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여성민우회 ‘契 사건’, 끝내 단체 침몰시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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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여성민우회 ‘契 사건’, 끝내 단체 침몰시키나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1.08.1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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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금 반환소송 2심에서 패한 후 존폐기로, 임시총회서 닫느냐 마느냐 결정
단체 계주간 끝없는 소송···통장 압류, 시·도 보조금사업 반환 등 최악상태
   
▲ 충북여성민우회 로고
충북여성민우회(이하 여성민우회)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소위 ‘계 사건’으로 창립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은 여성민우회가 존폐기로에 서있다. 여성민우회 집행부는 지난 8일 이사회를 열고 오는 30일 임시총회를 개최키로 했다. 임시총회 안건은 여성민우회 존폐문제 결정. 이와 관련 현 집행부는 지난 3일 회원들에게 ‘2011년 제1차 임시총회 개최에 앞서’라는 저간의 사정을 담은 문건을 발송했다.

이 문건에 따르면 여성민우회는 지난 90년대 후반 단체 재정마련을 위해 ‘계’ 운영을 시작했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 계주 5명이 각각 개인적으로 계를 운영하고 수익금의 일부를 단체에 후원하는 형태로 바꿨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운영상의 어려움 때문에 2003년 7월 S회원 계주의 후원을 끝으로 이 사업은 막을 내렸다는 것.

사건은 이후 발생했다. 2003년 당시 계주인 H씨가 운영한 계의 계원인 A씨가 2003년 11월에 시작한 계의 피해자라며 여성민우회를 상대로 계금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 때가 2009년 3월이다. 원고 A씨는 계주 H씨의 동생. A씨는 언니에게 20회에 걸쳐 계금을 납부했으나 곗돈을 타지 못했으므로 계금 960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단체 契인가, 개인 契인가
이 때부터 A씨가 피해 본 계를 단체가 운영한 것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개인이 운영한 것으로 볼 것인가 지루한 공방이 시작됐다. 1심 재판에서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2000년을 전후해 ‘계 운영’사업이 정기총회에서 재정사업의 하나로 언급되다 2004년 이후에는 각종 사업계획과 예·결산 내역에서 제외된 점, 계의 운영사항을 사업집행 내역에 명시하지 않고 이사회 보고안건에도 올리지 않은 점, 일부 계원으로부터 계금 중 일부를 후원금으로 받은 점 등이 그 이유였다.

그러나 원고 A씨의 항소에 대해 2심 재판부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다. 계주 H씨를 99년 이전부터 판결당시인 올 2월까지 여성민우회의 이사 직책을 갖고 있는 것으로 인정하고 2004년 정기총회 자료집에 계가 재정마련 사업으로 명시된 점, 2000년 재정위원회에서 계에 관한 사고가 발생하면 계주가 책임을 지기로 결정한 점, 계주 H씨와 함께 여성민우회가 계금 청구소송의 공동계주 지위에 있으므로 이 단체도 배상책임이 있다고 판결한 것이다. 대법원 상고도 기각됐다. 이 때부터 여성민우회는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모 간부는 “우리 단체는 1심 승소이후 2심에서도 승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루한 공방이 매듭지어질 것으로 생각해 열심히 하자는 분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2심에서 패한 뒤 단체를 이끌어갈 동력을 완전히 잃었다. 재판부는 계가 깨졌어도 단체가 책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으나 변제능력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여성민우회는 2심 패소 판결이 확정된 후 지난 6월 23일 계주 H씨에게 사전구상권을 청구했다. 구상권은 다른 사람을 위하여 그 사람의 빚을 갚은 사람이 다른 연대 채무자나 주된 채무자에게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사전구상권은 변제를 하기 전 이를 행할 수 있다.

여성민우회 측은 이에 대해 “계주 H씨 계좌를 통해 일체의 계금관리가 이뤄진 점, 계원 및 계금에 관해 보고나 합의없이 H씨 독자적으로 운영한 점, H씨에게 계 수익금의 일부라도 후원을 강제한 적이 없는 점, 2003년 11월 계원 모집시 한 구좌 1000만원을 우리 단체에 후원금으로 전달하겠다고 계원들에게 말했으나 실제로는 전달한 적이 없는 점을 감안해 해당 계의 실질적 당사자이며 우리 단체와 공동계주로 인정된 H씨에게 구상권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변제에 대해 공동책임을 져야 하지만 주된 채무자는 H씨라고 지목했다. 원고 A씨가 주장하는 배상금은 원금과 이자를 합쳐 1100여만원이라는 게 여성민우회 말이다.

   
▲ 한 때 도내 여성운동을 주도했던 충북여성민우회가 창립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아 존폐의 기로에 서있다. 이들은 재정사업으로 시작했던 ‘계’가 깨지면서 소송에 휘말렸다. 사진은 성안길에서 열렸던 지역공동체만들기사업 캠페인.

감정악화로 깊어진 골···소송에 소송
이들이 단체의 존폐문제를 고민하게 된 것은 A씨가 통장을 압류하면서 회원 회비와 후원금을 받지 못하게 된데다 충북도와 청주시 보조금 사업을 반납, 수입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현재 운영 경상비도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 간부는 “2심에서 패소한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이제는 승복한다. 우리 단체에서 변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갚을 능력이 없다. 그래서 회원들에게 존폐문제를 묻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계주 H씨는 문제가 된 계는 개인이 운영한 게 아니고 단체가 한 것이기 때문에 여성민우회가 공동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4년까지 총회와 예·결산자료집에 ‘계 운영’ 사업이 나와있다. 계원모집도 혼자 한 게 아니다. 계가 깨진 뒤 같이 변제하자는 얘기를 여러 차례 했으나 여성민우회는 나 몰라라 했다. 2심 재판 때 판사가 합의를 권했으나 여성민우회는 정식 재판을 하겠다고 했다. 그럼 단체가 패소했으면 갚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단체 해산을 논하기 이전에 여성민우회는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곗돈을 떼먹은 사람들에게 돈을 받는 한편 그간의 과정을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동생이 소송을 제기한 것도 이 단체와 대화가 안되기 때문이다. 여성민우회는 이제까지 한 번도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고 분개한 뒤 “지금 단체해산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그럴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다. 단체가 싫으면 떠나면 되지 왜 해산하려고 하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H씨는 최근 여성민우회의 시·도비 보조금사업 행정정보공개청구를 한데 이어 사전 구상권에 대한 반대소송을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동생 A씨는 여성민우회가 계금을 갚지 않은 것에 대해 사기혐의로 고소했다고 덧붙였다.

‘계 사건’을 겪으면서 여성민우회측과 계주 H씨는 감정악화로 매우 골이 깊어진 상태다. 이 과정에서 개인통장으로 곗돈을 받는 등 투명하지 못하게 운영한 점, 총 계금의 규모와 피해액이 얼마이고 후원금이 얼마 들어왔는지조차 명확하지 않은 점 등을 둘러싸고 여러 얘기도 나왔다. 당초부터 계금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여러사람들의 얘기다. 여성민우회는 1년 이상 회비를 내지 않았을 경우, 단체의 명예를 실추시켰을 경우에 제명할 수 있다는 정관을 들어 H씨를 제명했다. 양측은 구상권과 구상권 반대소송을 통해 배상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 또 한 번 부딪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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