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TK의 벽을 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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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TK의 벽을 넘자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1.07.06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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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강희 편집위원

2011, 뜨거운 여름. 충북은 또 대구·경북 TK세력들과 싸우고 있다. 다시 정치논리다. 정부에서 뭔가 선정할 때마다 고개를 드는 정치논리. 후진국일수록 정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더니 우리가 그렇다. 힘없고 빽없는 충북에게 있어 TK세력은 ‘넘을 수 없는’ 벽 같은 존재다.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 때부터 시작된 악연은 이처럼 계속되고 있다. 아니,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정부가 국립암센터 분원을 신공항건설 백지화로 성난 대구로 주려 한다는 의혹이 짙어가고 있다. 대구·경북 민심 달래기용은 안된다. 이미 충북도는 지난 2009년부터 국립암센터 오송유치를 위해 정부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으나, 대구시는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가 발표된 이후인 지난 4월 갑자기 유치전에 뛰어 들었다. 그러자 정부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타당성 조사 용역을 발주했다” 민주당 충북도당이 4일 발표한 성명서다.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선정할 때 대구·경북이 1위, 충북 오송이 2위를 한 것은 대구·경북이 유리하도록 평가지표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립암센터 분원을 놓고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대구는 첨복단지에 대한 인프라가 전혀 없다. 오송보다 병원이 많다는 것 외에는 이렇다하게 내놓을 게 없는 도시다. 그러나 첨복단지에 필요한 것은 연구중심 병원이지 일반 임상병원이 아니다. 병원 많은 곳에 가중치를 주는 평가지표는 그래서 처음부터 대구를 염두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1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렸던 충청권 의원들의 ‘국립암센터 분원건립 방안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도 이런 울분들이 터져 나왔다. 실제 연구용역을 하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주요 인사들은 TK 출신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 원장은 서울출신이나 전 원장은 대구출신이라는 것. 이 사업은 전 원장 때 만들어놓은 것이라서 이런 주장들이 틀린 말은 아니다. 더욱이 정부는 평가기준을 공개하지 않아 이런 의혹들을 더 키우고 있다.

국립암센터 분원이 오송으로 와야 하는 이유는 오송의 기존 인프라를 이용,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 6대 국책기관과 향후 연계성도 높다. 아무려면 의료관련기관이 집적된 곳에서 암 연구를 하는 게 낫지 허허벌판 아무 것도 없는 대구로 가는 게 좋겠는가. 세계와 의료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오송이냐, 대구냐를 놓고 시간낭비 하는 것은 세계와의 경쟁에서 뒤처질 필요충분조건이 된다.

지난달 발표된 산학융합지구 조성사업에서도 충북은 일단 밀렸다. 정부는 한국산업기술대·영진전문대·목포대 컨소시엄 산업단지를 선정했다. 충북·부산·군산은 필요한 요건을 갖추면 내년에 추가지정 한다는 것이다.

이 사업의 목표는 노후산단 활성화. 대학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기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을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여기에도 정치논리가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TK 실세와 연결됐거나 지식경제부 간부출신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등의 소문이 나돌았다. 이래저래 억울한 건 충북이다. 국립암센터 분원 유치에 몸이 단 충북은 대전·충남과 공조키로 결정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는 충북출신 국회의원이 한 명도 없다. 충북은 여기서부터 밀린다. 그러나 올 여름, 충북은 어쨌든 TK의 벽을 넘어야 한다. 도종환 시인은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개를 이끌고 벽을 넘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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