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가에 축산분뇨처리장…세상에 이런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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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가에 축산분뇨처리장…세상에 이런 일이"
  • 경철수 기자
  • 승인 2011.10.26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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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군·불정농협 경축자원화센터 건립에 세평리 주민 반발
"주민동의서를 돈으로 매수" 빈축… "마을 발전기금 제공"

▲ 괴산군 불정면 세평리 마을 진입로에는 경축자원화센터 건립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현수막을 뒤로하고 보행기에 의지해 걷고 있는 할머니가 마을 사람들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는 듯 하다.
괴산군과 불정농협이 세평리에 건립 추진중인 경축자원화시설이 민원이 되고 있다. 경축자원화시설은 임각수(63) 괴산군수가 정부지원을 받아 추진하는 정책 공약사업이다. 오는 2014년까지 총 사업비 102억여원을 들여 괴산군 괴산읍과 감물면, 칠성면, 불정면 등 4개 읍면에 1600㏊ 규모의 자연순환형 친환경농축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골자는 가축분뇨처리장을 통해 유기질 비료를 생산하고 유기농 배추(절임 배추)와 옥수수(대학 찰옥수수), 고추 등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의 유통시설 기반을 구축해 물류비용을 줄인다는 것이다. 또 소, 돼지, 닭 사육에 필요한 톱밥과 TMR사료 제조공장 등을 세워 구입비를 최소화 할 예정이다. 특히 괴산군은 이 같은 기반 시설을 통해 미래 친환경농업의 메카로 괴산을 발전시켜 나간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그런데 문제는 필요시설이지만 지역주민들에겐 환영할 만한 시설이 아니란 얘기다. 경축자원화센터가 들어서는 괴산군 불정면 세평리의 경우 말이 친환경 시설이지 하루 70톤(연간 2만1000톤)씩의 소, 돼지, 닭의 분뇨를 처리할 경우 악취와 오염으로 인한 생활이 안 될 것이란 우려다. 실제 이 같은 이유에서 세평리 인근 7개 마을 주민 250여명은 마을 진입로에 현수막을 내걸고 경축자원화센터 건립 부지를 재고해 달라는 연대서명을 통해 24일 괴산군에 민원을 제출한 상황이다.

"마을협의 끝난듯 동의서 받아"
사업주체인 불정농협과 (주)토비테크는 현재 충북 괴산군 불정면 세평리 산31-1 일원 부지 1만7646㎡에 연면적 5015㎡의 가축분뇨처리시설과 관리동 2동을 지으려고 현아개발을 시공사로 선정한 상태다. 이들은 사전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면서 지역주민들의 동의서를 받는 과정에서도 지탄을 받고 있다. 8월말쯤 주민동의서를 받는 과정에서 사전 마을 주민들의 협의가 끝난 것처럼 동의서를 받았다는 것이다. 또 야간에 아무것도 모르는 노인들을 상대로 주민동의서를 받으면서 300만원씩을 지급해 '주민동의서를 매수했다'는 눈총을 사고 있다.

경축자원화센터 설치 반대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까지 꾸린 세평리 주민들은 관련시설이 인가에서 불과 450m 안팎의 가까운 거리에 인접해 있고 마을주민들이 상수원으로 이용하는 지하수와도 1㎞이내에 위치해 있어 위험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일부 주민들은 당초 부지가 바뀐 사실에 대해서도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 마디로 '필요시설이라고 하지만 좋은 시설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이는 당초 괴산군 불정면 안촌 마을에 들어서려던 경축자원화센터가 세평리로 바뀐데 대한 의혹의 시선이다.

세평리 한 주민은 "안촌 마을은 이번 경축자원화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불정농협 조합장의 인근 마을이다. 부지가 협소해 세울 수 없다는 이유로 남 조합장이 자신의 고향마을인 원융동으로 가져가려 했으나 마을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세평리로 확정지었다"고 주장했다. 불정농협 남무현 조합장은 "협소한 부지도 이유였지만 종중 땅이 있어 매입 자체가 힘들었다"며 "그래서 부지 매입이 쉬운 세평리로 대상 부지를 바꾸게 됐다"고 전했다.

"새로운 부지 찾아 이전해야"
마을 주민들은 고향사람들과 한마디 상의 없이 땅을 매각한 땅주인(전직 공무원)에 대한 서운함도 감추지 않았다. 신동관 세평리 이장은 "경축자원화 시설에 대한 충분한 사전 설명 없이 주민동의서를 어떻게 돈으로 매수할 수 있는지 한심한 작태에 눈살이 찌푸려진다"며 "돈의 출처를 명백히 밝히고 주민들이 반대하는 축산분뇨처리시설 부지를 새롭게 선정해 이전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불정농협 남 조합장은 "정부 정책 지원 사업은 주민동의서가 없어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마을 발전기금으로 토비테크가 내 놓은 것을 주민 동의서를 받는 과정에서 제공한 것 같다. 관련 사업비를 집행한 것은 아니다. 세평리 40가구 중 28가구에게 지급됐고 나중에 1가구가 반납해 27가구에 지급됐다"고 해명했다.

(주)토비테크 김진일 대표는 "마을 발전기금 1억 원을 제공한 것은 사실이다"며 "불정면에서 상토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앞으로 유기질 비료 제조·판매 사업으로 확대하기 위해 지역 환원사업 차원이었다. 다만 발전기금의 쓰임에 대해선 잘 모른다"고 전했다. 토비테크는 모자리판에 들어가는 상토를 생산하는 회사로 이번에 경축자원화센터 건립에 보조사업자로 참여했다. 앞으로 이번 사업을 통해 비료 제조 및 판매 분야로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군, 최적부지 찾는 노력 부족"
대책위 신상웅씨, 행정편의주의 꼬집어

경축자원화시설 건립을 추진 중인 괴산군에 대해 행정편의주의를 꼬집는 주민들도 적지 않았다. 전국에서 제일 먼저 경축자원화센터가 건립된 전북 완주군의 경우 마을인가에서 1㎞이상이 떨어져 있고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민원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다. 또 순천시 별량면 대룡리에 위치한 경축자원화시설도 개령마을과 낙안면으로 넘어가는 고개 중간, 산속에 위채 해 있다. 개령마을과는 역시 1㎞ 이상의 거리를 유지하고 별도의 진입로를 개설해 마을 도로에서 자원화센터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충북 옥천군 구일리 귀현마을에 자리한 경축자원화센터는 축사로 둘러싸인 곳에 위치해 처음부터 민원의 소지가 적다는 것이다. 반면에 세평리는 괴산군 불정면 내에서도 축사가 가장 적은 곳이란 얘기다. 실제 한육우 사육가구를 놓고 볼 때에 불정면은 괴산군 10개 읍·면에서 가장 적은 29가구에 그쳤다. 가장 많은 곳은 연풍면(184), 사리면(133), 청천면(112), 감물면(98) 등의 순위였다. 다만 소와 돼지, 닭의 전체 사육두수는 장연면(55만8260), 감물면(26만510)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그러나 불정면 내에서도 세평리는 양계농가 1곳만이 있을 정도로 청정지역이었다. 이 양계농가 주인은 "사실 아무리 현대화된 시설이라 해도 가축분뇨는 건조되는 과정에서 냄새가 나기 마련이다"며 "액상이 아니라고 하지만 액상시설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고 꼬집었다. 세평리 경축자원화 센터 설치 반대 대책위원회 신상웅 위원은 "괴산군과 불정농협은 민원이 적은 최적의 부지를 찾는데 조차 게을렀다"며 "이는 타 자치단체 사례가 말해 준다"고 꼬집었다. 괴산군 관계자는 "부지 매입이 쉬워 세평리가 선정된 것은 사실이다"며 "최근 자원화 시설이 첨단화 되면서 순천시를 비롯해 인가로 내려오는 경우도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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