주 시립노인요양병원, 청주병원, 초정노인병원, 충청요양원, 하나노인병원 등이다.

이들은 이 중에서도 도립 청주 참사랑 노인 병원과 청주 시립노인병원에 대해서는 특별감독관을 파견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탈법과 불법을 단속하고 처벌해야 할 두 기관에서 오히려 '파견노동'이나 '봉사'라는 명목으로 강제 노동서약을 일삼는데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또 "위탁만 하고 관리 감독의 의무를 수행하지 않고 사실상 방조해 불법과 탈법을 저지르도록 한 청주시와 충북도도 각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노동부가 운영하는 인터넷 구직사이트 '워크넷'에도 근로기준법이 지켜지지 않는 근로조건을 내세운 '구인정보'가 버젓이 게시되고 있다. 이러니 도내 노인요양보호시설 중 90% 가까이가 근로기준법 위반을 당연시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의료연대 충북지부 김태윤 조직국장은 "청주시노인요양병원의 경우 수탁자인 정산의료재단이 대전의 간병, 청소용역업체인 H사와 도급계약을 맺으면서 여성은 150만원, 남성은 177만원을 지급하기로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24시간 격일 근무를 하면서 130만원 안팎을 받아가는 실정이다"고 전했다.

"봉사시간 명목 하루 12시간 연장근무"
이어 김 국장은 "간병 노동자들 말에 따르면 기본급만 지급하는 것으로 신고해 놓고 사업주가 부담해야 할 건강보험료 등을 요양·간병 노동자들에게 전가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며 "시립 노인병원의 경우 시민의 혈세로 지어진 만큼 간병비 부담을 환자 가족에게 최소화해야 한다. 처음에는 받지 않다가 최근 일부 자부담을 시키고 있어 관련업계의 간병비 담함 의혹마저 일고 있다"고 전했다.

김 국장은 "도립 참사랑병원의 경우는 1일 8시간 근무를 명시하고 있는 것 같지만 요양·간병 노동자들의 말에 따르면 하루 4시간의 봉사 시간을 강요당하고 있다"며 "이는 사실상 하루 12시간 근무를 하면서 연장 근로수당을 받지 못하는 형국이다. 더욱이 요양보호사의 법정 인원을 채우기 위해 일부 청소용약 근로자 중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까지 등록해 놓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요양보호사들도 전문 직업인인데 허드렛일인 빨래와 청소를 시키는 것이다"고 꼬집었다.

실제 한 간병사는 "사람 취급을 받지 못했다"며 "4대 보험료를 부담하지 않으려고 이사장 가족의 명의로 위탁을 준 것처럼 운영하다가 최근 직영으로 전환했다"며 "이제야 4대 보험 혜택도 보고 있고 '선생님'이란 호칭으로 불리고 있지만 한 때는 모 주임으로 불리며 청소며 빨래까지 도맡아 했다. 병원의 경우 세탁물 빨래를 외부 위탁을 주는데 제 시간에 세탁물 회수가 안 되어 어려움을 겪자 간병사들에게 환자 빨래까지 하도록 시킨 것이다. 5층 다인실(8인)의 경우 화장실도 없어 공동화장실을 이용하는데 환자 소변을 받아 놓았다가 한꺼번에 처리해야 하는 실정이다"고 전했다.

"말 한마디 없다 집단 진정이라니?"
또한 "국민연금의 경우 요양보호사 1인당 10여만 원씩 부과하는데 회사와 자부담이 50대 50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데 불입액이 8만 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자부담 5만원을 빼면 3만 원 정도 병원에서 내고 있다는 얘기인데 결국 내가 더 부담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간병사는 "시립노인병원은 중환자와 일반 환자를 섞어 놓아 관리가 어려운 곳 중 하나다"며 "더욱이 최근에 지어진 요양병원 치고는 벽이 투명한 유리로 설치되어 있지 않아 중환자를 돌보기 힘든 구조다. 5인실과 7인실 병원비가 달라서 환자 가족들이 원하는 대로 병실 배치를 해서 그렇다는 얘기도 있지만 응급환자와 일반 환자의 경우 돌봄 방식이 확연히 차이가 있기 때문에 분리해 적절한 케어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정산 의료재단 효성병원 전영진 이사는 "그동안 사업주에겐 한마디 말도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원청업자인 우리 재단에도 일체 얘기가 없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체불임금 등에 대한 집단진정을 넣은 것을 언론보도를 통해 확인했다. 불미스런 일이 생긴데 대해 죄송하게 생각하며 앞으로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 간병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도 사업주와 상의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참사랑 노인요양원 이화영 총무계장은 "요양보호사는 직접고용으로 하루 8시간씩 주 40시간 3교대로 정시 근무를 하고 있다"며 "일부 간병 보조가 청소와 빨래를 하는 경우는 있지만 이 조차도 야간 수당 등을 모두 챙겨주고 있어 문제될 것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휴일 근로수당도 잘 챙겨주고 있는데 왜 이 같은 진정을 넣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직 통보된 것이 없어 잘 모르겠지만 사실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전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위탁시설에 대한 고용관계에 대해 행정 지도를 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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